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조직에 관한 소고
교회의 사조직<私組織>은 당을 짓는 악행
목사를 추방하고 교회를 동강 낸 사조직의 악행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자도 당을 짓나
박병진 목사(총신명예교수.교회헌법)
오래 전의 일이었으나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평화롭고 온화하던 어느 교회 제직 중에서 누군가가 제의하여 계를 만들면서 1번은 사모님께 드려 우리를 잘 관리하도록 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 하고 이를 수락한 목사부인은 공돈이 생기기도 하고, 매월 교회의 주요 제직들과 고급 음식점을 전전하면서 아름다운 교제가 시작되었다.
몇 달 동안은 아무 탈 없이 순조로웠으나, 돈을 타고서도 돈을 내지 못하는 이가 생겨, 집사가 저럴 수가 있나? 권사가 맞아? 하면서 비방하는 말들이 터져 나왔어도 그 달은 그냥 넘어갔다. 문제는 그 다음 달이었다. 돈을 못내는(안내는) 이가 또 생기게 되니, 계꾼들이 한바탕 싸우게 된다. 책임은 1번인 목사부인에게 돌아가게 되니 집사, 권사, 목사부인이 서로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격투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충격적인 소식이 온 교회에 번지게 되니 담임목사는 교회를 떠나게 되고, 그러고서도 싸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아 오랫동안 다투고 있었다.
또 다른 경우, 이 교회는 장로들 중에서도 재력으로나 관록으로나 비중 있는 몇 분과, 집사 권사 중에서도 역시 그런 분들이 단순히 친목한다는 이름으로 모여 돌려가면서 고급음식으로 한턱씩 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여 앉게 되니, 신앙에 관한 이야기와 교회봉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나중에는 교회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하면 안된다고 까지 말하게 되니, 장로들은 당회에서 친목회의 여론을 반영시키고, 집사, 권사들은 제직회에서 , 남전도회에서, 여전도회에서 친목회의 여론을 반영시키다 보니, 나중에는 친목회의 논의가 당회와 제직회는 물론이고 남녀 전도회까지 지배하는 양상이 되었다.
그러자 친목회원들은 교회에서 귀족들이 되고, 친목회원이 되지 못한 분들은 장로이거나 집사, 권사이거나, 당회나 제직회에 그냥 앉아만 있는 들러리가 된다. 이제는 이 친목회가 당회보다 높은 조직이요, 제직회보다 높은 조직이 되니, 담임목사도 친목회의 뜻은 거스를 수가 없게 되고, 담임목사의 자리에까지 위협을 느껴야 했다. 공동의회가 결의하고 노회가 허락한 목사위임식도 결사반대 어깨띠와 머리띠를 띄고 못하도록 하면서 결국 교회는 두동강이 났다.
교회헌법의 규정
정 제20장 제1조 「속회(屬會)조직」에 의하면 “지교회나 혹 여러교회가 전도사업과, 자선사업이나, 도리를 가르치는 것과, 은혜 중에 자라기 위하여 여러 가지 회를 조직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왜 선한 목적으로 하는 「게 조직」이나 「친목회 조직」을 비방하는냐고 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동 제2조 「속회관리」에 의하면 “어느 지교회든지 위에 기록한대로 여러회가 있으면 그 교회 당회의 치리와 관할과 지도를 받을 것이요, 노회나 대회나 총회지경 안에 보급하게 되면 그 치리회 관할 아래 있다. 당회원이나 다른 직원으로 각 기관에 고문을 정하여 연락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제1조의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회를 조직할 수는 있으나, 당회의 치리와 관할과 지도를 받지 아니하는 온갖 조직들은 무슨 이름을 붙였거나 목적을 내세웠거나, 불법조직이라고 하는 말이다.
또 우리 조직은 교회 안의 조직이 아니고 교회 밖에서의 사생활인데, 왜 교회법을 가지고서 불법 운운하는가 라고 항변하는 이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병이 들어도 어쩌다가 이렇게 깊은 병에 결렸는가? 신앙생활이 교회 안에서의 생활과 교회 밖에서의 생활이 서로 다르다는 소리인가? 당회의 통치권은 교회 안에서의 생활에만 국한되고, 교회 밖에서의 생활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인가?
총회의 결의
1915년 제4회 총회록 33면에 보면 “의지 없는 고아를 수양하는 자선사업 외에 온 교회가 한 지체가 된 명의가 있으니, 다시 의남매나 수양남매의 명칭을 두어 친근한 관계를 둘 필요가 없으니 이것을 금할 것”이라고 결의하였고, 1959년 제44회 총회록 397면에 의하면 “교인 간에 의부모, 의형제 맺는 일을 금지하여 달라는 청원건을 총회는 “이미 오래 전에 결의되어 있는 일이므로 각 노회에 명령하여 엄격히 실행하도록 하실 일이오며…”라고 하였으니, 의남매, 의형제, 수양남매, 의부모 등 관계를 맺고 친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일을 총회가 왜 금지했겠는가? 독거하는 할아버지가 수양아들을 두는 일은 무방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아들에게 여동생이 있거나 누나가 있어도 무방하겠는가? 그 딸에게 남동생이 있거나 오빠가 있어도 무방하겠는가? 하물며 할아버지가 수양딸을 두고, 할머니가 수양아들을 두는 일이겠는가?
한 두사람의 모임도 아니요, 한가정의 모임도 아니요, 계니, 친목회니 하고 그럴듯한 이름과 명분을 내세우고 끼리끼리 모여 남달리 친숙한 관계를 가지는 온갖 사조직(私組織)이 바로 성경이 금하는 당을 짓는 일이요, 수군수군하는 경우인데(고후 12:20, 롬 2:8, 갈 5:20, 유 19), 교회 안에서도 세인들처럼 결사(結社)의 자유를 찾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내세우겠는가? 만고불변의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은 오늘도 이같이 경계한다.
“…육체의 일은 현저하니, 곧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우상숭배와, 술수와 원수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리함과 이단과 투기와 술취함과, 방탕함과, 또 그와같은 것들이라. 전에 너희에게 경계한 것 같이 경계하노니, 이런 일을 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것이요…”(갈 5:20~21).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자들아! 어서 돌이키라! 당을 짓고 하나님의 나라 유업을 빼앗기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라! (2012.3.23.교회연합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