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연대해석의 미스터리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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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박사 |
구약 연대기 문제는 구약 학자들에게도 난제이다. 예를 들어 사사기에 나타난 사사들이 활동한 총 기간을 더하면 대략 410년이 된다. 하지만 열왕기상 6:1은 출애굽부터 솔로몬 즉위 4년(기원전 약 966년경, 다윗이 왕이 된 연대를 K. A. Kitchen과 T. C. Mitchell을 따라 기원전 1010년으로 볼 경우/이와 달리 J. Bright는 B.C. 1000년으로 봄)까지 480년(B.C.1446-B.C.966)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두 연대가 동시에 맞으려면 사사들의 시대(사사들의 통치 기간)에 사사들 간에 많은 중복 통치 기간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성경을 해석할 때 모든 성경 기록은 무조건 맞다는 전제 아래 접근하는 성서문자주의적(근본주의적) 접근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에스라 2장과 느헤미야 7장에 나타난 통계상의 여러 불일치나, 이새의 아들이 8명(삼상 16:10-11)인가 7명(대상2:13-15)인가 하는 문제, 애굽으로 내려간 야곱 가족의 총 숫자가 얼마인가 하는 문제 등을 모두 맞다는 전제 아래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유아 시절 사망한 아이들의 포함 또는 배제 여부, 애굽 또는 예루살렘을 향해 간 초기 인원과 실제 도착한 인원 간의 차이 등으로 불일치를 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경우 이렇게 해석이 가능한 게 아니다. 다음과 같은 난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열왕기하 24:8은 여호야긴이 왕이 된 나이를 18세라 하고 역대하 36:9은 8세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기록이 모두 맞다는 전제 아래 접근하다 보면 반드시 해석에 무리가 따르게 되고 만다. 문제는 성경을 조금만 꼼꼼히 살펴보면 이 같은 난해 구절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성경을 무조건 문자적으로 믿는다는 사람들은 결국은 성경을 제대로 꼼꼼하게 읽어본 적이 없는, 무지한 자들일 뿐이라는 얘기다. 성경 안에 이렇게 상충되는 기록들이 너무 많으므로 성경 계시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입장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경의 모든 기록이 무조건 모두 맞다는 억지 접근도 문제지만, 성경의 권위를 의심하는 것도 성도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비록 성경의 원본은 존재하지 않으나, 하나님의 자녀들은 모든 성경을 하나님이 주시고 보존하신 말씀으로 여기고 겸손하게 믿음으로 접근하고 최선을 다해서 바르게 해석할 책임이 있다.
구약 역사서를 살펴보면 살몬-보아스-오벳-이새-다윗으로 이어지는 5대 기간은 396년이 된다. 이 문제도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성서문자주의자들처럼 억지로 문자 그대로 맞다고 주장하면 큰 무리가 따르게 된다. 다윗은 겨우 70세를 살았는데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살몬으로부터 다윗까지 396년 사이에 빠진 이름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보다 자연스럽다.
다윗 시대 5대 동안 무려 396년이라는 기간은 분명 자연스럽지 못하다. 성경은 하나님의 섭리와 목적에 맞게 기록된 책이다. 세상 족보와 달리 모든 것을 시시콜콜하게 다 기록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히브리어 ‘톨레도스’나 헬라어 ‘게네아로기아’(계보, 세계)라는 말도 아들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후손의 계보를 말하므로, 꼭 아들을 지칭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 마태복음(1장)과 누가복음(3장)에 나타난 예수님의 족보에서도 그런 경향을 보게 된다. 양 복음서의 예수님 계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마태는 14라는 숫자의 틀에 예수님 족보를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14대, 다윗부터 바벨론 이거까지 14대, 바벨론으로부터 이거한 후부터 그리스도까지 14대). 다윗이라는 히브리어 이름의 숫자 값(numerical value)이 바로 14(4ד+6ו+4ד)이다.
일종의 게마트리아(Gematria)이다. 이렇게 14대에 맞추려다 보니 다윗부터 바벨론 이거 때까지 마태복음 1장 족보에는 역대상 1-10장에 나타난 요람과 웃시아 사이에 아하시아, 요아스, 아마샤가 누락되었고, 요시아 이후 여호야김, 시드기야, 브나야도 누락되었다. 누가복음 3장에는 창세기와 역대상(1-10장)에 나타나지 않던 아르박삿의 후손 가이난이 등장하고, 반대로 누가복음에는 마태복음 1장과 역대상에 등장하는 헤스론의 자녀 람이 누락되어 있다. 어쩌면 인간적 시간 계산을 하지 못하도록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성경에 의도적으로 빠진 고리를 만들고 있는 듯도 하다. 따라서 마태복음에 나타난 살몬에서 다윗까지 5대 계보도 396년이라는 기간이 맞다면, 살몬에서 다윗까지 후손 간의 계보임은 맞으나 아들 간의 계보라 주장할 근거는 희박하다고 보겠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는다고 잘 믿는 게 아니다. 성경을 바르게 믿어야 한다. 구약의 연대기 계산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성경의 연대 계보를 문자적으로 계산해 보니 세상은 주전 4천4년 창조되었다는 식의 주장을 무조건 믿는 것이 마치 성경을 바르게 믿는다고 착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위의 경우들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성경은 조금만 꼼꼼히 들여다 보아도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리 단순한 책이 아님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kictnet.net)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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