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회의 교회재정 감독기능
이재복 장로(동숭교회 원로)
총회 헌법 제67조(당회의 직무) 5항에 ‘당회는 각종 헌금을 수집할 방안을 협의하여 실시케 하며 재정을 감독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교회재정을 감독하기 위하여 당회위원회(일반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두고 있다.
당회위원회는 제직의 활동을 감독하고 그 결과를 당회에 보고하는 직무가 있으며 정책위원회(교회 전체), 예배위원회, 선교위원회, 교육위원회, 생활(봉사)위원회, 행정위원회 등으로 구성된다. 각 위원회의 위원장을 임명하고 그에게 예산지출결재권을 부여하여 관할 제직부서의 재정을 감독하게 한다.
이 결재권 행사가 당회의 ‘눈’ 역할을 하는 기능이며 눈으로 감독한 결과를 당회에 보고함으로써 재정집행의 합법성과 투명성을 확인하는 기능이 된다. 위원장의 보고를 듣는 것이 당회의 ‘귀’ 역할을 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조직은 있어도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거나 위원장을 임명해도 지출결재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위원장’이 되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며 당회의 눈을 가리는 결과가 된다. 또한 당회장이 위원장에게 보고의 기회를 주지 않으면 당회가 ‘귀’의 기능을 상실하여 재정집행의 합법성과 투명성을 확인할 기회를 잃게 된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면서 무슨 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인가?
당회위원회를 당회에 두지 않고 따로 ‘위원회’라고 떼어 놓거나 제직회에 편입시키는 처사는 당회의 기능을 무력하게 만드는 범죄행위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이 계속 자행되고 있다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일을 못하게 만들어놓고 장로들이 협조하지 않아 교회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하면 일반 성도들은 그 말을 믿는다.
사람의 경우 눈과 귀는 머리(당회)에 붙어 있어야 기능을 발휘하지, 가슴이나 배에 붙여놓으면 그 기능은 죽는다. 이와 똑같은 이치이다. 당회위원회와 특별위원회는 당회에 붙어있어야 한다.
특별위원회는 당회위원회와 달리 제직회 부장을 거느리지 않으며 당회가 위임한 특별한 고유 사항을 담당하면서 필요에 따라 당회에 업무보고를 하게 되어 있다. 특별위원회는 장학위원회, 재산관리위원회, 감사위원회, 규정위원회, 대관위원회 등으로 구성한다. 모든 위원장은 당회에서 보고하고, 모든 부장은 제직회에서 보고하기 때문에 당회위원장을 제직회에 편입시키면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만약 어느 교회가 이러한 모순을 계속 유지하려고 고집한다면 소속 노회나 총회 재판국을 통하여 강제로 시정시키는 방법도 있다. 어떤 사람은 교회 일에 대해서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한국교회가 부흥하게 된 것은 교인들이 무식하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지만 이는 분명한 편견이다.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부흥 집회가 있었다. 그런데 집회 마지막 날까지도 성령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냉랭하였다. 그때 수석장로였던 길선주 장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하며 앞으로 나와서 “제가 아간과 같은 죄를 지었습니다. 저 때문에 하나님께서 부흥을 주실 수가 없습니다. 제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거금의 유산 이백원을 제게 맡겼습니다. 안심하고 맡길 사람이 저밖에 없다면서 자기 아이들이 자라면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돈에서 백원을 급한 일에 써버리고 나머지 백원만 전해주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이 길선주가 도둑놈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회개합니다. 제가 유족에게 그 돈을 갚겠습니다.” 그러자 곧 회개케 하시는 성령의 역사가 봇물처럼 터져 갑자기 회중들이 통곡하며 기도하고 너도나도 공개적으로 죄를 자백하고 데굴데굴 구르며 몸부림치는 회개의 집회가 이어졌다. 그런데 바로 이 일을 계기로 회개의 역사가 한국교회에 전반적으로 전파되어 한국교회에 부흥의 물결이 일어났다. 회개가 한국교회 부흥의 시발이었다.
1907년 이전에는 한국교회가 대체로 너무 가난해서 교역자들의 생활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실정이었지만 목회자나 교인들이 모두 신실하였다. 그 후 교회재정이 풍성해지면서 여기저기서 시험에 들게 되고 세속화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회개의 역사가 일어나야 할 때가 됐다. (2010.1.23.한국장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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