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기도하면 치료된다는 시각 벗어나자"
우울증 마무리하고 강박증 연재하는 김충렬 박사
김충렬 박사
(크리스찬투데이 DB)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의 ‘우울증 강좌’가 지난 주 25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자살과 각종 중독에 이어 우울증까지 현대 사회에서 문제되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들에 목회적 처방을 내려온 김충렬 박사와 연재 마무리를 기념해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자살과 중독증, 그리고 우울증은 현대인들의 정신문제에서 중요한 키워드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연구하고 연관지어 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자살이 우울증이라는 병리적 상태에서 시도되고, 또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중독증과 연관되는 편입니다. 앞으로도 이 세 가지는 현대 사회에서 계속 문제되는 정신증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연재 도중 최근 정부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정기검진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고, 정부 발표 내용 중 보완할 점은 없나요.
“우울증을 정기검진 항목으로 지정하였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이는 정부가 국민 건강 차원에서 우울증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도 직장인에게 정기 건강검진에서 우울증 검사를 의무화했는데, 이는 우울증의 심각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정상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주변 동료와도 연계 업무에서 차질을 빚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정부가 정신적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조기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을 한 점에서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어린아이 때부터 우울증 검사를 실시해 체계적으로 치료하고, 검진에 따른 후속 대책을 자격을 갖춘 전문치료사가 마련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우울증에 대한 국민적 홍보 차원에서 언론, 특히 방송에서 특집으로 다루는 일이 필요합니다. 국민 계몽 차원에서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방영해야 합니다. 그에 따라 관심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보다 전문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내놓고, 예방 차원에서 학교나 직장에서 특강을 실시하는 등 분위기 조성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박사님께서 자살을 연재하실 때는 유감스럽지만 전직 대통령까지 자살하는 등 큰 이슈가 됐고, 중독이나 우울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담가이자 학자로서 사회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시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제가 연재를 하면 사회적 이슈가 돼 쟁점화되거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점은 저 역시 놀랍기만 합니다. 제가 무슨 예언자가 된 듯한 기분도 없지 않은데요, 실제로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하고 싶네요. 제가 사회 이슈를 읽어냈다기보다, 현대인의 정신질병 증상을 눈여겨보면서 사회 문제를 지적하거나 드러내는데 열중했을 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로지 현대인이 가진 정신적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 뿐이었어요. 깊이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이런 정신 질병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점이 때가 되니 터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비결 아닌 비결을 말하라면, 개인적으로는 현대인의 심리나 정신적 문제를 간과하거나 방관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리려던 것이 용케 잘 들어맞았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이 문제들은 다른 심리 문제와 관련해 계속 나타날 것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신학교에서도 실제적 대비책을 세워 전문가를 양성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신학교에서는 이론에만 치우치는 데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증상을 연구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이론과 실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를 덧붙이면, 이런 사회적 현상이 우리 기독교인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심리나 정신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도로 일관하려는 단순한 대응책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일 뿐 아니라 전문성을 높이는 치료 기술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울증 예방을 위해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그리고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먼저 신앙인의 긍정화를 부단히 추진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정신 에너지가 고갈돼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형식적 신앙보다는 실천을 고려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실제로 정신적 문제는 “생각을 많이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앙생활도 보다 실천을 유도하는 대책이 바람직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 신앙에서 봉사를 중요시하는 일과 함께, 구역장이나 부교역자들이 우울증에 대한 상식을 갖추도록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교역자들이 우울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정신질병에는 우울증이 나타나는데, 이를 단순히 우울증이라 진단내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습니다. 주 증상이 우울증일 때만 우울증으로 진단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정신 질병에는 부차 증상 3-4개가 따라오게 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우울증상을 보이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보면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고요? 이는 증상 정도에 따릅니다. 우선 증상이 경미하다면 주변에서 간단하게 에너지를 주는 쪽으로, 이를테면 위로하거나 격려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치료를 받도록 권면하거나 치료받을 수 있는 분위기로 유도해야 합니다.
우울증은 증상이 경미하건 심하건 일단 주위에서 그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들을 대하면서 또는 대화하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거나 짜증을 내는 것은 그들의 우울증을 증가시킬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위로하거나 격려하고, 나아가 희망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쪽으로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 비교’를 통해 그들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위로하거나, 아직 그들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힘을 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방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우울증 환자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 힘들고, 심지어는 죽고 싶다’고 합니다. 사람은 약해질 때 기대고 의존하고 싶은 심리가 증가하는 점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를 더 많이 이해하고 수용하여 격려하고 위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나 목회자들은 성도나 지역 주민들의 우울증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첫째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교회나 목회자들은 정신질병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신적 문제는 기도만 하면 간단히 치료되거나 해결된다며 신앙 위주의 판단을 하기 쉽습니다. 이는 정신질병에 대한 인식 문제입니다. 실제로 교회와 목회자는 성도나 지역 주민들의 정신질병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오로지 신앙의 문제에만 치중하다 보니 이런 점에 눈을 돌리지 못한 것입니다.
둘째로 지역 주민들의 우울증에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물론 신앙적 모임이기에 신앙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넓게는 선교의 차원임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예배만 드리는 신앙행위 위주가 아니라, 여리고로 내려가다 강도 만난 사람을 자신의 이웃처럼 도와준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선행을 베풀 때가 지금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정신적 질병으로 고통당하고 가정이 파산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교회가 정신질병에 걸린 주변 이웃들을 어떤 형태로든 도우려 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셋째로 실제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교회에는 이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 모임에서 이 문제의 대응책을 논의하다 보면 전문가들이 봉사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목회자들이 그들을 기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함게 문제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도울 수 있도록 연계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을 개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성도들의 영적 건강을 위해 신앙사경회를 열듯,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에도 힘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앙이 정신질병을 예방하는 직·간접적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강박증에 대해 연재하실 예정인데,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강박증은 예전부터 까다로운 성격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박증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정신질병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강박증을 4대 질병으로 규정한지도 벌써 40년이 지났습니다.
강박증은 대개 작은 것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현상, 특정한 사항에 집요한 성격이나 고정적 시각을 보이는 것, 어떤 사안이나 관계에서 지나치게 철두철미한 특성을 보이는 것, 융통성이나 유연성 없이 상대방을 대하는 것 등 실로 다양합니다. 이런 강박증을 고찰하여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치료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박증으로 인해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강박증을 단순히 까다로운 성격으로 알고 있는 데서 벗어나, 그 실상을 파악하면서 치료를 받고 활기찬 생활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강박증은 특히 신앙인들에게서 상당히 많이 나타납니다. 이런 강박증을 연구함으로써 삶이 활력을 얻고 복잡한 삶에서 더욱 유연하게 대처하는 효과도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크리스찬 투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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