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맘대로 교회 사고팔 수 있나?
논란이 되는 교회 합병과 매매 문제
강문대 변호사
교회 매매와 성직 매매가 요즘 교회 타락상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어찌 이런 일이 있나 싶은데, 이 문제는 기독교계 언론뿐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다루고 있다. <한겨레>의 4월 20일자 기사가 대표적이다. "'신도 ○○명, 권리금 ○천만 원' 교인들도 놀라는 교회 매매"라는 자극적인 제목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비난과 비판이 교회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때, 교회 양도에 관한 문제를 '법률적'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교회 양도'라는 용어는 여러 현상을 지칭한다. 가장 쉽게는 교회 건물 매도를 떠올릴 수 있다. 종래에는 교회 건물이 매매 대상이 되는 일이 흔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그리 진귀한 일도 아니다. 교회 건물을 팔아야 할 사정, 교회 건물을 사야 할 사정이 있는 교회도 있을 수 있으므로, 교회 건물을 매매하는 것 자체를 색안경 쓰고 볼 일은 아니다. 다만, 교회 건물을 매매할 때,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매매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그대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은혜스럽게' 진행한다면서 매매 약정을 대충 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다룬 사건 중에는, 두 교회가 교회 건물을 포함한 부속 토지에 관해 매매 약정을 체결했는데 매매 대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논란이 되어 결국 법정 다툼까지 하다가 매매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합의한 경우가 있다.
매매 대상 건물에 하자가 있는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매매 대상 건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매수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 하자로 인해 매매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80조). 매매의 목적물 즉 교회 건물에 전세권 등이 설정되어 있어도 마찬가지다(민법 제575조). 한편, 담임목사가 다른 이익을 노리고 교회 건물을 부당하게 낮은 가격에 판 경우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갑 교회가 을 교회의 건물을 구입했는데, 을 교회 교인들 다수가 갑 교회에 출석하게 되면 어떤 법률적 문제가 생길까? 애초에 갑 교회와 을 교회가 그런 점까지 의도하고 교회 건물 매매 약정을 체결하였다면, 그 약정은 단순한 부동산 매매 약정이 아닌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갑 교회가 을 교회의 사업까지 인수한 것으로, 즉 '사업 양도'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판정될 수 있다. 단순한 부동산 매매 약정과 '사업 양도' 약정의 차이점은, 전자의 경우에는 갑 교회가 을 교회의 부채나 근로관계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갑 교회가 그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갑 교회 입장에서는 가급적 그런 책임을 안 지고 싶겠지만, 갑 교회가 을 교회의 사업(선교 사업 등)까지 인수한 마당에는 갑 교회가 그런 책임을 안 지겠다고 주장할 수 없다. 일반 회사나 사업체의 경우에 이 문제는 '영업 양도'의 문제로 다룬다. 이런 의도가 없었는데도 을 교회의 교인들이 갑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교회 건물 매매로 취급한다. 을 교회의 교인들이 을 교회를 탈퇴하여 갑 교회로 간 것으로 평가될 뿐이기 때문이다.
'교회 양도'의 또 다른 형태는 '교회 합병'이다. 이는 두 교회(갑 교회와 을 교회)가 합쳐 새로운 교회(병 교회)가 되는 '신설 합병'과, 한 교회(갑 교회)가 다른 한 교회(을 교회)를 흡수하여 그 교회(갑 교회)로 존속하는 '흡수 합병'이 있다. 그러나 민법에는 교회와 같은 '비법인 사단'에 대한 '합병' 규정은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교회 합병'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각 교회가 합병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를 명백히 인식하면서 각 교인의 3/4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합병'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구성원 3/4의 동의는 비법인 사단의 해산에 필요한 요건인데, 합병과 같은 결과를 얻는 데도 그러한 정도의 동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법원이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춘 교단의 합병을 인정한 적이 있다(이른바 '기하성' 사건이 그것이다. 서울고등법원 2010. 4. 7. 선고 2009나47236 판결 참조). 이처럼 신설 합병의 경우에는 두 교회가 각각, 흡수 합병의 경우에는 흡수되는 교회가 교인들의 3/4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이 될 수 있다.
두 교회가 합병을 선언했지만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합병은 적법하지 않다. 이 경우 합병 선언에도 불구하고 두 교회는 애초의 모습 그대로 교회 재산 등을 각각 소유하게 된다. 만약 교회 건물을 매도하는 등으로 기존 교회 재산을 처분했다고 해도 그 대금은 여전히 기존 교회 교인들의 소유(정확히는 '총유')가 된다. 따라서 그 대금을 일부 교인이 임의로 사용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될 수 있다. 서울 성북구의 모 교회가 재개발 과정에서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이후 동대문에 소재하는 다른 교회와 합병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그 합병 절차가 적법했는지 여부에 대해 교인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 현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처리가 될 것이다.
특정 목회자가 교회를 인수하는 것도 '교회 양도'라고 할 수 있을까? 목회자는 교회의 대표자지 교회 자체는 아니므로 새로운 목회자가 교회에 부임하는 것을 두고서 교회 양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경우는 대표자의 교체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재 언론에서 비판하는 것은 대부분 이런 상황에 대한 것이다. 즉, 갑 목사가 다른 교회 을 목사와 거래를 하여 그 교회를 사는 것으로 하고 을 목사에게 거액의 돈을 준 경우가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가 매매에서나 있을 법한 권리금까지 오가고 있으니 이를 두고 '교회 매매'니 '성직 매매'니 비판해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경우 법률적 문제는 어떻게 될까?
먼저, 을 목사는 갑 목사에게 '교회'를 팔 권한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교회(공동체)'가 매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교회 건물로 국한해서 보더라도 교회 건물을 목사가 개인적으로 팔 수는 없다. 교회 건물은 교인들 전체의 총유 재산으로서 교인 총회의 결의가 있어야만 처분할 수 있다(민법 제276조). 교회의 대표자라고 해도 교인 총회의 결의가 없는 한 교회 재산을 처분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73626 판결 참조). 그렇기 때문에 갑 목사가 을 목사에게 교회 인수 명목으로 매매 대금 및 권리금을 줬다고 해도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문제일 뿐 교회의 교인들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즉, 갑 목사가 교회를 산 것으로 취급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의 교인들은 갑 목사를 청빙하지 않을 수도 있고, 청빙한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임할 수도 있다. 을 목사가 자신의 퇴직금 명목으로 갑 목사로부터 돈을 받은 경우에는 이런 문제를 따질 여지도 없다. 그런 경우에는 갑 목사가 을 목사 개인에게 그 돈을 지급한 것으로 취급될 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을 목사가 갑 목사로부터 돈을 받을 목적으로 갑 목사의 자격과 능력을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은 채 갑 목사를 후임 목회자로 교인들에게 추천했다면, 을 목사의 행위는 '배임수재죄'에 해당할 수 있다(형법 제357조). 그런 경우 갑 목사는 당연히 '배임증재죄'에 해당한다. 그런데 만약 교회가 직접 나서서 갑 목사로부터 돈을 받은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회가 나서서 갑 목사에게 을 목사에 대한 퇴직금 명목으로 교회에 헌금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 을 목사와 갑 목사에게 배임수재죄와 배임증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빼고는 위의 경우와 다른 점이 없다. 즉, 헌금을 한 것에 어떤 대가가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갑 목사는 교회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갑 목사는 교회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교회에 '헌금'만 할 수도 있다. 이는 갑 목사가 성격이 애매한 돈을 지급해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갑 목사가 감당해야 할 뿐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필자는 앞에서 교회 양도 문제를 법률적으로 고찰하겠다고 하였는데, 일을 진행해 보니 교회 양도 문제에 대해 법률적으로 고찰할 점은 그리 많지 않다. 교회가 사업체도 아니고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도 아니다 보니 교회 양도와 관련한 법률상 쟁점이 많이 없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신앙적'으로 점검하거나 '도덕적'으로 성찰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인은 물론이고 일반인도 위와 같은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교회는 일반 단체와 다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교회가 비신앙인들의 상식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선교의 일차적 과제가 되어 버렸다. (2011.8.12. 뉴스앤조이)
이 글은 <복음과상황> 8월 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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