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이란 무슨 말일까?
조덕영박사의 창조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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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박사 |
그리스도 우리 주, 그 왕을 위해(Pro Rege) 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개혁주의 신앙에 따르면 세상 모든 절대 주권은 하나님께 있으니 우리는 그저 예수 믿고 선 하게 잘 먹고 잘 살다가 천당 가면 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개혁주의자로서 열정적 사랑과 뜨거움으로 사는 방법은 없을까? 마치 에스라처럼, 느헤미야처럼! 즉 느헤미야가 외쳤던 것처럼 건축하는 자가 각각 칼을 차고 건축(느 4:18)하듯 교회와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가정과 학교와 직장과 학문과 문화와 예술과 같은 세상 전 영역의 최전선에서 예수쟁이로서 세상 사람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사는 방식은 없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진 열정적인 개혁주의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영역주권(sphere sovereignty)이란 말을 최초로 사용한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였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화란의 개혁주의 목사 겸 신학자요 정치가였다. 하나님은 구속의 하나님인 동시에 창조의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은 만물을 그 종류대로(after its kind) 창조하셨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 “종류대로”의 창조 개념을 생물학적 영역에 그치지 않고 모든 창조 세상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마치 이사야와 예레미야와 에스겔의 소명이 다르고 베드로와 요한과 도마와 사도 바울의 소명이 다르듯, 세상의 다양한 국면들 속에도 각각 하나님이 창조하신 고유한 주권적 영역이 있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것을 영역 주권이라 하였다. 즉 아브라함 카이퍼는 구원의 적용범위를 인간뿐 아니라 창조세계의 전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그 최종목적은 원(原) 우주의 총체적 회복에 있다.
천국도 결국은 새하늘과 새땅이라는 창조의 장소이다. 그리스도는 죄로 인해 타락된 인류 구속을 위한 중보자이실 뿐 아니라 또한 파괴되고 왜곡된 창조세계의 회복자이신 것이다. 물론 이 의미를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새하늘과 새땅이 고장난 지구를 고치시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천국은 그런 인간의 물리적 수선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다만 우리는 세례 요한처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외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의 모든 영역 가운데 그리스도가 주인이 아닌 영역은 단 한 부분도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이 세계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영역의 창조주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다 하나님의 것이고, 그리스도의 것이며, 우리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영역을 회복함에 있어 하나님은 우리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 따라서 카이퍼는 이 세계를 ‘거룩’과 ‘세속’으로 이원화시키고 이 세상에서 도피하는 종교적 은둔주의 내지 도피주의를 반성경적인 것으로 본다.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열정을 품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 이 영역은 보편적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수동적 기도나 하며 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교회와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학교와 직장과 학문과 과학과 문화와 예술과 같은 세상 전 영역의 최전선에서 빛과 소금처럼 드러난 예수쟁이로서 세상 사람들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브라함 카이퍼는 영역 주권을 창조 원리로 재해석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이 같은 사상은 1880년 10월 카이퍼가 설립한 화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Vrije Unversiteit te Amsterdam)의 활동과 1898년 미 프린스턴 대학에서 행한 칼빈주의에 관한 스톤 강좌(Stone Lectures)에 잘 나타나 있다(이 강연은 Lectures on Calvinism이라는 제목으로 미 어드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도 몇 권의 번역본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론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사람은 카이퍼가 세운 화란자유대학 법철학 교수(1926)를 지내고 화란 왕립과학원 회원이었던 네덜란드의 기독 철학자 헤르만 도예베르트(Herman Dooyeweerd, 1894-1977)였다. 탁월한 기독철학자 헤르만 도예베르트를 통해 영역주권 사상은 개신교 영역 안에서 등장한 정치철학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체계적이며 개혁주의 세계관의 전통을 충실하게 반영한 기독교정치철학이 되었으며, 오늘날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가장 중요한 정치사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같은 기독교세계관 운동은 국내에서는 화란자유대학을 나오신 손봉호 박사께서 초대 이사장으로 계신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초대 공동 대표 김승욱, 조성표 교수)를 중심으로 그동안 많은 활동이 지속되어 왔다.
* 이 글은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kictnet.net)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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