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은혜/교회법·특별기고

치리권 없으면 하회 명령권도 없다

에바다. 2011. 1. 31. 15:33

               치리권 없으면 하회 명령권도 없다
                     총회재판국은 치리회 아닌 총회의 한 상비부
                     하회의 면직 판결, 소원으로 취소 운운은 망발


   박병진 목사(총신교수.교회헌법)


   한국 장로교단의 재판기관은 각급 치리회의 재판회와, 노회재판국, 총회재판국, 총회특별재판국이다(합동측에는 대회재판회와 대회재판국, 대회특별재판국이 있으나 헌법의 규정으로만 그러하고, 실제로는 대회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어 이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되고 있다).


   그런데 통합측만은 국법에서 3권을 분립함 같이 행정권과 권징권을 사실상 분립하는 개헌이 2007년 5월 15일에 공포 시행되었고, 뒤이어 합동측은 2009년 9월 제94회 총회에서 헌법은 한 자도 바꾸지 아니하고 총회규칙만 바꾸어 재판국 운영을 상설화하였는데, 소원과 상소의 경우, 하회서기의 관계문서 상송기간이 “상회 정기회 개회 다음날 안”(권 제9장 제85조)이요, 혹은 “상회 다음 정기회 개회 다음날 안”(동 제96조)으로 그 기간을 보장하고 있어 차질과 혼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규칙에게 잡아먹힌 총회헌법


   각급 치리회의 재판회는 접수된 재판사건을 전체 회원이 심리하는 것이니, 판결로서 사건이 종결된다. 그러나 재판국은 치리회가 아니니, 사건을 직접 접수하여 재판하지 못하고, 반드시 치리회가 접수하여 위탁하는 재판사건만을 심리 판결한다(권 제13장 제117조, 제134조 2).
   그리고 노회재판국에는 노회가 위탁하고, 총회재판국에는 총회가 위탁한다. 그런데 지금 합동측은 총회 헌의부 실행위원회가 총회재판국에 위탁한다.


   총회 파회기간 중 총회의 상비부가 1년간 총회의 권한을 각기 행사할 수가 있다고 해도, 총회가 결의해서 위탁한 사건에 국한함이 원칙이요, 새회기의 사건도 모조리 상비부가 다 처결한다면 다음회기에는 처결할 사건이 있겠는가?
   또 재판사건을 처결하는 방도도 노회도 총회도 “재판사건을 직할 심리하거나, 재판국에 위탁할 수 있고…”(권 제13장 제117조, 동 제134조 2)라고 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재판국 상설화 운운하면서 모두 총회재판국으로만 보내게 하여 총회규칙으로 헌법을 사문화(死文化)하고 있다.


   치리회의 동등과 위계


   당회, 노회, 총회는 그 구성요원이 모두 권한이 같은 목사와 장로이니, 각급 치리회의 권한도 결국 목사와 장로의 권한이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에서는 분명히 동등하고, 또한 교회통치 직무를 고유한 특권으로 각급 치리회에 나누고 있으니, 교인통치 직무는 당회요, 목사 통치와, 설립·분립·합병·폐지 등 지교회 통치 직무는 노회요, 헌법과 도리의 제정과 해석 등 직무는 총회의 고유한 특권이다. 그러므로 각급 치리회는 다른 아무에게도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직무 수행을 전권으로 처결하며, 그 효능이 전국교회에 미친다는 점에서도 또한 동등하다.


   그러나 각급 치리회가 인간적인 제한과 약점으로 말미암는 오실(誤失)을 시인할 수 밖에 없어, 당회의 오실은 노회가, 노회의 오실은 총회가 바로잡게 되는 3심제도 하에서는, 동등하기만 하던 각급 치리회는 또한 명명백백한 위계적(位階的)인 조직이니, 당회 위에 노회가 있고 노회 위에 총회가 있게 된다. 즉 당회가 말단 하회요, 총회는 최고 상회가 되니, 각급 치리회는 이처럼 동등하면서도 위계적이요, 위계적이면서도 동등한 양면성을 가지게 된다(정 제8장 제2조).


   각급 치리회가 동등한 것 뿐이라면 지시 ·명령할 치리회와, 지시·명령을 받아야 할 치리회가 따로 있겠는가? 상회이니까 하회에 지시·명령을 하고, 하회니까 이를 받게 된다는 말이다.


   상회가 가지는 하회 명령권


   그런데 근간 총회나 노회의 특별위원회가 하회에 명령하는 사례가 있어 혼란을 거듭하더니, 이번에는 총회의 상비부인 총회재판국(규칙 제3장 제8조 1의 ⑭, 3의 ⑭)이 하회에 지시·명령을 발하는 정도에 머물지 아니하고, 불복하면 권 제4장 제19조에 의해 이러이러한 불이익 처분을 당하게 된다고 구체적인 표시를 덧붙여 명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권 제4장 제19조는 “…상회가(즉 상회의 상비부도 위원회도 아니다… 필자 주) 하회에 명령하여 처리하라는 사건을, 하회가 순종하지 아니하거나, 부주의로 처결하지 아니하면 상회가(즉 상회의 상비부도 아니요, 위원회도 아니다… 필자 주) 직접 처결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니 총회재판국은 총회의 한 상비부요, 전권위원회나, 조사처리위원회도 총회의 한 위원회이니, 재판국도 위원회도 치리권을 가진 치리회가 아니므로 하회를 향한 지시권도 명령권도 없다 함이다.


   결국 총회재판국이나 어느 위원회의 지시·명령권 행사는 권원(權原) 없는 자들의 권리행사라 할 것인즉, 당연무효일 수 밖에 없다 함이다.
   그러나 이 말은 상소나 소원건을 심리하고, 판결로써 행하는 지시·명령이 무효란 말은 아니다. 다만 상소는 ‘판결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송사이니(권 제9장 제94조) 시벌관계가 분명하거니와, 소원은 ’행정사건에 대하여 하회가 그 책임을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위법한 행동이나 결정에 대하여 변경을 구하는 것(권 제9장 제94조)이니, 시벌관계가 아닌데도, 소원장을 받고 하회의 면직판결 취소니, 재판 중지니 하는 지시·명령을 발하는 것은 착각과 실착의 정도가 너무나 크다. 면직 시벌의 취소는 상소사건의 판결로만 가능하고, 소원장을 받아가지고서는 행할 수가 없음은, 법은 판결의 변경을 구하는 것은 상소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회가 판결을 잘못했으면 상소를 받아 판결로써 하회의 판결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는 있으나, 하회가 재판을 하지 못하도록 중지령을 내리다니 황당하기 그지 없다. (2010.10.29.교회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