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두들겨 맞는 나라
박삼우 목사(영신교회)
이십여 년 전 미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여러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공권력의 위상이었습니다. 한번은 과속으로 경찰에게 걸린 적이 있었는데 차를 갓길에 세우고 창문을 내리고 손을 핸들에 얹어놓고 가만히 앉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미리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손을 핸들 위에 올려놓지 않고 아래로 내리면 자칫 총 맞을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머물 때 실제 그런 사건이 발생해서 신문에 일면 톱기사로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흑인 청년이 경찰의 제지를 받고 차에서 경찰을 기다리는데, 경찰이 걸어오는 중에 흑인 청년이 상체를 숙였습니다. 경찰은 발포했고 이 청년은 죽었습니다. 신문이 며칠 떠들었습니다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경찰은 상체를 숙일 때 총을 끄집어내는 것을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차 안에는 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경찰 처벌 받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이토록 철저합니다. 국회의원이 시위를 하다가 폴리스라인을 넘었다고 곧 바로 체포되어 연행된 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걸핏 하면 경찰이 두들겨 맞는 나라입니다. 얼마 전에는 파출소에서 어떤 사람이 칼을 휘두르며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잡혀 텔레비전에 방영되었습니다. 경찰이 의자로 칼을 막다가 안 되니 문 밖으로 도망가 행패 부리는 사람이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막고 다른 경찰은 아예 도망가 버리고……. 그 장면을 보면서 만약 경찰이 총기를 사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언론은 백이면 백 공권력 남용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납니까? 공권력에 대한 기본 인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처음부터 시민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시민들이 자기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고 그 권익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두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당연히 공권력이 자신들을 보호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국왕과의 투쟁을 통해 시민의 권익을 쟁취해온 선진국 사람들도 공권력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공권력을 세워주는 것이 자신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왕정시대에서 식민지 시대, 그리고 독재 시대를 거쳐 오늘에 왔습니다. 왕정시대 공권력은 왕이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식민지 시대 공권력은 점령자들이 식민지 백성들을 착취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독재시대 공권력은 민주화를 막는 방편이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할 수만 있으면 공권력은 억제해야 유익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공권력이 우리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방편입니다. 문제는 사람은 환경이 변해도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변했는데도 공권력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옛날 그대로입니다. 이제는 공권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법이 지켜지지 않고 법이 지켜지지 않으면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이 손해를 봅니다. 공권력을 세워주어야 합니다. (2011.6.19.코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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