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은혜/교회법·특별기고

상속은 어떻게 승인하고 포기하는가

에바다. 2011. 12. 24. 18:07

                상속은 어떻게 승인하고 포기하는가    


   권영상 변호사


   창조주가 피조세계에 부여한 존속의 유예시한인 ‘시간(時間)’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법에 있어서도 ‘시간’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법이 어떠한 상황에서 일정한 법률효과를 부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서 흔히 시간이란 요소를 주요한 요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일정한 법률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놓기 위해 늘 유념하고 점검해야 한다.


   법에 있어서 시간은 다양한 모습을 띤다. 일정한 시점에다가 법률효과의 시작과 끝이 좌우되도록 만들어 놓은 ‘기한(期限)’이라는 개념이 있는가 하면, 특정의 시점 자체를 말하는 ‘기일(期日)’이나 얼마간 계속된 시간을 말하는 ‘기간(期間)’이 있고, 그리고,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된 사실상태에 따라 권리를 부여하기도, 소멸시키기도 하는 ‘시효(時效)’라는 아주 중요한 제도도 있다. 오늘의 논제인 “상속(相續)을 승인하거나 포기하는 방법”에 관하여도 ‘시간’은 재미있는 의미를 가지므로 이를 주의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피상속인(사망자)이 사망했더라도 상속인들에게 당연히 재산상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은 자유롭게 이를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다. 여기서 ‘승인’이라고 함은 피상속인에게 속한 재산상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자기 것으로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말하고, ‘포기’라고 함은 상속의 효과를 전혀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상속을 승인할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가졌던 부동산, 동산, 유가증권 등과 같은 적극재산(積極財産)들 뿐만 아니라, 소극재산(消極財産), 즉, 빚도 떠안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민법은 상속인들의 입장을 배려하여 상속승인을 하더라도, 전면적으로 승인하는 ‘단순승인(單純承認)’(민법 제1025조)의 방법 외에도 ‘피상속인의 적극재산 한도내에서만 그의 빚을 안겠다’고 선언하는 ‘한정승인(限定承認)’(제1028조)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그런데, 법은 상속인에게 자유를 부여하면서도 그 자유를 누릴 ‘시간’을 마냥 부여하지는 않는다. 원칙적으로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의 기간(期間)’내에 상속을 승인한다거나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제1019조). 상속개시있음을 알았다는 것은 피상속인의 사망사실 외에 혹 선순위상속인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밀려서 상속인이 된 후순위상속인의 경우는 그같은 사실을 포함하여 알았음을 의미한다. 상속인이 자신에게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알고서도 3개월 내에 법원에다가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를 담은 신고를 하지 않거나, 혹 상속인이 된 것처럼 미리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하면, 채무까지도 상속받기로 하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제1026조1항,3항). 그러므로 상속인들로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상속순위에 따라 그 효과를 전부 받을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받을 것인지, 전혀 상속을 받지 않겠다고 할 것인지를 되도록 신속하게 판단한 다음, 그 결론을 법원에다가 신고해야 한다. 이는 여타 공동상속인들과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후순위상속인들을 위해서도 긴요한 일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억울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민법은 그 같은 일이 없도록 몇차례 법개정을 해가면서 앞서 말한 원칙을 보완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다. 즉, 우선, 상속인은 승인이나 포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고(제1019조 제2항), 만약 3개월의 기간이 부족하면 법원에 그 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제1019조제1항 단서). 다음,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내에 알지 못해서 단순승인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라도 이후 그같은 사실을 안 날로부터 다시 3개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019조 제3항).
   반면에 우리 민법은,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고도 상속재산을 숨기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소비하거나, 일단 한정승인을 해놓고서도 재산목록을 작성하면서 일부를 누락시키는 등의 신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아예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해버림으로써 일정한 제재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제1026조 제3호).      


   물론 우리들은 물질적 재산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러운 신앙유산을 남기는데 더 힘써야 할 것이지만, 혹 상속이 문제되더라도 분쟁이 없도록 슬기롭게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약1:17) (2011.4.28. 크리스천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