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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를 꽃피운 여성 리더십, 그 미래는

에바다. 2012. 5. 11. 12:36

한국 교회를 꽃피운 여성 리더십, 그 미래는
한국 개신교 역사를 통해 본 여성 리더십 유형과 역할


  초기 전도부인들

 

  한국 개신교 공동체가 태동하고 성장한 역사는 근대 한국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 시기와 일치한다. 한국 개신교 여성 리더십은 바로 이런 성장 속에서 형성되었고, 시대적 역할을 수행했다.


구체제가 붕괴하고 개화기라는 시대적 공백기가 열리자 초기 한국 개신교 공동체 내에는 ‘전도부인’으로 대표되는 변혁적 리더십이 형성되었다. 해방 이후 남북 분단과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는 시대적 격변기에는 여성 평신도의 섬김의 리더십이 핵심이 되어 한국 교회 성장을 견인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미증유의 정보지식경제시대를 맞아 새로운 리더십, 곧 공감의 리더십을 모색해야 할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


초기-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이 시기의 가장 큰 사회적 특징은 구질서의 붕괴다. 구체제가 무너지면서 권력의 공백이 생겼고, 개화의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질서가 부상했다. 이 시기 한국 개신교 공동체는 제도를 형성하는 중이었으며 제도적 공백기였다. 이러한 상황에 선교사가 들어오면서 한국 개신교 공동체에 ‘전도부인’이라는 전혀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했다.


한국 교회는 이화학당을 세운 메리 스크랜턴 선교사가 1885년 최초의 여성주일학교를 설립한 이후 수많은 여성들을 교육하여 전도의 기초를 마련했다. 당시 성경학교나 여성 기독교학교에서 교육받은 여성 평신도들은 ‘전도부인’으로서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봉사하고 구제하고 복음을 전파했다.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전도부인’들은 전문지식과, 전문인이 갖추어야 할 목적지향적인 강한 의지와 인내, 사랑과 창의력, ‘권서’로서 성경을 파는 강한 추진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선교 초기 한국의 첫 여성 교역자이자 한국 개신교 역사에 위대한 공적을 남긴 전도부인은 당시 가부장적 유교 사회구조에 갇혀있던 여성들을 교회로 끌어내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도운 주역이었다.


초기 선교사들이 “바이블 우먼”(Bible Woman)으로 부른 전도부인은 말 그대로 ‘성경을 담당하는 여성’이자 ‘전도하는 여자’로서, 외국인 선교사들이 당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감당했다.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열약하고 가장 낮은 지위를 가진 여성이 리더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전도부인은 한마디로 ‘약함의 강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구시대가 켜켜이 쌓아놓은 사회적 제약 가운데서도 전도부인은 교회 공동체와 사회의 다리 역할을 했으며, 나중에는 교육을 통해 스스로를 지식 인력으로 전환했다. 초기에는 비공식적 (평신도) 리더였으나, 나중에는 사회적 지도자로 확장되었다.


전도부인으로 대표되는 초기 단계의 개신교 여성 리더십은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ve Leadership)이라 부를 수 있다. 그들은 개신교 공동체의 개척자로, 구체제 붕괴 이후의 새로운 질서의 개혁자로, 지식(성경) 보급자로, 사회 개혁과 식민지 저항운동의 선구자로 복합적 기능을 수행했다. 또한 그들은 교단이 부재했던 제도적 공백기에 한국 개신교의 역사적 초석을 놓은 사람들이었다. 선교사들을 도우면서 개화기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흡수 역량이 뛰어났으며 교육이나 교회 개척 등, 초기 개신교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창업가적 성격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여성들이 구조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약하고 낮은 지위에 처해있었기에 이런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가 도리어 개방 공간을 마련해주었던 것이다.


‘전도부인’이라는 호칭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 활동은 바로 전도였다. 당시 유교 중심의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전도부인만큼 쉽게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이들도 없었다. 남녀칠세부동석 문화였지만 전도부인은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모든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그들의 가족과 친척에게도 전도할 기회를 얻었다. 더욱이 초기 외국인 선교사들이 겪었던 언어적, 문화적 장애까지 뛰어넘으면서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 바로 전도부인들이었다.


이들은 이 땅에서 최초의 교사, 직업여성, 그리고 생활 지도자이기도 했다. 또한 순회노방전도, 사경회 인도, 문맹퇴치, 농촌계몽, 금주금연운동, 신생활운동, 절제운동, 애국운동,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뿐 아니라 외국 선교활동에까지 참여했다. 1935년 7월 <한국선교현황>에 실린 “한국 전도부인의 활동”에서는 당시 전도부인의 역할과 기여를 다음처럼 언급하고 있다.


 전도부인은 가난과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여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노인의 첩으로 사는 여성들에게는 자유를 주었으며 남편에 의해 버림받아 자살하려는 여인을 구해 주기도 하였다.…전도부인의 사역은 선교사들처럼 다양하고 분주했다. 주일학교 관리, 교사로서 성경을 가르치는 일, 결혼식과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 교회에 결석한 성도를 방문하며 교회를 떠난 성도들을 다시 교회로 되돌아오게 하는 일, 해당 교회에 속한 구역 내에서 전도하는 일, 일 년마다 열리는 여성 성경 공부반 운영과 새벽기도 모임인도, 저녁 모임 인도, 여선교회의 일에 협조하는 일, 사경회 인도…. 그들은 일상적인 교회 생활 전반에 걸친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했을 뿐 아니라 여성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그들과 아픔을 나누는 친구이자 조언자의 역할을 감당했다


중기-해방 이후부터 산업화 시기까지


이 시기는 해방공간이 형성되면서 좌우세력의 사회갈등이 본격화되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북이 분단된 때다. 이어 조국 근대화를 위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동시에 산업화의 반작용으로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사회적 혼돈과 신질서가 형성된 격동의 시기였다. 한국 개신교 공동체 차원으로 보면 본격적으로 교회의 제도화가 이루어졌으며 교단 간의 경계가 정립되고 개교회주의가 교회의 주된 조직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였다.


바로 이런 사회적 배경과 개신교 공동체의 체계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부상했다. 섬김의 리더십은 모성의 리더십이며, 성경적 원리에 부합하는 역할로서 엄청난 성장 에너지를 분출했다. 예컨대 군, 병원, 양로원, 고아원 등에서  선교를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고 헌신했으며 경제적 지원 역시 아끼지 않았다.


섬김의 리더십은 복음주의 전통에 신학적 기반을 두고 있다. 복음주의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이 대거 남하하면서 강화되었다.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복음주의 교회는 수적으로 더욱 증가하였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격동 속에서 교회는 사람들에게 신앙적 복음과 실생활의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마치 가정 같은 역할을 하며 당시 결핍되었던 공동체적 기능을 수행했다.


개신교 여성의 섬김의 리더십은 개인적, 신앙적, 사회적 결핍을 일상생활 속에서 헌신과 희생으로 충족시키는 상향(bottom-up) 리더십으로, 당시의 주된 리더십으로 떠올랐다.


이 시기에 나타난 또 다른 여성 리더십은 주창 리더십(Advocacy Leadership)이다. 이들은 민주화운동의 흐름 속에서 신학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띠고 페미니즘의 성격을 갖고 사회변혁의 대변자 역할을 감당했다. 이들의 리더십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하향(top-down) 리더십이었다.


후기-21세기 디지털 환경 시기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기는 사회의 모든 조직들이 지역화에서 세계화로 전환이 시작된 단계이다. 기술적으로는 아날로그 체제에서 디지털 체제로 대변혁이 일어났고, 사회의 기본 자원이 지식과 정보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세계화, 디지털 지식기반 체계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적 변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런 요구를 충족하려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리더십으로 전환하는 역량이 절실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전환 비용 또한 발생한다.


한국 개신교 공동체도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제도적 전환을 모색하는 데 커다란 전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세대 간에, 교역자와 평신도 사이에 문제해결 역량의 역할 전도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세계화에 따른 사회적 이슈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전문지식 역량뿐 아니라 전문지식 사이의 융합 역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과학주의와 새로운 인터넷 환경의 부상은 개신교 공동체에 새로운 생태계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신교 공동체에 필요한 새로운 여성 리더십은 공감적 리더십(Empathic Leadership)이다. 대니얼 핑크는 공감이란 지식정보 차원에서 상대방 입장에 설 수 있는 고도의 상호작용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정보화 사회는 여성의 속성이라고 볼 수 있는 섬세함과 예민함이라는 감성적 능력과 창의적이고 협동적이고 평등한 문화가 요구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혼자’보다 ‘함께’ 협동할 때 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모든 인적^지적 자원, 나아가 영적 자원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 공동체도 한 개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역량을 갖추고 은사를 가진 모두가 협력해야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더욱 잘 감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여성 리더십이 새롭게 도약할 시기를 점점 앞당기고 있다.


또한 창조적 리더십(Creative Leadership)이 새롭게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출산을 비롯해 새롭게 떠오른 여성 관련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 간의 자원 배분을 창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일반사회에서는 여성 전문인 수가 증가하고 양성평등이 점차 실현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있으나 교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디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교회의 지체 현상은 교회 공동체 내부의 여성이 나서지 않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고, 따라서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성의 창조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함의 강함


한국 개신교 공동체에 여성 리더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또 그 여성 리더십이 한국 교회 성장에 어떤 역할을 감당했는지를 살펴보면, 하나님께서 열어가시는 세상은 약함의 강함을 증명하는 역사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선교 초기의 전도부인들은 사회적 지위나 교회적 지위 없이, 초기 한국 교회 형성에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여성 리더십을 요청하신다. 한국의 개신교 여성 리더십은 시대적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뛰어난 적응 역량을 보여왔고, 여성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성장케 하는 내생적 성장을 보여주었다.


21세기에는 새로운 여성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한국 개신교 여성 리더들은 당시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개척자로서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현재와 미래의 여성 리더십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한국 교회에 주어진 과제다. 역량 기반 조직으로 한국 교회가 거듭나려면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 사역자를 최대한 활용하고 지식 자본을 최대한 축적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교회 조직을 개방하고 자원 공유를 통해 역량을 극대화하려면 여성 리더십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현재 한국 교회는 인적 자원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비용 중심으로 한다. 즉, 교회 사역이 인력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인력 충원은 사례비 증액이라고 생각한다. 지식 기반 인적 자본 모형에서 인력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고 자본이다.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교회의 지속적 성장이 결정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교회는 인적 자원에 대한 접근을 비용 중심에서 자산 및 자본 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교회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 여성 인력을 충원하고 활용해 탁월한 교회 봉사를 응원하고 교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북돋아야 한다. 한국 교회의 여성 사역자는 오랫동안 한국 교회의 성장 동력이었던, 사랑과 헌신과 희생, 그리고 기도라는 전통을 품고 있다. 이는 한국 교회를 성장시키고 제2의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최대 자원이다. (2012.3.20.Christianity Today Korea / 김희자)


김희자는 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다. 이대 영문과(BA)를 졸업하고, 미국 칼빈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 석사(M.C.E.)를, 미시간주립대학에서 박사(Ph.D)를 받았으며, 총신신대원(M.Div)을 졸업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과 여성의 기독교 교육과정 개발이 전문연구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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