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를 옮기실 지도 모른다
새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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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동 목사 (구미상모교회·한국교회언론회대표) |
지난 9월 17일, 교단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제97회 총회는 교단 역사상 가장 안타깝고 슬픈 총회였다. 마지막 날 수백 명의 총대들이 법이라는 미명하에 매도를 당했다. 총회장의 권한으로 교회법으로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총대들의 가슴에 피멍이 드는 것은 아랑곳없이 소위 법전문가들의 전략이었다고 하는데 실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수작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총회인가? 이것이 과연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위한 총회인가? 아니면, 막강한 교권을 가진 몇몇 교단인사들을 위한 총회인가? 거룩한 총회를 이렇게 흔들고, 망쳐놓아도 되는 것인가?
필자는 어려운 시기에 선거관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성도들에게 간곡히 기도를 부탁했었다. 총회를 마치고 무거운 걸음으로 교회로 돌아온 필자에게 성도들은 이제 무엇을 위해 기도하면 되겠는지를 물어왔다. 성도들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제97회 합동 총회의 파국적 상황을 알고 있었다. 볼 것을 다 보고 말았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그저 기도나 해달라고 하는 것은 목회자의 직무유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당부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교회의 부흥은 국력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해왔다. 복음이 사회의식을 개혁하고 성장의 동기를 부여했으며 국가를 위한 헌신을 이끌어왔다. 그러한 연결고리에서 작금 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한국 사회의 도덕적 타락의 원인이라는 사실에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추태가 일반 매스컴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한국교회 전체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장자교단이라는 교단의 명패는 부끄러운 명패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계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을 당장 막을 수 없고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게 더 문제다.
미숙함을 넘어 한국교회를 한없이 추락시킨 금번 사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그런데 상황이 이 지경인데,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가? 내가 잘못 지도했노라고, 무릎 꿇는 지도자가 과연 없단 말인가? 세속 정치판도 이 정도 상황이 되면 물러날 자는 물러난다. 금번 상황의 당사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하나님 앞에 정직해져야 한다. 회개하여 무릎 꿇으면 모두에게 기회가 있지만 끝까지 거부하면 개인과 공동체는 더 깊은 혼란을 겪을 것이다. 교단의 지도급 인사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교회가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훈수를 두어 교단을 혼란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단이 위기에 있을 때 바른 지도력과 훈수가 필요한 것이다.
교단은 이번 기회를 자숙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 제2의 종교개혁을 이루지 않으면 하나님이 계획한 촛대를 다른 곳으로 옮길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금번 총회 사건뿐 아니라 지난 몇 해 동안 매스컴을 장식했던 굵직굵직한 문제에 합동 교단 소속 교회들이 있었다. 이제는 한국의 모든 비기독인들까지 악명으로 알게 되어버린 한기총의 관련 인사들 상당수가 합동 교단 소속의 지도급 인사들이었다. 이 사실도 우리로 하여금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한다.
작금의 상황에 즈음하여, 합동 교단이 과연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에 300만의 합동 교단의 성도들 뿐 아니라 전 한국교회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민교회와, 심지어 세속의 매스컴까지도 주목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의 반성과 재를 뒤집어쓰는 통곡의 회개가 없으면 주님께서 촛대를 옮기실 지도 모른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쇄신된 교단을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기독신문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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