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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가 3년간 상담을 통해 치료되는 과정

에바다. 2012. 3. 16. 12:21

      우울증 환자가 3년간 상담을 통해 치료되는 과정    

               우울증의 상담치료적 사례와 분석(2)     


   김충렬박사

   (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우울증 중에서도 비교적 치료가 어려운 ‘1차 우울증’의 사례를 들어 치료하는 과정을 보이고, 그에 상응하는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 사례에서 1차 우울증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상당한 치료기술이 요구된다고 했다. 치료자의 다양한 치료 경험과 임상에서 드러나는 내담자의 증상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진행하는 요령, 상담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담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해 치료 조치를 취하는 식견이 요구됐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사례의 후반기를 중심으로 기술한다.


1. 치료 과정에서의 변화


우울증 치료는 다양한 심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치료의 기본 과정을 거쳐 내담자의 우울증 정도를 파악하고, 우울증 유발원인을 발견하여 상응하는 치료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일단 내담자가 마음에 가진 부정적 정서를 상담적 대화를 통해 표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치료자는 ‘풍선에서 바람빼기’라 부른다. 내담자의 마음에 쌓인 부정적 감정을 일단 빼야 한다는 데서 이름을 붙였다. 내담자의 부정적인 심리 특성을 표출하지 않고는 치료자의 조언이 내담자에게 수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잘 진행되면 내담자는 일종의 숨통을 여는 효과를 경험한다. 그런 과정을 거친 이후 몇몇 특징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1) 변화를 보이는 내담자의 심리


상담이 1년동안 진행되면서 내담자는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게 됐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담자는 거의 울기만 하고, 거의 표현하지 못하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진전이다. 이런 변화는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어느 정도 일어났지만 1년을 지나면서부터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로 인해 내담자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상담을 진행했다. 그러자니 이전 상담에서는 대화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을 가졌으나 이젠 그런 느낌이 전혀 없을 정도다. 이런 변화가 대견하면서도 마음으로부터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담을 통하여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치료의 보람이기 때문이다. 상담할 때마다 느끼지만 치료자는 내담자가 갈수록 말을 잘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서로가 많은 인내를 했다. 그동안 상담이 위기에 봉착한 것 같은 상황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내담자의 감정이 격앙돼 상담이 중단될 것 같은 상황도 있었고, 치료자도 너무 말이 통하지 않고 힘든 때면 상담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어려움을 잘 넘기고 내담자는 거침없이 의사표현을 하는 상태에 이르니 감회가 새롭다. 내담자의 이런 변화는 물론 대화의 부담을 떨쳐버린 결과이지만, 실제로 이런 정도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를 위하여 치료자는 내담자가 대화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도록 하기 위해 대화시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말이 안 되더라도 그저 표현해보려는 편안한 마음을 바랐다. 일단 무슨 말이라도 많이 하려는 생각과,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떠들어보는 마음을 권유했다. 그러면 얼마 가지 않아서 대화를 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다행히 내담자는 권유를 잘 수용하여 따라줬고, 지금의 결과가 나왔다.


이제 내담자는 상담 대화에서도 궁금한 것을 질문하거나 치료자가 질문하지 않은 이야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대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 치료자는 상담을 마치고 난 뒤 어김없이 내담자의 증상이 완화되는 기쁨을 경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담자는 오빠가 군입대해 많이 울었다고 했다. 오빠가 입대하기 전날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막상 떠나는 오빠를 보니 눈물이 나더라는 것이다. 그동안 그녀는 오빠와 상당한 경쟁관계에 있었고, 어머니가 오빠만 편애한다는 이유로 약간 미워했다. 그런 오빠가 군에 입대한다니 가엾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녀의 눈물은 미안함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형제로서 애정을 느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때 그녀는 오빠 없는 동안 더 멋진 동생이 되기로 다짐했다.


때를 같이 하여 그녀는 방학을 했고, 8월말까지 거의 두 달간 무엇을 하며 보낼지 상당히 고민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더 마음이 가라앉으리라 생각돼 컴퓨터 방학 특강을 신청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 필요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미 그녀는 학기 중 과제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나서 웹디자인 자격증을 따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고치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방학 중 친구랑 같이 운전면허 학원에 다녀 면허를 따겠다는 각오도 가졌다. 이는 실로 놀라운 변화다. 이런 현상은 내담자가 치료를 받기 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의욕없던 태도에 비교되며, 의지에 변화가 온 것이다. 내담자에게 의지가 살아나는 것은 치료의 결과다. 의지는 그대로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2) 긍정적 사고로의 전환


치료는 방학 중에도 계속됐다. 2년째 접어들어서는 내담자에게 긍정적 태도와 객관적 사고 습관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일상생활에서 대하는 모든 일에 주관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라고 한 것이다. 이 변화는 물론 단번에 이뤄지기 어렵기에 지금 내담자가 경험하는 상태를 기준으로 하는 바탕 위에서 시도돼야 했다. 예를 들어, 내담자는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며, 주관적인 생각에 지배될 정도로 습관화돼 있다. 그래서 지금 내담자 상태와는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했다. 물론 긍정적으로 사고하라는, 객관성을 깨우기 위한 일환이다.


긍정적인 사고 태도로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다. 마음 같아서는 금방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에 치료자나 내담자 모두에게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내담자가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중점 훈련해야 한다. 물론 훈련 과정에서 내담자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확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알아듣기 쉽게 그냥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치료 방법인지 알고 싶다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런 객관적 훈련을 위해 치료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많이 묻고 따져보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이때 내담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구체적 사고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다행히 내담자는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도 상담 동안 치료자가 그녀의 증상을 거의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잘 따라 시행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담자는 이런 치료방법이 대충 감은 잡히지만 더 구체적으로 그녀의 사고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일러달라고 요구했다. “지금도 예를 들어 잘 설명해 주고 있지만, 그런 객관적 사고를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되는지”에 대해 방법을 구체화할수록 도움이 많이 된다.


이런 의문은 비단 이 내담자만 아니라 다른 우울증 내담자에게서도 받고 있다. 내담자는 하나하나 일일이 알려주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게다가 긍정적인 사고가 말은 쉽지만 그대로 행하기는 너무 어렵다. 이런 점에 착안해 치료자는 임상경험을 통해 객관적 사고를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다시 말하면 단계적으로 객관적 사고를 시도하면 점차 긍정성이 증가된다.


3) 객관적 사고의 훈련


앞에서 내담자는 긍정적 사고로의 전환이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의문에 치료자는 우울증의 근본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서 내담자가 현재 고통당하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 원인이란 일단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내담자가 사고하는 태도에 관한 것으로 하나는 객관성의 결여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특성이다. 이 두 가지는 내담자에게 우울증이 유발된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객관적 사고로의 훈련’을 위해서 다음의 상담과정이 시도돼야 했다.


첫째로 객관성의 결여에 대해 설명하였다. 인간의 사고는 주관성과 객관성의 작용으로 이뤄진다. 주관성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고, 객관성이란 자신 외에 외부의 여건이나 환경 등에 사고하거나 판단하는 경향이다. 모든 사람은 주관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가지고 사고 작용을 하게 마련이다. 또 사람은 경우에 따라 어느 한편을 더 강하게 작용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격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은 주관성을, 외향적인 사람은 객관성을 더 작용시키거나 활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내담자의 경우 성격적으로 내향적이기 때문에 주관성을 더 작용시키기 쉬운 상태에 있는데다 성장 과정에서 객관성 훈련이 많이 경험되지 못한 편이었다. 즉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반대인 객관성에 비춰 비교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습관화되지 못한 것이다. 아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았거나 그럴 기회가 없었거나, 또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혼자 생각하여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 습관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의 객관성 결여를 지적했다. 치료자는 이런 원인에 대해 오랜 기간 임상적 경험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주관성이 강한 사람은 객관성이 결여돼 순전히 ‘자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끝내는, 남이 이해하기 곤란할 정도의 과감한 행동을 한다. 그러고 나서 본인이 미연에 대처하지 못한 사려 없는 사고 태도를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그런 객관성이 결여된 태도는 주변의 생각이나 견해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수용하고 따르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려 한다. 이런 행동은 현상적으로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국 남의 경험이나 의견, 그리고 더 나은 견해를 무시한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내담자의 사고 태도에서 주관성과 객관성이 반드시 동일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마음의 평정이 가능해진다. 만약 주관적으로 생각하여 계속적으로 행동해 나간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에선 남이 이해하지 못하고, 납득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수도 많을 뿐 아니라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자신조차 스스로 놀라고 후회하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이는 중요한 문제로 치료자의 충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대해 그야말로 내담자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개선이 가능함을 강조하고 싶다. 내담자는 이미 오랜 세월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몸에 배여 강한 의지적 결단 없이는 좀처럼 개선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내담자는 타인이 말하는 것을 자세하게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타인이 한 말을 그냥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다시 물어보는 태도는 타인의 의견을 참작하여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설령 내담자가 이미 옳다고 생각한 견해라도, 한 번 더 타인의 견해를 물어보는 것은 주관적으로 빠져드는 것을 제어하는 효과를 산출한다. 그리고 자신의 견해와 일치한다고 생각하면 더 확신을 갖고 행동할 수 있으므로, 행동하는데 정신적인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바로 이런 객관성 결여, 즉 주관적으로 습관화된 사고방식이 내담자의 오늘이 있게 한 가장 근원적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치료자는 그녀가 생각하는 반대로 생각해 보라는 것도 객관성 훈련 차원이다.


2. 치료에 대한 희망과 변화


내담자와의 상담치료가 어느덧 2년을 넘었다. 그동안 한 주에 한 번 치료를 했지만, 특별한 날이나 기간에는 상담을 쉬기도 했다. 내담자의 증상은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심리적으로 독립된 점, 혼자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점, 대인공포증이 상당히 해소된 점, 나아가 학교성적이 많이 향상된 점은 큰 변화다. 다음은 그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과정이다.


1) 치료에 대한 희망


내담자의 우울증은 치료 회기를 거듭하면서 많이 완화되거나 호전됐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상담시간 때문만은 아니고, 내담자의 지속적인 메일을 겸한 노력 결과다. 내담자는 상담시간 말하지 못한 것은 메일로 질문하거나 전화하는 것에 치료자는 계속 응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담자는 궁금증이 많이 해결됐다. 때로는 상담시간에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다가도 메일을 통해 해결되는 수도 많았다. 이는 내담자가 치료 과정에서 힘들고 여러 번 좌절도 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계속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담자는 여러 번 더 이상 어두운 색깔로 자신의 인생을 칠하지 않고, 치료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면서 때로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느라 도움을 주는 것과 무엇보다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노력에 감사했다. 더욱이 그녀는 치료자를 만난 것을 많이 감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마음을 여러 번 보여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동안 내담자에게는 어느덧 부정성과 부정적 사고 문제는 상당히 해소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내담자는 부정적 사고는 사물이나 사실에 대한 진실성과 상관없이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임을 이해했다. 부정적 사고는 습관적으로 된 것이지만, 본래 긍정적 사고와 기능하여 균형을 이루는 정신기능이라는 것, 사물을 어둡게 보는 태도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어둡게 만들어 불안을 유발하여 의욕 저하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한 것이다. 반면 긍정적 사고는 밝게 보는 시각적 태도로 심리적 안정과 힘을 산출하는 요인으로 작용함도 알게 되었다. 이런 긍정적·부정적 사고 태도는 각기 상응하는 행동을 산출하는 동인이다. 물론 사람이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사고할 수는 없다. 부정성과 긍정성은 동전의 양면 같이 붙어 어느 정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담자의 경우 부정적 사고 태도가 더 습관화된 상태라는 점이 문제다.


치료자 생각으로는 내담자의 부정적 사고 태도는 개인 경험이나 생활 습관에서 구축됐다. 내담자의 부정적인 습관이 생활 속에 자꾸만 부정화를 초래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내담자의 임의적 추론, 즉 순전히 자기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담자의 임의적 추론은 부정적 특성이 더 많은 편이다. 이는 내담자가 결론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없거나 그 증거들이 결론과 배치되는데도 평소에 하던 자기방식(부정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점에서다.


부정적으로 사고하는 태도는 마치 까맣고 어두운 벽을 바라보는 심정과 같다. 그런 어두운 사고는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여 스스로를 기분 나쁘게 만든다. 얼마든 기분 좋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데도 부정적 사고는 결국 내담자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과거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도 어두운 색칠을 하고 만다. 이로 인해 내담자는 현실적· 객관적으로 도저히 그렇지 않은 상황인데도 희망이 없다고 느끼거나 좌절하며 낙담한다.


2) 열등감과 부정적인 경험을 넘어


상담은 때로 아쉬움을 남기고 끝나기도 한다. 매회 상담에서 내담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못하거나 시간이 여의치 못하여 원하던 해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아쉬움의 상태가 계속되면서 상담은 이어진다. 그런 경우 내담자는 어김없이 메일로 못 다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때가 상담 초창기였기에 시간적 배려를 많이 해주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지금처럼 그렇게 시간을 많이 요구하는 내담자라면 아마 상담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담자는 어떤 사정 때문에 상담시간에 늦게 온 경우라면 다른 날보다 짧게 하는 때도 있고, 우느라고 할 말을 못한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 내담자가 많은 눈물을 흘리느라 상담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이는 아마 상담받을 때 내담자의 힘든 상황이 떠올랐다고 봐야 한다.


그럴 때마다 내담자는 왜 남이 갖지 않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왜 자기만 그럴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한다. 이는 아직도 내담자의 내면에 부정성이 축적된 결과다. 그녀의 부정성은 열등감으로 드러나고 있다. 열등감은 그녀의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게 지배하고 있는 점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열등감에 대해 집중 논의하였다. 그 후로 내담자는 자신이 가진 열등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큰 열등감의 원인이 어려서부터 대인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주변에서 맴돌던 안 좋은 기억들 때문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내담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없어 “나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난 항상 혼자야”란 부정적인 틀 속에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녀는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은 그런 자신을 참 우습게 생각하고 무시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행동과 말에서 많이 느꼈기에 “나는 아무에게도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나란 인간은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하찮은 존재구나” 하며 스스로를 비하시켰다고 한다.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했고, 공부를 못하거나 얼굴이 못생기지도 않았으면서 타인이 자신에게 보내는 반응을 보고 부정적인 틀을 형성해 갔다.


이는 “무엇인가 부족한 자신을 무시한 것이 아니고, 자신감이 없는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 채 무시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마음의 벽을 쌓았고,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왔다. 남들처럼 자신감 있게 살지 못하고, 작은 행동조차도 남의 이목(耳目)에 신경쓰는 성격이 너무 큰 열등감으로 자리잡다 보니 학교생활은 그녀에게 무의미하고 괴로웠다. 그러자니 쉬는 시간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 체육 시간 운동장에 나가 활동하는 것, 특히 발표시간이라도 있으면 정말 괴로워 죽을 지경이었다. 자기 행동에 대한 모든 것이 자신감이 없고, 남의 시선을 두려워했으니 말이다.


실제 그녀는 어려서부터 대인관계를 잘 맺지 못한 좋지 않은 경험이 그녀의 모든 행동을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남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니까 난 부족한 인간이야, 내 모든 행동에 그들은 비웃을 거야, 저 얘는 남들과 잘 어울리니까 난 저 얘보다 못해” 하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틀이 점점 커져갔다. 이제 내담자는 그런 부정적인 틀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계속 그 틀 속에 머무는 것은 자신의 삶을 무의미하고 괴로운 시간들로 채울 뿐이라는 점에서다. 이쯤 해서 내담자는 열등감으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열등감을 갖게 됐는지,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이런 원인을 알기 위해 좋지 않은 경험을 구체적으로 몇 가지 적어보기로 했다.


-친구들의 대화에 잘 끼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예를 들면 영화, 드라마, 배우, 가수, 이성 등 또래 친구들이 관심 많은 것에 별 관심이 없어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무시당한 경험을 했다. -웃음이 없다, 인상이 무섭다, 말이 없다 등 자신감 없음에서 나온 행동들에 대해 타인에게 여러 번 지적당한 경험을 했다. -음악, 체육 등 대체적으로 활동적인 과목에 극히 낮은 점수를 받은 경험을 했다.


이처럼 그녀는 하나씩 생각해보니 자신이 가진 열등감은 외모, 집안, 지능 같은 것 보다는 말하는 것, 노래하는 것, 운동하는 것 등 행동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능력보다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열등감이 문제였다. 능력이 있어도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면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반면, 능력이 없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자신감을 갖게 된다.


3) 점차 달라지는 내담자


내담자는 상담이 종료되는 시기에 이르러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까지 달라진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러자니 내담자는 기본생활 문제도 아닌데 왜 그런 어두운 과거를 경험해야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결국은 부모의 성격마찰로 인해 내담자가 좋지 않은 경험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치료자는 내담자가 과거는 교훈만 삼기 바라고,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하며, 오히려 힘들었던 과거를 거울삼아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는 역전의 승리자가 되기를 바랐다.


사람은 말하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그렇게 좋은 과거를 갖고 있지는 않다. 간혹 좋은 점이 있어 그런 과거를 상쇄할 뿐이다. 이때 과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외적 환경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격이나 세상을 보는 눈,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작용하는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세상은 낮과 밤이 공존하지만 사람에 따라 낮을 크게 생각하거나 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낮을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밤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반면 밤을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밝은 낮보다 어두운 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에 따라 저마다 상응하는 습관이 형성되고 생활이 달라진다. 밤에 익숙한 사람은 그런 생활방식을, 낮에 익숙한 사람은 그런 사고방식을 갖는 원리다. 그에 따라 각각의 특징이 갖는 형태의 삶이 형성된다면, 지금 내담자는 밤에 익숙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밤에 익숙한 생활습관이란 자신의 삶에 어두운 면이나 부정적인 면에 친숙하고, 습관화돼 살아온 특성이다. 이런 경우라면 개인의 적응력이 문제된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것에든 적응하는 능력을 가져야 된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밤이 되면 밤의 일대로, 낮이 되면 밤의 일을 벗는 등의 적응력 말이다.


이제 내담자는 낮으로 향하는 몸짓을 애써 시도해야 한다. 밝은 마음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 말고, 자신의 모습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것을 겁내지 말고, 담대하게 사람 앞에 서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것은 내담자가 갖는 참다운 용기이기에 무한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태어나서 한번쯤은 과감히 도전해야 하는 자신의 존재를 진정으로 발견하는 일이다. 물론 그런 노력이 쉽지 않고, 때로는 무척 힘들고 어렵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정말이지 내담자만 아니라 우리는 모두 어두운 생각, 비관적인 시각, 침체된 기분을 과감하게 벗어 던져버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런 어두운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진정한 해방을 경험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내담자는 스스로 배전의 노력을 하리라는 마음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어두운 과거를 더 이상 떠올리지 말고,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지 않으며, 밝은 미래를 향하여 줄기차게 나아가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흘러간 과거는 이미 먼 바다로 갔다. 이제 내담자는 현재의 삶에 중심을 두어 스스로의 삶을 엮어야 한다. 운명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운명을 개척하고 새롭게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생각하여 주관과 객관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삶의 평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내담자는 비로소 자신의 삶에 환한 대낮에 벌거벗고 푸른 초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거칠 것 없는 자유인이 될 수 있다.


벗었지만 거리낄 것이 없고 아무 것도 구애받을 것이 없는 몸으로써 전혀 부끄럽지도 않은 원색의 자유, 맑은 영혼에 푸른 소망이 넘쳐나는 고귀한 생명체를 꿈꾸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생명의 총화, 곧 우주의 신비로운 삶 그대로일 것이다. 삶의 그런 상태에로의 도달은 많은 사람이 소망하는 생명의 환희이자 열정이다. 우리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이것을 맛보아야 사는 맛이 난다. 내담자는 그렇게 노력할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실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담자가 상담을 통하여 달라져 온 것처럼 말이다.


3. 치료 후 변화


치료는 종반기로 향하게 되었다. 이쯤해서 내담자는 우울증상이 많이 완화되거나 치료됐다. 자신의 부정성과 긍정성을 구분할 수 있고, 부정성에서는 그것이 어느 정도 부정적인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었기에 객관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런 점에서 치료자는 우울증 치료란 부정성을 해소하는 것과 아울러 객관적인 사고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라 본다. 다음은 치료 후의 변화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1)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상담 종료시점에서 내담자는 여러 면에 희망적인 모습을 보였다. 희망이 넘치는 내담자는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전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던 것에 비해 아버지 존재를 많이 생각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아버지를 부드럽게 대하지 못하는 점도 발견하게 됐다. 이런 점과 관련해 “남자는 나이 오십을 넘기면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그 생각이란 이 세상에 와서 이만큼 되면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정리하는 심리다.


그런 시각에서 내담자에게는 아버지도 웬지 모를 인생의 허무함이 자리할 것으로 이해했다. 물론 아버지의 경우는 다른 특별한 일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 남자들은 그런 편이다. 그때 옆에 있는 아내가 인정해주고 잘 한다고 격려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양약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아버지에게는 자녀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훌륭한 아버지, 우리의 장한 아버지로 인정해 드리는 것이 아버지에겐 무척 위로가 된다.


이런 생각에서 내담자는 “아버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내담자의 아버지에 대한 애정의 표시였다. 그리고 내담자는 그런 마음으로 아버지를 대했다. 아마도 그런 내담자의 마음이 아버지에게 사랑의 표현으로 전달됐을 것이다. 그 후 내담자는 그런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간단한 대화로 시도했다. 물론 아버지도 딸과 대화를 원할 것이다. 그 아버지는 이제 어엿하게 자란 딸의 모습을 보고 대학생이 된 딸과 인생에 대해 넋두리라도 늘어놓고 싶을 것이다.


실제 술을 많이 마시는 아버지들은 대개 애들을 보고 “아버지를 이해하라!”고 할 때, “그래도 아버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고 하면 고맙다고 말한다. 내담자의 아버지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도 나이에 따른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아내와 자녀에게 쉽게 말하기 곤란한 자신에 대한 고민도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아내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딸에게 불평도 할 겸 털어 놓을는지 모른다. 직접 털어놓으면 싸움이 될 테니 그렇게라도 하면 아버지는 조금 속이 후련하여 누그러질 수 있다.


그런 생각과 더불어 내담자는 아버지를 이해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이런 변화는 전에 아버지에 대해 원망하던 것에 비하면 실로 놀랍다. 이로 인해 그녀와 아버지의 관계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록 아버지가 그녀에게 꾸중을 한다 해도 대화를 지속한다면 가능하다. 내담자가 아버지와 대화하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대화하고 싶은 내용을 글로 써 보는 방법도 시도했다. 이때 내담자가 잠이 오지 않을 때, 술 마시는 아버지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몇 자 적어 아버지의 주머니에 가만히 넣어두는 방법이다. 그러면 아버지는 직장에서 틈나는 때 읽을 수 있다. 글은 몇 마디의 말보다도 일단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좋은 효과가 있다. 그러면 아버지도 내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쉽고, 내담자 역시 글에 기초해 말을 하게 되니까 어색하지 않다.


2) 이제까지의 생각을 바꾸다


내담자는 요즘 마음이 많이 안정되는 편이라고 했다. 혼자 있어도 그렇게 불안하지 않고, 가급적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했다. 그래서 내담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내 나이 21살에 상담을 받고 새삼스레 느끼는 것이 있어 적어본다. 나는 유난히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내가 바라는 친구, 내가 믿어왔던 부모, 내가 생각했던 세상 사람들에 대하여 참 많은 착각 속에 살아왔다. 부모란, 매사에 바르고 모범되며 자식에게 본이 되는 완벽한 인간으로 믿어왔다. 그들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이상의 신이 아닌 인간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보다 더 한 실수를 하고 많은 이에게 상처를 주며, 아니 오히려 그런 과정이 나를 완전한 성숙으로 인도할 것이다.


이제 난 그동안 쌓인 부모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버린다. 그들을 용서함으로써, 친구! 나에게 진정한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내가 필요할 때 언제나 옆에 있어주며 나를 인정해주고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는 이들, 나는 그런 친구를 기다렸고 원해 왔다. 그러나 나에게 그런 이들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없을지 모른다. 내게 사람 복이 없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인지 몰라도 나는 생각을 바꾼다. 내 옆에 누구라도 두려면(귀찮은 일이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비실비실한 못난이가 되어선 안 된다. 나의 능력 나의 여유로움을 보고 가식적인 접근을 하도록 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세상은 나 혼자인 것이다. 부모, 친구, 그들은 그들을 위한 그들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부질없는 나의 착각들을 깨닫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수차례의 상담을 받으며 느낀 바를 적었다.”


3) 독립성을 회복한 사람이 되다


내담자의 독립성 회복은 치료에 따른 존재 변화에 해당한다. 이런 변화는 치료되지 않으면 기대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가 내담자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실제로 치료자는 내담자의 글을 읽고 깜짝 놀랐다. 많이 외로워서 자신의 푸념을 늘어놓은 듯 한데, 내용은 상당한 경지에 이른 철학자 같았다. 실제 치료자는 내담자의 글을 어떤 고명한 철학자의 글을 읽는 느낌으로 읽었다. 다만 내담자가 단지 외로워서 깊은 고뇌와 회의에 찬 소산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의식하여 한 말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기만 한다면 너무나 놀라운 자기인식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실은 완전히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독립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담자가 말한 대로가 상당히 바람직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지구상에 혼자인지 모른다. 어쩌면 그 사실을 깨달을 때 세상이 바로 보일지 모를 일이다. 세상과 남이 바로 보이는 문제란 사실상 자신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이 옆에 있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가족 때문에 덜 외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는 아내도 남편도 알고 보면, 자기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결국 우리 인간은 어떤 면에서는 모두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이런 사실에 대하여 누구든지 부정적으로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의식하고 받아들이면 삶의 발전이 온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는 기대의 대상이기보다는 용서하고 이해하고 함께 협력할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는 타인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무언가 의지하기보다 그들도 나와 같이 약한 존재임을 알게 되면서 인간 동료애가 생기는 점에서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 세상을 떠나갈 죽음의 존재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날들을 감사함으로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좋다. 반복되는 일상생활을 늘 새롭게 맞는 마음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내담자가 생각보다 빨리 인격의 진전을 경험하고, 삶의 충실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진실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성실한 자세로 살아가는 내담자의 성숙한 인격, 그 모습을 그려본다. 진실로 이젠 내담자가 자신의 여건에서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을 발휘하면서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4. 결론: 말이 힘들 때는 메일이나 글로 상담하는 것도 좋아


이상에서 우리는 1차 우울증의 상담치료적 사례를 다뤘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시작하여 3년 정도라는 긴 세월 동안 치료한 것을 간추려 중요한 부분만 기술한 것이다. 우울증 치료가 이상의 사례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지만 다행히 여러 조건이 잘 맞아서 가능했다. 대개 치료란 치료자보다 내담자의 치료받으려는 의지, 치료받을 시간, 그리고 치료비용이 구비돼야 한다. 다행이라고 한 것은 내담자가 그런 조건에 부합된 경우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의 치료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내담자가 치료받을 의지는 있는데 경제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경우, 치료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치료받을 의지가 없는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는 경우 등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내담자의 사례는 여러 모로 성공적인 결과와 효과를 산출한 경우다. 게다가 이런 치료 사례를 통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초보자들이 실제로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서 임상경험을 비교적 소상하게 기술했다. 아울러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언어적인 문제가 있어 대화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에는 메일이나 글로 쓰는 형태도 활용할 수 있다. 말로 표현하는데 애로를 가진 환자들에게는 메일이나 글이 중요한 표현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치료자는 위에서 다룬 사례의 내담자와 3년여 상담기간 동안 말로 표현하는데 어려울 때 메일을 통해서 표현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했다. 그러다 보니 치료자에게 글로는 표현이 자유로운 그녀와의 메일을 통해 상담한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기간에 환자는 수많은 메일을 주고받으며 상담시 가졌던 느낌들을 표현하고, 외롭고 고독할 때, 그리고 문제의 일들에 대해 부가적으로 생각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메일은 환자의 심리 문제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면서 상담치료의 효과를 갖는다.


다만 이상의 사례는 체계적인 치료의 단계를 보이지 못하고, 중요한 부분만을 제시한 점, 그리고 질문과 답변의 형식이 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것을 말하면서 맺는다.


-크리스찬 투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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