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빙이란 무엇인가?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필자가 어느 교회 임시당회장으로 있던 때의 이야기다. 그 교회가 담임목사 청빙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목사들을 알아보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장로들이 모여, 목사들이 스스로를 천거하며 제출한 이력서들을 펴놓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분은 이력서도 쓸 줄 모르는 것 같애....” “하아, 이 분은 경력이 화려하구만. 경력이 화려한 사람치고 제대로 일 잘하는 사람 드물지. 안 그래?” “이 분은 내가 잘 아는 목사님을 통해 자기를 좀 잘 소개해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했다더군.”
필자는 그 자리에 앉아 있기가 참으로 민망하였다. 사실 그 교회는 담임목사를 청빙한다고 어떤 광고도 낸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력서가 20통 가까이 들어왔다. 목사들이 잡(job)을 구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하여 스스로 청빙의 의미와 무게를 추락시키고 있었다.
1. 청빙의 의미
청빙은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에 근거한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교회가 대행하는 것이 청빙이다. 성령강림 이전에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직접적으로 나타났다. 선지자들을 부르시고 그들을 파송하셨다. 또 선지자들에게 계시로 말씀하셔서 그가 세우실 자들에게 기름을 붓게 하시고 일을 맡기셨다.
그러나 성령강림 이후에는 달라졌다. 직접적인 부르심이나 제비뽑는 방법이 교회를 통하여 선택케 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그리스도를 주로 믿는 각 사람에게 성령께서 임재하셔서 언제나 함께 하심으로 모두가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교회임으로,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찾고 받드는 권위 있는 공동체가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개개인에게 성령으로 말씀하시고 인도하시지만, 역시 개인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일에 온전치 못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교회가 모여 기도하고 함께 하나님의 뜻을 찾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이것이 더 완전하고 객관적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하여 사람을 부르시고 세우시는 일을 하신다. 개인적으로 소명을 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교회를 통하여 그 소명이 확인되고 확정된다.
이것은 목사청빙뿐 아니라 일반 직분자들을 선택하고 세울 때도 똑 같이 적용된다. 교회가 직분자를 선택할 때 투표를 하는 것은 단순히 민주주의를 따르는 행위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주권재민 사상에 따라 백성들이 그들의 대표자를 선택하고 세운다는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투표한다. 그러나 교회가 회의를 하거나 투표하는 것은 여론을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찾고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타락하고 세속화되어 이런 경건을 잃어버리고 인본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다. 사람을 세우는 교회도, 세움을 받는 사람들도 하나님의 부르심과 세우심에 대한 신앙과 경외심이 없다. 그러기에 심지어 선거운동을 하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지고, 그것이 당연한 것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자신이 선택되지 못하면 사람들을 원망하고 물의를 일으키는 희한한 일까지 희한하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청빙이 무엇인가? 청빙은 교회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수행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믿음과 경건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한갓 인간 놀음에 지나지 않게 된다. 청빙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면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교회에서 일꾼을 세울 때 기본적으로 갖는 신앙고백은 "하나님께서 부르시고 세우신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빙은 그것을 받는 자나 하는 자 모두가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것을 수행하는 자로서의 믿음과 경건이 있어야 하며, 거기에 합당한 품위가 있어야 한다.
2. 목사들이 먼저 청빙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근년에 이르러 한국교회는 성장을 멈추었다. 그러나 교회가 한창 성장하던 7-80년대에 우후죽순처럼 세워진 신학교들은 계속 성장(?)하여 지금은 연간 일만 명에 가까운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 중에서 목사로 임직하는 사람들이 6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목사들은 많고 교회는 적어 갈 곳 없는 목사들이 많다.
사실 신학교를 나왔더라도 교회의 부름이 없으면 장립을 시켜서는 안 된다. 비록 본인은 사명감을 가지고 신학수업을 했다하더라도 교회를 통하여 그 소명은 확인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이고 내적인 부르심은 교회적인 외적 부르심을 통하여 확정된다는 원리이다. 그런데 오늘 날 교회 - 장로교의 경우 노회와 총회를 포함하여 - 는 이런 중요한 기능과 권위를 상실하거나 방기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래도 법적인 요건을 갖추려는 노력은 남아있다. 예를 들어 지교회의 부름이 없으면 노회가 어떤 특정 지역이나 기관이나 사역에 전도자로 파송할 수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것이 크게 남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디에서도 부름이 없고, 또 노회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무조건 전도목사라는 명칭으로 장립을 시키는 것이다. 목사로 안수를 해 줄 터이니 스스로 책임지고 일하라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목사직의 경박함과 타락(?)이 일어나고 문제는 심각해진다.
구체적인 부름 없이 안수는 받았고 갈 곳이 없으니 억지 개척을 하거나, 어느 교회가 한 곳 비면 그 교회에 청빙을 받으려고 취업을 하듯이 치열하게 노력을 하게 된다. 중대형 교회들에는 덜 하지만 소형 교회들에는 담임목사가 비면 지원서[이력서]가 수십 통씩 들어온다고 한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믿음도 경건도 다 뒷전이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교회 역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찾아 그 일을 수행하는 조심성과 경건을 잃어버리고 고용주와 같은 행세를 하게 되었다.
3. 교회가 자신들을 위하여 다시 청빙의 품위를 살려야 한다
1) 목사청빙의 현실
근래에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청빙과정을 보면 회사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소교회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목사를 청빙한다.
우선 교단 신문 등에 청빙광고를 낸다. 거기 보면 요구하는 제출서류가 있는데, 이력서, 자기소개서(여기다 목회철학, 비전 등을 진술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주민등록등본, 신학교졸업증명서, 목사장립확인서, 추천서 등이다.
이런 서류들이 들어오면 청빙위원들이 모여 서류를 검토하고, 일단 청빙대상자를 압축한다. 압축된 명단을 가지고 위원들이 각기 여러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그분들을 설교자로 초청해서 설교를 들어보고, 면담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주로 이런 과정에서 일어난다. 어떤 교회들은 일차 선정된 목사들을 차례로 초청해서 설교를 듣고, 면접(?)을 한다. 청빙위원들은 심사위원처럼 되고, 목사는 지원자가 된다. 필자가 아는 교회들 중에는 같은 날 청빙 대상자들을 다 초청해서 차례로 면접을 한 교회도 있고, 심지어 어떤 교회는 설교 후 교인들이 다 모인 가운데 청문회(?)를 한 교회도 있다.
목사청빙이 이렇게 품위 없이 이루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목사의 권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목사들이 많고 지원자도 많으니 교회로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잘 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장로들은 "믿을 수 없는 목사들이 많은 것이 현실 아니냐"고 말한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목사는 교회의 영적 지도자이다. 성경은 목사를 양무리의 목자로 비유한다. 이런 지도자를 청빙하는 일은 그 직분과 권위에 합당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유익하다. 교회가 직원을 채용하는 것 같은 방식으로 목사를 청빙하고서야 어떻게 그를 존중하며 그의 가르침에 순종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영적인 권위가 서지 않는 목사로부터 어떻게 신령한 유익을 얻을 수 있겠는가?
2) 품위 있는 목사청빙 방법은 없나?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떻게 하면 경건과 예절을 갖추어 합당한 사역자를 선택하여 청빙할 수 있을 것인지를 기도하며 노력해야 한다. 이에 그 절차와 유의할 점들을 생각해 보자.
첫째 청빙위원회가 구성되면 무엇보다 먼저 기도회를 가져야 한다. 교회는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께서 합당한 자를 보내주시도록 전심으로 기도해야 한다. 목사를 가리켜 "하나님의 사자"라고 한다. 이것이 지금은 목사를 구별하고 높이는 말로 사용되고 있지만 본래 의미는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는 교회의 직분자를 세우시고 파송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회의를 하거나 투표를 할 때 언제나 하나님의 뜻을 찾는 기도와 깊은 경건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동역자들의 추천을 받는 것이 좋다. 청빙광고를 통해 들어오는 이력서에 의존하기보다 주변에 있는 목회자들로부터 추천을 받는 방법이 안전하다. 혹은 자원해서 보내온 이력서를 참고한다 할지라도 그분들을 잘 아는 분들은 역시 동역하는 목사들이므로 천거를 받을 수 있다. 어떤 교회는 스스로 이력서를 보내온 목사에 대해서는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보았는데, 목사청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는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에 대한 천거를 받으려면 선배, 연배, 후배 목사들에게 다 물어봄이 좋겠고, 현 시무교회나 이전 시무교회의 교인들에게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목사의 경우는 담임목사가 추천하고 당회(혹은 청빙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때론 담임목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목사를 청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교회에 아무 유익이 없고 문제만 더 커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든 의도를 가지고 사역자를 이용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셋째로 목사의 설교를 들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나 가능하면 초청해서 들어보기보다는 시무하는 교회를 방문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고, 더 중요한 것은 한번의 설교보다 평소에 그의 말씀사역이 어떠하며 그 열매가 어떠한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설교 한번 들어보고 판단하기는 일은 매우 어렵다. 평소에 성실한 설교자인데도 어떤 경우는 반응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평소에는 말씀 사역이 약한데도 한두 번은 매우 은혜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청빙대상이 압축되고 접촉순위가 대략 정해지면 청빙위원들이 해당 목사를 만나 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형편을 이해해야 청빙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언제나 살피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주권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경건의 자세이다.
결언
교회의 영성이 추락하니 인본주의가 크게 득세하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의 신전의식(神前意識)은 점점 사라지고 경건은 말만 남은 상황이 되고 있다. 특히 교회가 사람을 세우고 부르는 일이 세상 정치세계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이 없어지니 교회의 모든 법과 제도도 껍데기만 남았다. 한국교회가 본류에서 너무나 크게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의식이 있다는 사람들, 소위 교회 갱신론자들 가운데도 교회를 하나님의 신이 주재하시는 신령한 공동체로 믿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적고, 교회갱신을 단순히 민주화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만 많다. 주의 일에 말씀과 기도로 나아가기보다 세상적인 자를 가지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
먼저 교회가 말씀과 기도로 거룩성을 회복해야 한다. 민주적인 방법이나 절차 자체보다 그것을 통해 당신의 뜻을 나타내시고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다스림에 대한 신앙과 경건을 회복해야 한다.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는 곳에 “청빙”인들 어찌 “구직”이나 “채용”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것이 없으면 청빙은 머지않아 현대판 시모니가 되고 말 것이다. (2010.9.15.코닷/게시판)
담임목사청빙의 문제점과 대안
노상규 목사(창원한빛교회 부목사)
“담임목사 청빙 : 본 교회에서 사역할 목사님을 모십니다.
1.제출서류 이력서,자기소개서,주민등록등본,신대원졸업증명서
2.보내실 곳 000도 00시 00읍 001리 000번지
3.문의 000-000-0000 ***장로
대한예수교장로회 00교회”
“담임목사 청빙 : 본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교단 00노회에 소속된 교회로서 고신 신앙의 정통성을 지키며 개혁주의 신앙을 확립하여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의 생활원리를 가지고 있는 교회입니다. 본 교회 담임목사님의 정년퇴임에 따라 위의 사명과 소명의식을 가진 담임목사님을 아래와 같이 청빙하고자 합니다.
@자격 1.연령 : 만40세 이상~55세 이하 2.학력 : 정규대학 졸업 후 본 교단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하신 분 3.경력 : 본 교단에서 목사 안수 후 5년 이상 담임 또는 부목사 경험이 있으신 분
@ 제출서류 1.자필이력서(3개월 이내 촬영한 본인 사진 첨부) 1부 2.본인 소개서(성장배경, 가족사항, 목회경험을 중심으로 A4용지 3매) 1부 3.사모 소개서 1부 4.주민등록등본 및 호적등본 각1부 5. 노회소속증명서 1부 6.대학이상 학교 졸업증명서 각1부 7.건강진단서(사모포함, 종합병원 발행)1부(단, 요청 시 추후 제출함) 8.목회관 및 목회계획서 제출(A4용지 3매)1부 9. 현재 사역중인 교회의 주보 및 최근 설교 CD 혹은 동영상 2회분
@ 제출기한 : 2010년 00월 0일(금) 당일 소인 유효
@ 제출처 : 000-000 **0도 00군 00읍 00리 00우체국 사서함 0호
대한예수교장로회 00교회 청빙위원장 000
@ 참고사항 1. 제출된 서류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2. 서류는 반드시 등기우편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3.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를 이력서 상단에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4. 선임된 분은 개별 통지합니다. 5. 연락처 : 00교회 청빙위원장 000장로(H.P000-000-0000)
대한예수교장로회 00교회 담임목사 청빙위원회”
최근 우리교단지인 기독교보 광고란에 실린 “담임목사 청빙” 내용이다. 처음 교회는 시골의 작은 교회이고, 두 번째 교회는 시골이지만 역사와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교회이다. 두 번째 교회의 광고의 내용은 담임목사 은퇴로 후임 목사를 청빙하기 위한 광고인데, 담임목사가 교회를 이동하거나, 사고가 생겨서 유고시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흔히 우리 교단지에서 볼 수 있는 광고의 내용이다. 도시의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는 두 번째 것에 박사학위증, 저서 등도 요구를 한다. 대부분의 교회가 이렇게 교단지에 광고를 한 후 적게는 20~30명의 지원자들의 서류를, 많게는 70~100명의 서류를 받게 된다.
이 후의 소위 청빙(? 필자는 이것은 청빙이라 할 수 없고, 모집이라 보기에 ?표를 한다.)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청빙위원들이 모여서 나름 만든 기준을 따라 서류심사를 하게 된다.
“이 목사는 졸업한 대학이 3류 라서 탈락!”
“이 목사는 건강 상태가 의심스러우니 탈락!”
“이 목사는 목회 비전이 시원치 않으니 탈락!”
“목사는 좋은데 사모가 안 되겠는데, 탈락!”
“이 목사는 자녀들이 셋이나 되네, 아이쿠 안 된다 안 돼, 탈락!”
이렇게 서류심사를 통해 탈락자를 구분하고, 선택된(?) 남은 후보자 7~10명쯤의 CD설교나 동영상 설교를 청빙위원들이 같이 시청을 한 후에 각기 의견을 교환하거나 만든 체크리스트를 따라서 점수를 매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취합하여 총점을 매긴 후 3~5명으로 후보군을 압축을 한다. 그리고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목사들에게 연락을 하여 “주일 오후나 수요일에 설교를 하러 오실 수 있나요?”하고 물어 스케줄을 짠다. 그리고 한 분 한 분이 와서 설교를 할 때마다 온 교인들은 설교에 은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채점을 하게 된다. 특히 책임을 맡은 청빙위원들은 초롱초롱한 눈빛과 함께 귀를 활짝 열고 설교하는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한순간도 놓지 않고 보면서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설교자에게 사례 봉투를 건네며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보낸다.
이렇게 최종 후보군의 설교를 다 들은 후에 청빙위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그 중에 한 명을 담임목사로 청빙키로 결정을 하고, 공동의회를 열어 최종적인 결정을 한다. 그런데 이 때 청빙위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투표를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일정한 표를 얻지 못하여 이제껏 진행 했던 것은 무효로 하고, 처음부터 청빙절차를 다시 밟는 교회도 보았다. 다행히 청빙위원들의 마음도 모아지고, 공동의회도 통과가 되고 나면, 정기노회나, 임시노회를 열어 청빙절차를 밟게 된다. 그래서 청빙하는 교회가 속한 노회가 먼저 청빙절차를 밟고, 오게 될 목사가 소속한 노회에 청빙조회를 한 후 그 노회에서 가도록 허락이 되면 드디어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담임목사 청빙”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청빙이 아닌 모집이다.
이런 절차를 따라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에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목사들이 청빙이 아닌 모집에 응하게 됨으로 스스로 리더십과 권위의 상당한 부분을 잃은 상태에서 사역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목사는 자신의 리더십이 세워지기까지 청빙한 교회의 리더십들의 눈치를 볼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그럼으로 자신이 가진 권위나 리더십을 다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게 되어 교회를 섬김에 있어서 주님보다는 사람을 의식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 청빙한 교회의 성도들도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를 통해 은혜를 받기 보다는 평가자의 자리에 서기가 쉽다는 것이다. 새로 부임한 목사가 우리가 기대했던 목사인가? 우리 교회의 전통을 잘 이해하고 보존해갈 목사인가? 설교는 잘 하는가? 사모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등의 관점에서 목사를 평가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셋째, 청빙위원들에게 부담이 된다. 그 목사를 지지하며 청빙한 분들이나 다른 후보 목사를 지지하였던 분들이나 모두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담임목사가 실수를 하게 되거나,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다른 후보를 지지하였던 분들은 담임목사와 그를 지지하였던 분들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고, 그 불만을 표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교회의 갈등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넷째, 담임목사를 자주 교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청빙해온 목사로 인해 갈등이 생기거나 목사의 실수가 있을 때에, 담임목사를 내보내고(?) 다시 광고를 하면 수 십 명의 지원자가 있을 것이니 무슨 걱정이냐?라고 하면서 담임목사를 쉽게 교체할 여지를 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교단 내에 이런 교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섯째, 대부분은 그렇지 않겠지만 청빙 받은 목사가 경쟁했던 목사들에 대해 우월감을 갖거나, 스스로 교만해 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청빙 받지 못한 목사들은 자존감에상처를 입거나 교회나 남을 비판, 비방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은 성경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방법대로 하였을 때,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이 청빙에 응하였다면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될 것이다. 예수님과 사도 바울은 사모에 대해 소개할 것이 없다. 예수님은 학위도 없다. 현실적으로 교단에서 운영하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강도사가 되고, 훈련을 받은 후 목사가 되면 충분한 것이다. 박사학위나 저술자료 등을 요청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 사도 바울은 종합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면 자동 탈락이다. 교회가 새로운 담임목사를 모시는데 병약한 분보다는 건강한 분을 모시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약한 자를 들어서 쓰시는 하나님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세상에 어디 완전한 방법이 있겠는가? 그러나 몇 가지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본다.
첫째, 총회기구의 활용이다. 총회본부에서 교단 목회자들에 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이미 교단 목사들은 총회에 이력서를 제출함으로 그 자료가 비치되어 있는 줄 안다. 이 이력서의 내용을 입력하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임지이동, 신상변동 등의 내용을 수시로 업그레이드를 하여 교단 목사들에 대한 최신정보를 갖추고, 교회가 요청할 때 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밑 자료가 갖추어지면, 목사의 나이, 가족관계, 학력, 경력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총회 내에 특별 위원회를 만들 수 있다. 일반 상임위원회와는 달리 교단에서 인정받는 목회자(은퇴목사 포함)들과 장로들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그들이 우리교단 목회자들에 대한 자료를 수시로 수집하고, 정리하여서 교회가 요청할 때에 추천하거나,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 비밀 보장을 바탕으로 부목사들이 담임목사로 섬기기를 원하거나, 현 담임을 하고 있는 목사들 중에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임지를 옮기기를 원하는 분들이 이 위원회에 의사를 전달하거나, 준비된 양식을 작성하여 제출하면 위원회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교회의 요청이 있을 때에 적절히 연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담임목사가 은퇴를 앞두게 되면 적어도 5~7년 전부터 그 교회가 다음 담임목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교회 부목사 출신이나, 현 부목사 중에 교회에서 검증된 분 중에 한 분을 은퇴하는 담임목사가 천거하여 청빙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 교단에서 이런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현행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제도이고, 무리수가 적은 청빙절차이다.
넷째, 담임목사의 유고 등 갑작스럽게 담임목사를 청빙해야 할 경우에는 그 교회의 청빙위원들이 그 교회를 잘 아는 교단 내의 명망 있는 분을 찾아 천거를 받아 청빙절차를 받을 수 있다.
위의 방법들로 청빙하는 교회가 필요로 한 담임목사에 대한 자료를 갖추게 되면 그 분들을 불러 설교나 면접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청빙위원들이 그 목사를 찾아가 교회의 형편을 알린 후 청빙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말 그대로 청빙이 되는 것이고, 청빙 받은 목사는 부임 후에 바로 리더십을 갖추고 사역에 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청빙위원들이나 교회가 갈등 없이 새로운 담임목사의 리더십 하에 은혜롭게 서로를 섬기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목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목사로 부름을 받았으면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고 의지해야 한다. 사람의 방법을 동원하고, 사람을 의지하기 시작하는데서 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목사는 정말로 하나님과 교회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로 스스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자. 교단신문에 목사청빙광고가 났는데, 정말로 모든 목사가 청빙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 교회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임지를 기다리고 있는 목회자를 찾아 청빙을 하지 않겠는가! 목회를 하다가 실패를 할 수도 있다.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임지로 부르실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 하나님이 목사로 부르셨다면 하나님은 당신의 일터로 당신의 종들을 보내실 것이다. 이에 대한 절대 믿음이 필요하다. 바울은 주님을 만나자마자 복음 전도자로 나섰다. 그러나 그를 죽이려는 사람들 때문에(하나님의 뜻 가운데) 그는 아라비아의 경험과 낙향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고향 다소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 바나바가 그곳까지 찾아와서 그를 안디옥교회로 청빙하여 갔던 것이다. 바울을 책임지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이 부름 받은 목사의 임지를 책임지실 것이다. 그 때까지 훈련기간이라 생각하고, 때를 기다리며 주님과 교회의 부름을 기다릴 수는 없을까! (2010.9.13.코닷/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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