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목사와 위임목사의 지위
강문대 변호사
교회 분쟁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목사의 지위에 관한 것이다. 가장 격렬한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요인 또한 목사의 지위다. 목회자를 신성시하는 분위기가 강한 한국교회 내에서 목사의 지위를 둘러싼 대립이 자주 또 격렬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안 가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필자가 경험한 교회 분쟁 중 다수가 목회자의 지위를 둘러싼 분쟁이었고, 널리 알려진 교회 분쟁 사건, 이를테면 제자교회와 광성교회의 다툼 또한 그 주된 원인은 목회자의 지위를 둘러싼 것이었다.
목회자의 지위를 둘러싼 다툼이 이토록 많이 생기는 이유는, 교회 내에서 목회자의 권한이 매우 강한 반면, 그 권한이 교인들의 위임과 신임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인데, 그 목회자는 외부 기관에 의해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에 의해 청빙된다. 왕권이 신으로부터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시민혁명을 불러일으켰듯 교인들이 목회자를 청빙하는 구조는 교인들과 목회자 사이의 긴장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교회 분쟁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목회자의 지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목사의 지위와 관련하여 먼저 검토해 봐야 하는 것은 '임시목사'의 지위다. '임시목사'는 교회법적으로는 '위임식을 거치지 않은 목사'를 의미하는데, 일반 법적으로는 재임 기간이 정해져 있는 목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애초 위임식을 거칠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위임식을 거치지 않은 이상 임시목사로 보아야 한다. 이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연인이 아직 법적인 부부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임시목사의 임기는 교단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년이고 최근 예장통합 측이 3년으로 정하였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부목사도 개념상으로는 '임시목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임시목사'의 지위와 관련하여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임시목사가 임기 종료 이후 재청빙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계속 시무하고 있을 경우 그 지위의 인정 여부이다. 많은 교회에서 임시목사들이 재청빙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계속 시무하고 있어 이 문제는 교회 내에서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임시목사가 재청빙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계속 시무하고 있을 경우 그 임기 종료 시에 목사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수원지방법원 2008. 5. 20. 선고 2007가합10576 판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06. 11. 3.자 2006카합379 판결).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매우 명징한 것이기는 하지만 재임 기간이 오래된 임시목사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교회 내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임시목사의 임기가 1년이어서 현실적으로 매년 청빙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에 필자는 임시목사의 재임 기간이 오래되었고 그 지위에 이의를 제기한 교인들이 아무도 없었던 경우에는 교회가 묵시적으로 재청빙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는 경우에도 임시목사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라도 그 지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교인이 있을 경우에는 마지막 임기 종료 시점에 다시 명시적인 재청빙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그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청빙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당연히 그 지위가 상실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검토해 보아야 하는 것은, 임기 중에 있는 임시목사와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위임목사에 대해 교인들이 불신임 또는 해임을 결의할 수 있는가 이다. 정관이나 헌법에 그런 취지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감리교의 경우 구역 인사위원회에 그런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정관이나 헌법에 그런 취지의 규정이 명시적으로 있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법원은 그런 경우에도 교인들이 불신임 또는 해임을 결의할 수 있다고 본다.
"권리능력 없는 사단과 그 대표기관(교회의 담임목사도 이에 해당된다) 사이의 관계는 위임계약의 관계라 할 것이고(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74817 판결 등 참조), 위임계약에 있어 각 당사자는 그 관계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으며(민법 제689조 제1항), 더구나 종교단체인 교회 및 소속 교인들과 그 대표자로서 교인들을 신앙적으로 지도하는 담임목사 사이에는 고도의 신뢰 관계가 요구되므로, 만약 담임목사가 이 사건 총회(예수교대한성결교회를 칭한 것이다-필자 주) 헌장을 위반하거나 교회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하는 등의 과오를 범하여 교인들로부터 신망을 잃게 되었다면, 비록 이 사건 총회 헌장에 담임목사에 대한 재신임 절차나 그 의결정족수가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더라도, 담임목사의 청빙을 결의한 기관인 이 사건 총회 소속 각 교회의 사무년회(장로교에 있어서 공동의회에 해당하는 것이다-필자 주)는 재신임 투표 결과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서의 의결정족수인 출석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당초 이루어진 담임목사 청빙 결의를 철회하는 불신임 결의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6. 7.자 2011카합281 결정. 같은 취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05. 9. 8. 선고 2004가합13954 판결).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대법원도 "일반 사단에 있어서 그 정관에 대표자의 해임에 관하여 규정한 바가 없다 하더라도 그 선임기관이 아무 제한 없이 대표자를 해임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1979. 6. 26. 선고 78다1546 판결). 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하여 교인들이 목회자를 불신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인바, 향후 각 교단의 헌법에 이런 취지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킬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목사가 명백한 비위 행위를 하였는데도 교회 내에서 불신임이나 해임을 의결하기 어려운 경우 교인들 중 일부가 법원에 목사의 해임을 청구할 수 있을까? 법원은 "민법상 사단법인의 대표자에 대한 해임청구 소송은 기존 법률관계의 변경·형성의 효과를 발생함을 목적으로 하는 형성의 소로서 법률에 그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나, 대표자 등의 직무상 과오나 부정의 정도가 중대하여 이를 묵과한다면 단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구성원에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한편 단체의 정관이나 인사 규정 등에 의하여 그 대표자나 임원의 직무를 정지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그러한 절차가 있어도 그에 따른 해임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사에 대한 해임청구권을 인정한 상법 제385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하여 아주 제한적으로 그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서울지법 동부지원 2000. 9. 29. 자 2000카합1702 결정). 그러나 위 판결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 요건이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우므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목사에 대해 교회 내부에서 불신임 또는 해임을 결의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결의 없이 바로 법원에 해임 청구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목사가 노회에 소속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노회가 개 교회 목사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을까? 노회가 권징 절차를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즉 권징 절차를 통한 재판에서 면직이나 출교 판결이 선고되었을 경우 그 목사의 지위가 박탈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권징 절차 외에도 노회가 의결로서 목사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도 교단의 헌법이나 정관에 그런 규정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이런 규정으로는, 한국기독교장로회 헌법 정치편 제26조의 노회의 해약 규정과 감리교 헌법 제198단 제97조의 감독의 직무 규정이 있다. 그런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노회가 의결로서 목사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장로교 교단의 대부분의 헌법에는 '권고사직' 규정이 있는데, 이것은 용어 그대로 노회가 목사에게 사직을 권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기 때문에 목사가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직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에 한 교단에서 면직 처분을 받아 목사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이 그 교단을 탈퇴하여 목사로 행세하면서 온갖 불법을 저지른 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적이 있다.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소속 교단에서 목사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이 그 교단을 탈퇴한 경우 목사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을까? 특정 교단에서 목사 자격을 박탈당했다면, 그 사람이 다른 새로운 교단에 가입하여 그 교단에서 목사 자격을 다시 부여받지 않은 이상, 목사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면직 목사에 대해 다시 목사 자격을 부여하는 절차와 요건에 대해서는 전 교단이 합일점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느 한 교단이 비위 행위를 저지른 목사를 면직했는데도 다른 교단이 그 목사에게 바로 목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바, 그것은 교인들 및 일반 국민들로부터 목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필자가 2009년 9월부터 연재한 '가이사의 법정에서'는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지난 2년 3개월 동안 총 27회의 원고를 게재하였다. 교회 내 의결의 효력 문제, 목사와 장로 및 교인들의 지위 문제, 교회 재산 문제, 교회 내의 노동법과 형사 문제, 교회와 행정 규제에 관한 문제 등이 그 동안 다룬 내용들이다. 필자로서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교회 내 법률문제를 연구하고 정리하는 데 좋은 기회였는데, 독자들께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궁금한 마음이다. 교회 내 분쟁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혹 필자의 글을 읽고 상처를 받았거나 혼란이 생겼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얕은 지식과 부족한 도량 때문일 것이므로,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부디 주님의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라고 했던 주님의 가르침을 나는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알아서 하실 테니 네 일은 네가 최선을 다해 행하라는 말씀으로 새긴다. 연재 기고라는 나의 일을 아쉬움 속에서 마친다. 나머지 일은 하나님께서 하실 것으로 믿고 위로를 얻는다. 귀한 지면을 허락해 준 <복음과상황>과 글을 읽어 주시고 격려와 질책을 아끼지 않았던 독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11.12.6. 뉴스앤조이)
'말씀의 은혜 > 교회법·특별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 자리’ 잃고 있는 개척교회의 현실 (0) | 2011.12.26 |
---|---|
상속은 어떻게 승인하고 포기하는가 (0) | 2011.12.24 |
공동의회, '당회만이 소집권한... 모순' (0) | 2011.12.07 |
소망교도소 개소 1주년 기념행사 (0) | 2011.12.02 |
완전초보 담임목사의 목회계획 (0) | 2011.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