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회 금융대출 4조 9천억 집계
전체 2.5% 수치, 교회파산에 대한 우려도
예배당 건축비로 4조 9천억원 대출, 장로들이 연대보증
미국은 부채를 갚지 못해 270개 교회가 경매나 은행에 압류
전국 교회들이 농협과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에서 대출한 금액이 총 4조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호금융회사들의 전체 대출규모인 200조원 가운데 2.5%에 달하는 수치로, 적지 않은 규모이다. 이에 반해 은행권의 대출은 1%에도 미치지 않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집계는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50개 상호금융회사에 대한 특별검사 동중, 교회대출의 비중이 높은 것을 발견해 대출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알려졌으며, 교회의 대출규모가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호금융권에서 대출한 교회들은 대부분 예배당 건축이나 증축을 위해 사용했으며, 대출을 위해 장로들이 연대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금융권에서 교회대출 비율이 높은 이유는 연대보증을 선 장로들로 인해 부실율이 약 0.3%로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며, 교회들은 예배당건축이 일반 상가나 주택건축보다 고난이도 기법이 많이 사용되어 건축비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대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권 가운데 교회대출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농협이다. 농협은 지난 2001년 최초로 교회 전용상품인 ‘미션대출’을 출시하고 10개월만에 380건 1716억의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농협은 전국 영업점을 통해 적극적인 교회 마케팅을 시작했으며, 현재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교회에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교회대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수협으로 나타났다. 수협은 교회대출을 틈새시장 공략으로 보고 지난 2001년 ‘샬롬대출’을 출시했으며, 이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목사·장로들을 대상으로 순회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협은 2001년 29억원 정도였던 교회대출액 규모가 2010년 기준으로 전체 대출의 10%에 달하는 1조 7,000억원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상호금융권에서의 교회대출이 늘어난 것은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건축에 집중하는 상황과 대출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일부 금융기관의 여신확장 목표에 교회의 연체율이 낮다는 점이 맞물린 결과이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의 경우 예배당 건축을 위해 대출받은 금액이 상당한 액수에 달하고 있다. 서초구에 위치한 S교회의 경우 건축을 위해 대출한 금액이 600억원이며, 서빙고동의 O교회의 경우 300억원이다. 이 경우 1년간 이자만 수십억에 달하기 때문에, 금융권으로서는 좋은 대출대상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안산의 D교회 338억, 종로구의 S교회 208억, 양천구의 J교회 188억, 인천의 J교회 130억, 인천의 S교회가 107억에 달하는 대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회는 원래 비영리 법인으로 공익적 성격이 강해 담보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꺼려왔었다. 그러나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교회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금융권에서 교인들을 담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한 몫하고 있다.
금융권은 과거와 달리 교회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교인들이 내는 헌금으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그로 인해 연체비율이 일반대출에 비해 1/10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교회대출 상품의 경우 20세 이상의 성년 교인수와 교회의 내분 여부, 현금규모 등의 체크리스트를 거치게 되며, 이 경우 연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교인이 한 명 등록하는 순간, 그 교인은 교회의 대출담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권이 교인수를 헌금을 낼 수 있는 인원으로 파악해, 교회의 대출가능 액수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 기인한다. 특히 장로들이 연대보증을 서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겨진 교회가 2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중 은행에 압류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에 은행에 압류된 뒤 경매처분된 교회만 138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파산하는 미국교회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미국 최대교회로 알려진 크리스털처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실제 한국교회에도 이러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무리한 건축과 과도한 대출로 인해 교회가 분쟁에 휩싸이기도 하고, 헌금의 대부분을 대출이자를 갚는데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인천의 K교회의 경우 건축을 진행하며 은행으로부터 23억원의 대출을 했으나, 이후 10년간 늘어난 빚이 43억원에 달하게 되었다. 이 교회는 매월 들어오는 헌금의 절반수준인 4,000~4,500만원을 대출이자를 갚는데 사용했으며, 이러한 재정상황을 교인들에게 알린 재정위원이 위원직을 박탈당하면서 내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장로들이 보증을 서면서 피해를 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양천구의 S교회의 한 장로는 교회증축에 들어가면서 연대보증을 섰다가 집이 압류되는 일을 겪었다. 이 장로는 “처음에 무리한 공사라고 생각해 거절했지만, 담임목사가 매일 찾아와 ‘순종하면 복 받는다’고 말해 요청을 들어주었다가 결국 집을 압류당했다”고 밝혔다. 이 교회는 결국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경매에 넘겨졌다.
이렇게 무리한 건축으로 인해 교인수가 줄면서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동작구의 S교회는 담임목사가 독단적으로 무리한 교육관건축에 나서며, 금융권으로부터 21억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매월 1,000만원 이상을 대출이자로 지출하면서 부담이 늘어나 교인수가 줄기 시작했다. 특히 교육관 건축과정에서 장로 15명 중 8명, 권사와 집사 200여명이 교회를 떠났으며, 2,000명에 달하던 교인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교인수 감소로 인해 헌금이 줄면서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교회는 담임목사와 교인들의 갈등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대출로 건축에 들어간 교회들은 헌금확보를 위해 교인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먼저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등의 직분자를 대거 임명해 거액의 건축헌금을 작성하도록 종용하기도 하며, 솔로몬의 일천번제에 착안한 일천번제 헌금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심지어 신축할 예배당 앞에 심을 나무마다 1,000만원의 헌금을 내는 교인에게 이름과 번호를 부여한다는 ‘천수림 헌금’을 만든 교회도 있다. 이러한 헌금강요에 지친 교인들은 교회를 옮기거나 아예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교인수의 증가로 인한 건축이 오히려 교인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손봉호교수(고신대석좌교수)는 지난해 12월 미국 크리스털처치 매각을 보며 한국교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특히 미국 크리스털처치의 파산이 교인수의 감소로 인한 것이며, 한국교회도 건축으로 인한 부담으로 교인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교수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교회들은 건물의 유지보수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다”며, “최소한의 필요만 갖춘 검소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는 크리스털처치의 매각을 바라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무리한 건축으로 인해 교인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늘어남에 따라 대출금이 교인들의 건축헌금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교인감소로 이어져, 결국 한국도 미국의 예와 같이 파산하는 교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회들의 무리한 대출과 건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2012.4.19.기독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