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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증.2/누군가 단점을 지적하면 공격적 태도로 돌변하는 편집증

에바다. 2012. 11. 26. 12:14

누군가 단점을 지적하면 공격적 태도로 돌변하는 편집증

김충렬 박사의 ‘편집증’ [2] 편집증의 심리적 특징과 이해



▲김충렬박사
(한일장신대
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장 편집증의 심리적 특징과 이해


편집증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상들을 갖게 마련이다. 이런 증상들은 일반인들이 편집증으로 인식하는 준거의 틀이다. 이들은 대개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의심과 피해의식, 세상이 불공평하기에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며, 자신은 항상 ‘피해자’라고 여긴다. 이런 피해의식이 심해지면 피해망상 수준까지로 진전되거나 발전된다. 편집증의 특성이 더욱 세분화되거나 전문화되면, 학자에 따라 소견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공통적 특성이 나타난다. 이런 편집증의 공통적 증상의 특성에는 크게 불안의 일차 원천들, 인지과정, 전형적 기분과 행동의 세 영역에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고, 다른 관점에서 구분을 시도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심리적 특성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1. 신뢰성 결여


신뢰성 결여는 편집증의 1차 심리적 특징이다. 편집증은 타인을 의심하는 경향이 가장 특징적이다. 이는 편집증이 신뢰성과는 전혀 다른 의심의 측면이라 보는 이유이다. 실제로 편집증은 신뢰 결여에 근거하고, 신뢰 결여는 의심을 산출한다는 연관성이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친척이나 친구, 가까운 사람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동기에 부당하게 회의적이면서 냉소적이고, 그리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기에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전혀 악의가 없는 데도 그들에게 필경 어떤 숨겨진 의도나 음모가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심지어 호의적인 일에도 숨겨진 의미를 찾고, 배우자나 친한 친구의 충실함과 정직성도 배신의 증거로 확대시킨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상대방이 자기가 계산한 시간보다 1분만 늦어도 바람을 피운 증거라 주장한다. 이런 의심은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면서 완고하기에, 그들 스스로 세운 기준을 누구도 알 길이 없다.


일반인들은 그저 사회적인 통념에서 생각하고 활동하는데 비해, 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어디서든 무엇에든 지나치게 예민하므로 속임수와 기만의 신호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작은 단서들을 찾아내 확대 및 왜곡해서 최악의 예상들을 확증하고 만다.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지극히 간단한 것인데도, 자기식의 생각으로 복잡하게 생각하고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선입견이 작용한 결과다. 예상된 의미를 확증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단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기만적이며 머리를 잘 굴리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은 그들 기준에 들지 않는 한에서는 어떤 사실도 다르게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시킴으로써 예상했던 대로 다른 사람들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신뢰성의 결여는 의심의 태도로 발전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의심적 태도는 다시 자기 자신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이 세상에서 누구도 믿을 수 없기에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허물어뜨리지 못하게 철저하게 방어하려 드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행동과 책임의 한계에서는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편집증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 관계적 사고와 자만심을 가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상대방의 전혀 악의가 없는 행동이나 사건도 자신의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지각한다.


편집증의 편협한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에서, 나아가 그들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편집증 환자들이 자기결정권을 확증하는 수단으로 아무도 자신을 정복할 수 없다는 태도와 자만심을 갖는 이유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이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함으로써 자신의 운명도 혼자 개척할 수 있다고 과신한다. 이런 과신으로 그들은 결코 누군가를 필요로 하거나 의지하지 않을 태도를 취한다.


편집증의 과신적 현상은 정상인들에게 때로는 긍정적인 측면으로도 평가된다. 물론 정확하게 보지 못한 결과이다. 그들의 생각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적개심에 기초하고 있는 비정상성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특성은 때로 정상인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드러난다. 그들의 무기력감과 무능함을 스스로 자극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힘에 복종하는 입장에서 갑작스럽고 맹렬한 반격을 가하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하면 이런 반격은 다른 측면의 공격성이면서 자기방어의 일환이다. 그들은 의존성에 대한 위험을 느끼면서 자신의 지위를 다시 얻고자 고투하고, 속임수와 배신을 두려워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비난할 뿐이다. 이때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과 느낌과 행동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면, 그들은 강력하고 사악한 힘들이 악한 의도로 자신을 지배했다고 주장한다.


2. 박해받음과 통제력 상실


편집증에서 ‘박해받는다’는 관념은 2차 특징이다. 편집증에서 스스로 박해받는다고 생각하는 현상은 그럴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현상은 그들의 박해받는다는 생각이 굴욕당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 점에서 이해된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의 수동성을 간과할 수 없다. 박해나 굴욕 당함, 그리고 피해의식은 모두 수동화된 성격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편집증에서의 수동성은 능동적 존재에서 수동적 존재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그들은 폭력적 박해를 당했든, 혹은 잔인하게 이용되었든 자신을 무자비하게 공격을 받는 무력한 대상이라고 느낀다.


편집증에서 ‘박해받음’은 때로 의식에서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이상한 현상을 유발시킨다. 강렬한 성적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발전돼 때로는 전 생애에 걸쳐 위협당하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는가 하면, 스스로를 자기와 가장 친밀하거나 친밀하기를 원했던 사람들로부터 거칠고 적대적이며 공격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 대상이라 비하시키기도 한다. 그들이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보고도 심하게 의심하면서 스스로를 박해받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과도한 생각의 결과이다. 그들의 생각은 사고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그들의 내면에서 작용되는 정신적 장치를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그런 피해적인 사고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엇이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에게 나타나는 사고 과정이 일정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기준에서 생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프로이트의 슈레버에 관한 사례와 관련시켜 이해할 수 있다. 슈레버가 겪었던 굴욕적인 신체 경험은 박해받음과 관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신체적 굴욕이 신(神)에 의해 겪은 굴욕인지 아버지의 냉혹하고 엄격한 훈련을 통해 겪은 굴욕인지는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슈레버의 사고체계에서 아버지가 미친 듯 가하는 가학적이고 잔인한 일련의 신체적 고통은 자녀들을 훈련하기 위해 의도된 사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문자 그대로 자녀들의 의지를 꺾어 부모의 소원대로 따르는 순종적이고, 유순한 아이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편집증의 박해관념은 마치 중세 특수 고문기술에 대한 인상도 준다.


그러나 슈레버의 박해는 실제와는 다르게 그의 생각 속에서 일어난 것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 생각은 직접적이거나 공개적이지도 않았고, 실제와 다르게 생각 속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로 그 박해는 다른 사람들이 박해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인데, 타인이 이들의 박해받음을 인식한다는 것은 편집증 환자의 자존심과 고상한 사상에 거슬리는 불쾌한 일이 된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들의 의지에 대한 가학적 파괴와 이에 수반되는 계속되는 굴욕과 신체적인 고통은 부정되고 이상화된 동기가 작용한다고 인식돼야 하는 점이다. 이런 특성은 이들에게 박해적 사고를 만들어 내는 이른바 주형의 틀이다. 그런 점에서 편집증 환자는 어떤 형태로든 자율성과 자존감이 항상 공격받고 있으며, 의심할 여지 없이 스스로 ‘살해’ 위협을 받는다는 생각이 가능해진다. 이때 아동과 부모 사이라면 부모는 박해자로, 아동은 박해받는 자의 도식이 된다. 물론 여기는 힘의 우위성에 따른 것으로 강자와 약자로 여겨질 수 있는 조건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힘이 강한 사람은 박해자로, 힘이 약한 사람은 박해받는 자로 여긴다.


이런 기괴한 이론에는 아동은 사악하고, 파괴적이며, 악하므로 스스로 의지를 버릴 때까지 위험한 특성을 파괴하기 위해 부모가 매를 때려야 한다는 가정이 함축되어 있다. 이는 박해하는 부모와 박해 당하는 아동 사이에 미묘한 공통분모가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박해하는 부모인 경우 자녀가 부모의 박해를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동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자녀가 부모의 가상적인 박해 행위를 실제로 본다면 그 인식은 보다 더한 박해적 행동에 의해 파괴돼야 하는 반항의 형태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아동은 자신이 박해받는다는 사실을 자신으로부터 숨겨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숨기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숨겨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편집증의 박해적 사고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 이들의 박해적 사고는 그들의 불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박해받는 사고는 편집증 환자로 하여금 타인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그들의 현상은 그들이 약하고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을 신뢰하거나 의지하는 것은 배신당할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며,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 도망쳐버릴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보다 자신의 통제력과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 그들에겐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편집증이 자율성의 위협에 극히 예민해지고, 모든 의무적 행위에 저항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 권위에 지배당하거나 자기보다 더 강한 힘에 부속되는 것은 이들에게 극심한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을 유혹하고 복종시키려는 미묘한 책략이므로 두려워하고 협력하는 것을 매우 꺼리게 된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자율성을 파괴하는 그 어떤 것에도 끝까지 저항해야 하는데, 이런 저항이야말로 자신을 파괴시키려는 외부의 세력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내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이는 이들의 외부의 영향력에 대한 특징적인 저항은 애착불안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애착이 될수록 그만큼 자율성은 침해당한다는 생각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그들이 누군가와 밀접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면 통제력과 자율성을 잃게 된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결국 그들로 하여금 아무도 자신의 의지를 꺾지 못하도록 주의 깊게 경계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그들이 자신의 통합성과 지위를 다시 찾고자 고투하는 이유이다.


그런가 하면 전술한 것과 달리 편집증 환자는 스스로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들은 속임수와 배신을 두려워하면서, 그들은 공격적이 되고 자신을 핍박하는 대상에 대해 비난하며, 과대하게 포장된 장점들과 우월성을 드러내며 거기에 대응하여 자신을 추켜세운다. 이런 과정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나타나는 것들을 그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스스로 설정한 자기상과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강력한 힘이 자신을 조종하여 악의에 굴복하도록 강요한다고 생각한다. 편집증의 애착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이 하찮은 사람으로 전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정신분열형에서의 불안과 유사하지만, 정신분열형과 달리 자신 안에서 스스로를 강화하는 점이 다르다. 그들은 자기결정권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고양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보상을 얻기 위해 적극적인 환상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러기에 외부로부터 능력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는 스스로 내부에서 그것을 만들어낸다. 이런 그들의 내적 세계는 거절과 고뇌의 경험들을 완전히 보상하고, 망상적 사고를 통해 실제보다 매력적인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3. 파괴적인 공격성


파괴적인 공격성은 편집증의 또다른 특징이다. 편집증 환자는 누군가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면 가차 없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편이다. 그들은 작은 단점의 지적이라도 견디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강한 공격성으로 대응한다. 이런 점에서 편집증의 파괴적 공격성이란 자기애적 박탈감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한 자기애적 박탈감과 수치심은 굴욕감과 격노를 증가시킨다. 실제로 그들은 상처받은 자기애를 보존하고 회복하는 데 공격성 뿐 아니라 다양한 방어기제를 동원한다.


그러면 이들의 공격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마 해결되지 않은 공격성으로서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의 뿌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공격성을 다루는 일차적 기제가 투사라는 점에서 이것이 이해된다. 이 투사는 편집증 환자들의 자기감을 형성하는 이후의 내사물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방어기제로서는 매우 훌륭하게 사용되는 편이다. 이런 관점에서 코헛(H. Kohut)은 자기애의 발달적 병리 관점으로부터 병리적 내사에 뿌리내리는 고착되고 박탈된 자기애의 특성을 과대적 자기의 측면으로 이해했다.


이들의 공격성은 슈레버의 사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슈레버는 아내가 사산(死産)한 것에 대한 고뇌, 그리고 그에 따른 실망으로 남성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에 상당한 압력을 받았다. 게다가 그에게 일어난 급성 심장장애는 매번 자신의 능력과 가치감에 도전을 받는 순간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모두 그들이 중요한 공적 자리에 새로운 책임자로 임명되거나 선출된 상황에서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옳다면 편집증 환자들은 명백한 성공에 직면하여 심장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 원인은 무의식적 죄책감 뿐 아니라, 환자 근저에 있는 무가치감, 부적절감 또는 자극이 없다는 느낌 등과 관련된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존경이나 성공에 대한 도전이 그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그때 이런 현상이 촉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무가치감은 다시 공격성으로 되어 환자가 치료받을 자격이 없다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공격적 환자에게는 해소되지 않은 시기심이 있음을 상정한다.


그러면 편집증에서의 박해관념은 자기애의 역설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들이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다른 누군가로부터 빼앗아온 것이라는 자기애적 지시를 따른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는 공격적 환자에게는 옳은 것이나 좋은 것들이 극히 제한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자기애가 도전받거나 위협받을 때 훨씬 더 취약해진다는 자기애의 역설에서 이해된다. 다르게 설명하면, 그들에게는 자기애가 위협받고 약해질수록 위험에 처한 자아는 전투를 준비하고, 즉시 그것을 방어하는 일에 파괴적인 공격성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런 점에서 슈레버의 사례는 일반적인 병리적 관점을 넘어선다. 그의 아동기는 엄격하고 징벌적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박해의 결과로만 간주될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아동기에 경험한 박해는 실제 박해였으나, 그것이 끼친 역동적 영향은 자기애적 박탈과 특히 연관된 정신적 상처인 외상(外傷)에 뿌리내리고 있다. 게다가 박탈되고 병리적으로 왜곡된 자기애는 성인기에 슈레버의 질병을 발생시켰고, 방어작용을 위한 공격성과 동기를 제공했다.


4. 방어적 분노


편집증은 분노를 특징으로 한다. 내면에 축적된 부정성이 분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이 분노는 그들에게는 공격보다는 방어적 차원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은 비상사태나 위협을 항상 경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은 위험들을 만나든 그렇지 않든 공격과 명예훼손의 가능성에 대해 고정된 수준의 준비성과 경계심을 유지한다. 그들이 아주 사소한 위협적인 반응을 드러내는 단서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항상 초조한 긴장과 방어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직된 통제 상태는 그들에게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그들은 이완되어 편안히 경계를 푸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기는 아마도 나름의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그들이 상대방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특성이 바로 일종의 적개심에서 비소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집증 환자의 표면에는 불신과 방어적이라는 경계심이 드러난다. 그 현상의 바탕에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다른 사람들을 향한 깊은 적개심이 흐르고 있다. 그들의 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지위를 부당하게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들이 세계를 속이는 이른바 ‘높고 권력 있는 사람들’, ‘사기꾼과 도둑들’에 의해 무시되고 부당하게 대우받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이유이다. 다만 그것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이런 적대감을 적당히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증 환자의 방어성은 매우 특이한 점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잘못과 약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는 귀인(歸因)을 시도함으로써 자존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그들은 특유의 방식으로 자존감을 유지하고 방어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다른 방어적 차원의 하나로서 그들은 자신의 실패를 부정하고, 무엇이든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편집증에서 그렇게도 중요시되는 투사의 존재를 암시한다. 또 그들은 사람들의 아주 사소한 결점들까지도 끄집어내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그들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관찰력을 방어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경멸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온갖 미묘하고 직접적인 방식을 사용해 사소한 결점들을 지적하고 과장하면서도 그런 행위를 재미있다고 느낀다. 이런 증상을 보면 그들이 여유롭고 즐거운 것 같은 인상이지만, 그들 관점에서 생각하면 다소 그렇게 생각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런 것과 달리 정상인들이 그들의 심리나 행동을 관찰하면, 그와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긴장감을 들 수 있다. 편집증 환자들은 대개 긴장돼 있으면서 경계하는 행동을 일차적으로 보인다. 실제 그들의 눈동자는 고정되어 있고, 주의를 끄는 모든 것에 예리하게 초점을 맞춘다. 이로 인해 그들은 마치 경계근무를 서는 초병처럼 긴장된 모습을 보인다. 이런 긴장의 특성들에서 우리는 그들이 환경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를 잘 알게 된다. 어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은 과도한 필요를 유발시키는 점에서다. 실제로 그들은 어떤 잠재적인 악이나 기만, 또는 자신을 비하하는 것 등을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해 지나칠 만큼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는 그들이 집요하고도 완강하게 외부 환경에 수용적이지 못하면서 저항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들에게 외부환경을 받아들이는 것과 저항하는 문제는 외부에 근거하기보다는, 자신의 심리적 결과로 보아야 한다. 그런 외부적 환경을 덮어놓고 수용하거나 그런 이완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자신을 붕괴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다.


편집증 환자의 긴장성은 또다른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규제하고 긴장하여야 된다는 생각으로 점점 더 진전된다. 실제로 그런 특성은 편집증 환자들로 하여금 과거에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못마땅해하고 용서하지 않게 만든다. 그 결과 그들은 자기의 기준에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관용한다거나 그런 문제를 잊어버린다거나 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시각에서 그들은 최근에 사회적으로 알게 된 사람들과도 잘 싸우고 까다롭게 굴며 논쟁을 잘하는 편이다. 이런 논쟁은 점차 그들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현상은 대인관계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숨겨진 동기들을 찾는데 몰두함으로써 분노와 격분에 빠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확고한 불신과 방어적 경계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욱 분개한다.


편집증 환자들에게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노력한 결과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와 존경은 부당하게 달성한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반면 자신은 전혀 그런 인정이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스스로는 인정받을 만한데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무시당하고 심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으며, 세상을 속이는 사람들로 인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미끄러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다른 증상을 유발할 것은 자명하다. 그들의 내면에서 작용하는 왜곡적인 사고는 다시 또 다른 감정으로 진전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그들에게 방어가 흔들리고 통제가 풀어지면서 운명에 대한 환상이 확산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기저의 두려움과 격노가 드러나 공격성을 보이고, 욕설을 마구 퍼부으면서 엄청난 적대적 힘을 폭발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신적 폭발은 오래가지 않으며, 두려움과 적대감이 분출되고 나면 평정을 되찾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방어를 재구성하며 공격성을 억제하려 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단지 그들의 이전 성격 유형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5. 인지 왜곡


편집증은 사물을 인식하는 인지적 양식에 문제를 보인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기에 비정상적으로 인지한다. 이런 인지왜곡의 문제는 편집증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정상인에게도 어느 정도는 있다. 다만 편집증이나 다른 정신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그 심한 정도를 보이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인지왜곡 현상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도 심하게 일어나지만, 편집증의 왜곡과는 다르다. 정신분열증의 인지 왜곡은 어떤 근거를 갖지 않는데 반해, 편집증은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며 나름대로는 상당히 체계적인 논리에 근거해 있다.


여기에 햄린(R. M. Hamlin)과 로어(M. Lorr)는 이를 입증하는 연구를 시도했다. 그들은 심리운동(psychomotor) 속도, 인지,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객관적인 종합 검사를 사용하여 정상적인 대상, 신경증적 대상, 편집증적 대상, 그리고 비편집증적이고 정신분열적인 대상들의 집단을 차별화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에게 연구된 집단들 사이의 기본적 구별은 인지적 결함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들은 단지 기괴한 연상, 사회적 고립, 혹은 무감각한 동기의 기초 위에서만 그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시각적 포착능력 검사’(visual scanning test) 또는 ‘크기 추정 검사’(Rod-and-Frame Test)를 사용한 편집증 환자 집단과 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의 집단비교에서는 거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으며, 시각적 포착능력과 지각능력의 범위에서는 두 집단 모두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조금 더 혼란스러운 반면, 적어도 지각적 기능에서는 편집적 과정이 두 집단 모두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편집적 환자와 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 모두에게 지각적 양식이 비슷하며, 비슷한 방식으로 지각 기능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또 시각적 구별 과정에서 동일한 물체를 구별하기 어렵게 만든 모호한 슬라이드를 사용하여 편집증 환자와 비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의 반응의 차이가 검사되기도 했다. 이 검사에서 편집적 환자는 비편집적 환자보다 개념적 신호를 잘 따르는 것으로 보였다. 뿐만 아니라 편집적 환자는 심지어 신호 과제의 소통적인 수행을 방해할 때조차 비편집적 환자보다도 이러한 신호와 통제를 더 많이 따르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편집증 환자는 신호를 바꾸는 것이 어려웠는데, 그것은 신호를 바꾸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때조차 그것을 바꾸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편집증 환자 집단은 그러한 주된 개념적 신호들이 검사에서 도움이 되기보다는 방해가 될 경우에 부적절한 반응을 더 많이 보이는 경향이다. 이는 스스로 어떤 것에 생각이 고정되면 좋은 것이라도 바꾸기 어려운 것을 드러내는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런 특성은 편집증 환자들이 신뢰감을 갖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지만, 이는 약간의 강박증을 갖는 바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의 실험은 편집적 정신분열증과 비편집적 정신분열증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와 비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 사이의 인지적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에서이다. 이 차이는 요인을 분석하는 기술을 이용한 징후 평가에 대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 편집적, 비편집적, 그리고 정서적 조건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편집적 요인으로는 적대적 호전성, 편집적 투사, 그리고 과대적인 팽창성 등이, 비편집적 요인으로는 개념적 혼란과 지각적 왜곡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편집적 징후와 관련된 두 가지 요인을 보여준다. 그 첫째는 관계 개념, 박해 망상, 음모 통제와 신체 파괴, 과대 관념, 그리고 청각, 후각, 근육 운동, 지각적인 환각 등의 지각적 왜곡을 포함하는 편집적 과정의 요인이다. 둘째는 지각적 왜곡과 공격적인 언어 표현을 포함하는 적대적인 편집적 요인이다. 그러한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의 요지는 편집증과 정신분열증의 차이를 드러내준다. 즉 편집적 환자가 덜 혼란스럽고, 덜 움츠러들며, 적대감을 더욱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와 일반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비편집적 징후는 혼란스러운 동작, 기괴한 동기, 혼란스러운 사고 형태를 띠는 경향도 있다. 비편집적 징후와 편집적 징후의 차이는 비편집적 징후에서의 혼란과 편집적 징후에서의 과도한 조직화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이런 차이는 ‘로샤하 검사’(Rorschach Test)에서도 나타난다. 즉 편집증 환자는 비편집증 환자보다 색깔에 대해 덜 반응하며, 더 나은 수준의 조직과 전체적인 상황을 더 명료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웩슬러 성인용 지능 척도(WAIS)와 같은 검사에서도 일반적으로 편집증 환자는 비편집증 환자보다 지적인 기능이 더 발달했고 왜곡이 더 적게 나타나는 편이다.


그러므로 검사자료는 비교 집단인 비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 집단에서보다 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집단에서 개념화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의 성격은 보다 잘 통합되어 있으며, 지각적 영역이 보다 잘 분화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편집증과 비편집증으로 구분하는 데서 편집증 환자가 인지적 왜곡을 더 보이지만, 정신분열증의 구분에서는 그렇지 않다. 편집적 정신분열이 비편집적 정신분열증 환자보다는 인지적 기능과 심리적 기능의 측정에서 더 정상적인 수준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편집증 환자의 신뢰감 결여는 다른 정신 기능을 변화시킨다. 이런 경우에 그들의 신뢰감 결여는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지각과 사고, 기억들을 임의적으로 각색한다. 물론 정상인들도 자신의 필요와 과거 경험들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건들을 지각하고 추론한다. 그러나 편집증 환자의 감정과 태도는 그들 안에 만성적이고 만연한 의심을 일으키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강렬한 불신을 만들어낸다. 또한 편집증은 지나치게 예민해서 적대감과 기만의 신호들을 쉽게 탐지한다. 이런 탐지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 자신의 임의적으로 추론한 것으로 거의 부정적인 색채를 띤다.


그들은 이런 지각된 의심들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예상을 확증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들을 적극적으로 집어내어 확대하거나 왜곡시키는 것이다. 편집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애착을 피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혼자 떨어지게 되거나 현실검증을 잘 못해서인지 자신의 의심과 환상들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그들은 자신의 상상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줄 사람이 없기에 자신의 두려움과 소망들을 지지하기 위해 사건들을 조작한다. 또한 하나의 사실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증거들을 모으며, 자신의 신념에 맞게 과거를 재구성하고, 불안과 욕구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복잡한 논리를 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타당한지를 전혀 검증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본 것과 생각한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버린다. 이때 스치는 인상들과 어렴풋한 기억들이 사실로 간주되고 서로 연관성이 없는 사실이 적당히 합해져 결론이 내려진다. 의심에서 추측과 상상으로 이어지는 '흔들림이 없는' 과정은 결국 망상을 야기하면서 경직되어 견고한 신념체계가 만들어지기에 망상은 편집증 환자의 매우 장애적인 산물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고립시키고,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태도들을 공유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사적인 추측과 가설들을 고안하고 형성시키게 되면, 이것들을 판단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이기 때문에 그들의 신념은 타당한 것으로 확정되고야 만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편집증 환자의 망상은 다른 병리적 유형들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그들의 망상은 자기강화와 독립적인 사고에 익숙하고 자신의 유능함과 우월성을 확신하므로 신념을 형성하는데 기술적이며,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차 있다. 이는 그들의 망상이 체계적이고 일견 합리적이며 어떤 경우에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6. 결론: 피해의식 심해지면 피해망상으로까지 발전


지금까지 우리는 편집증의 심리적 특징과 이해에 대하여 기술했다. 편집증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므로 타인에 대한 의심과 스스로의 피해의식, 그리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며, 자신은 항상 ‘피해자’라고 여기는 것이었다. 이런 피해의식이 심해지면 피해망상의 수준까지로 진전되거나 발전된다는 점이 중요시되었다. 여기에는 불안의 일차적인 원천들, 인지적 과정, 전형적인 기분과 행동의 세 영역의 관점에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하고, 또 다른 관점에서의 구분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심리적인 데에 초점을 두어 기술했다. 이런 점에서 다음의 몇 가지는 편집증을 이해할 수 있는 심리적인 특징으로 정리되었다.


신뢰성의 결여에서는 일차적인 심리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으로 타인을 의심하는 경향이 가장 특징적이었다. 이는 편집증이 신뢰성과는 전혀 다른 의심의 측면이라고 보는 이유로써 신뢰의 결여에 근거하고, 신뢰의 결여는 의심을 산출한다는 연관성이 있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친척이나 친구, 가까운 사람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동기에 대해 부당하게 회의적이면서 냉소적이고, 그리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기에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전혀 악의가 없는 데도 그들에게 필경 어떤 숨겨진 의도나 음모가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고 했다.


박해받음과 통제력 상실에서는 이차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었다. 편집증에서 스스로 박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현상은 그럴 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요인이었다. 이런 현상은 그들의 박해받는다는 생각이 굴욕당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해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들의 수동성을 간과할 수 없었다. 박해받음이나 굴욕을 당함, 그리고 피해의식은 모두 수동화 된 성격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편집증에서의 수동성은 능동적인 존재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했다.


파괴적인 공격성에서는 누군가가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면 가차 없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그들은 작은 단점의 지적이라도 견디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강한 공격성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였다. 파괴적인 공격성은 자기애적인 박탈감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아야 했는데, 이는 자기애적인 박탈감과 수치심은 굴욕감과 격노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였다. 실제로 그들은 상처받은 자기애를 보존하고 회복하는 데에 공격성 뿐 아니라 다양한 방어기제를 동원한다는 점이 중요시되었다.


방어적 분노에서는 그들에게는 공격적인 것보다는 방어적인 차원이 중요시되었다. 편집증 환자들은 비상사태나 위협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준비되어 있다는 점에서였다. 실제로 위험들을 만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들은 공격과 명예훼손의 가능성에 대해 고정된 수준의 준비성과 경계심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들이 아주 사소한 위협적인 반응을 드러내는 단서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항상 초조한 긴장과 방어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직된 통제 상태는 그들에게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고 보아야 했는데, 그들이 이완되어 편안히 경계를 푸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였다.


인지의 왜곡에서는 사물을 인식하는 인지적 양식에 문제를 보인다는 점이 중요시되었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인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이런 인지왜곡의 문제는 편집증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정상인에게도 어느 정도는 있게 마련이지만, 편집증이나 다른 정신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그 심한 정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특히 인지왜곡의 현상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도 심하게 일어나지만, 편집증의 왜곡과는 다른 것이었다. 정신분열증의 인지적 왜곡은 어떤 근거를 갖지 않는데 반해, 편집증은 나름대로 근거를 갖기에 그들 나름대로는 상당히 체계적인 논리에 근거해 있다는 점에서였다.


-크리스천투데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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