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은혜/교회법·특별기고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에바다. 2011. 2. 15. 10:58

   새해 벽두부터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교계는 “그 이면에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와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 그리고 이미 많은 교회에서 겪고 있는 일. 차마 드러내기에는 목회자끼리의 갈등이 부끄럽고, 덮자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와의 갈등, 과연 해결책은 없을까 그리고 각 교단들과 외국 교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을까. 교회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 본지는 4회에 걸쳐 원로목사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1. 원로 vs 담임, 이제 대립구도인가 
                      폭력·소송 이면엔 원로·담임 대립 있어
 

   원로 목사와 담임 목사와의 갈등이 확대돼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목회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가 하면, 사회 법정에 고소하는 극한의 대립을 겪을 수 있는 것이 현재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언뜻 목회자들 간의 감정이 격해지거나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보여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원로 목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들을 허다하게 보게 된다.
   왜 이런 문제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갈등이 발생하는 교회들은 무슨 문제가 발단이 돼 극한의 대립으로 이어지게 될까.


   # 소망교회, 폭력사태 그 이면


   지난 2일 소망교회 김지철 담임 목사와 부목사 간에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교계는 폭력사태는 표면적일 뿐 사건의 이면에는 ‘원로 목사와 담임 목사의 갈등’이 있다고 진단했다.


   소망교회 문제는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회를 개척한 이후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교회로 성장시킨 곽선희 원로 목사가 만 70세로 정년퇴임하면서, 김지철 목사가 담임 목사로 부임해왔다. 이때부터 목회자와 장로, 교인들은 원로 목사 지지파와 담임 목사 지지파로 나뉘어 신경전을 벌이며 대립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지철 목사가 부임한지 8년째, 교인들은 담임 목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로 지도력 부족을 꼽고 있다. 생활 속에 녹아있는 설교를 하던 곽 원로 목사와 달리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출신으로 ‘성서적이고 원론적인 설교만 한다’며 자질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런 자질 시비와 설교 문제도 대립의 한축을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실제로 김 목사가 부임하기 전 교회를 담임했던 모 대학의 교수 또한 원로 목사와의 설교를 비교하는 교인들로 인해 부임 초기부터 시험대에 올랐고, 이런 부담감과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김 목사와 폭력시비에 휘말린 최 목사와 조 목사의 경우 원로 목사를 지지해 온 것으로 전해지며, 최 목사는 지난해 해임되고, 조 목사는 담당 교구를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 이전에도 노 모 목사는 전주신학대학교로 전출됐고, 이 모 목사는 해임되는 일이 있었다.


   # 광성교회도 여전히 갈등 중


   예장 통합측 광성교회도 6년째 분쟁 중이다. 이 교회 역시 원로 목사 측과 담임 목사 측이 용역까지 동원하며 싸우고 있는 교회.


   지난 2004년, 김창인 목사 후임으로 이성곤 목사가 부임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마치 아들처럼 여겼던 이 목사와 김 목사의 사이는 누구보다 좋았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후 중국에서의 이 목사 음주 사실이 불거지자 이 목사는 김 목사의 선교비 유용을 지적하며 맞대응, 본격적인 대립의 국면을 형성하게 됐다.


   이후 광성교회 안에서는 폭력사태가 발생했고, 교인과 교인이, 목사와 목사가, 목사와 교인이 대립하는 등 극한으로 치달았다. 용역이 투입됐고, 수십억의 헌금이 쓰여야 할 곳에 사용되지 못하고 용역비와 교회 보수비로 흘러들어갔다.


   이 문제로 인해 광성교회는 교회 역사상 목회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초유의 기록까지 남기게 됐다. 김창인 원로 목사측 부목사들은 기독노조에 가입해 자신들의 부당 노동행위 근절 등을 요구했고, 결국 이성곤 목사 측은 교회 폐쇄를 선언하는 등 한국 교회 사상 초유의 파업과 직장 폐쇄로 번지며 교회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교인들은 교회 본당과 교회 밖에서 따로 예배를 드리는가 하면 김 원로 목사 측 교인들은 여자 문제 등을 들어 법원에 이성곤 목사의 담임 목사 권한 박탈을 요청하고 이성곤 목사측은 지난해 한국 교회 바른 목사로 추앙받던 김 원로 목사를 헌금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등 지난한 싸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수원 동부교회, 은퇴비 문제로 대립


   이런 대립은 장로교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감리교에서도 발생했다. 수원 동부교회는 감독 출신으로 이 교회에서 목회했던 은퇴 목사에 대한 은퇴비 문제로 대립하는 경우다. 이 교회는 150여 명 정도의 교인들이 출석하는 4억 원 예산 규모의 교회. 하지만 34년 동안 이 교회에서 목회했던 박만용 목사는 은퇴비로 7억 원을 요구, 본격적인 대립이 시작됐다.


   7억 원을 지급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교회가 이를 미루자 교회 재산인 영통 땅과 태화산기도원 등이 맛물렸고, 급기야 은퇴비를 받기 위한 소송으로 번졌다. 문제는 더 확산돼 연회재판위원회에 소환된 담임 김진우 목사는 ‘면직’됐다.


   은퇴 목회자에 대한 은퇴비 지급을 성실히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 목사가 면직된 것이다. 결국 김 목사는 이 문제를 사회법에 제소했고 대검찰정은 재수사를 지시했다. 또 한건의 사건이 사회법정으로 비화된 것이다. 김 목사는 “한번도 전임 목사의 은퇴비를 깎거나 주지 말자고 한 적이 없다. 다만 합법적으로 절차에 따라 요청하고 지출됐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결국 은퇴 목사와의 갈등이 사회법정으로, 한 사람의 목사를 면직시키는 데까지 이르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교회를 퇴임하는 목사들의 생활권 보장과 예우 차원에서 마련됐던 ‘원로 목사 제도’.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담임 목사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제도로 퇴락할 위기에 처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목회의 동반자로서, 선후배로서 서로를 이끌고 신뢰해야 할 두 목회자들의 부류가 이제 대립의 구도를 넘어 협력의 구도로 가기 위해서는 교회들이 ‘물신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권력 지향의 교회가 목양 지향의 교회로 온전히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1.1.13.기독교연합신문/현승미 기자)
 

           2. 원로 목사 제도의 현황과 대안
                    원로 목사, 교단은 없고 교회만 떠맡아 
                    보편적 기준 제시하고 노후대책 강화해야


   연초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망교회 담임목사 폭행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원로, 후임 목사간의 교권다툼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직 대통령이 다닌 교회에서 지나치게 여론화된 경향이 있지만, 이는 대형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교회는 교회의 부흥기였던 1970~1980년대 개척해 이제 리더십 교체와 원로 목사를 준비하게 된 교회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한국 교회는 리더십 세대교체의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는 예장통합, 합동, 고신, 백석 등 장로 교단들의 헌법에 명시된 원로 목사 제도를 살펴보고 교단적 차원의 대안을 모색했다.


   # 주요 장로 교단, 교회에만 맡겨져


   조사결과 장로교 대다수 교단이 원로 목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주요 교단들은 문구와 표현은 다르지만 그 내용은 유사하다.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하고, △당회의 발의와 공동의회의 과반수 가결, △노회의 허락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 방법이나 예우 등에 대해서는 개별 교회들의 형편에 따르도록 돼 있다. 교단이 보수, 예우 등에 대해 간섭하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헌법에는 원로 목사에 대해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을 계속 시무하던 목사가 시무를 사면할 때 교회가 그 명예를 보존하기 위하여 원로 목사로 추대한 목사”라고 명시했다. 또 원로 목사는 공동의회에서 가결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 예우는 지교회의 형편에 따른다고 적혀있다. 예식은 당회가, 선포는 노회가 하도록 돼 있다.


   예장 합동 헌법도 비슷하다. 원로 목사에 대해 합동 헌법에는 “동일(同一)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목사가 연로(年老)하여 노회에 시무 사면을 제출하려 할 때에 본 교회에서 명예적 관계를 보존하고자 하면 공동 의회를 소집하고 생활비를 작정하여 원로 목사로 투표하여 과반수로 결정한 후 노회에 청원하면 노회의 결정으로 원로 목사의 명예직을 준다”고 기록했다. 문구만 다를 뿐 내용은 통합과 다르지 않다.


   이는 예장 고신도 마찬가지다. 고신은 “한 개체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목사가 노후에 시무를 사면할 때, 그 교회에서 추대 절차에 따라 원로 목사로 추대 받은 목사”라고 적시했다. 추대 절차는 “당회의 발의로 공동의회에서 추대결의 하고, 생활비를 정하여 노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 일부 교단 예우 명시했지만 미흡


   예장 백석은 다른 교단에 비해 원로 목사의 문턱이 낮다. 백석은 “한 교회에서 근속 15년 이상을 시무하던 목사가 노후에 시무 사면 할 때 본 교회에서는 그 명예직 관계를 보존키 위하여 공동의회 과반수 결의로 사례금을 작정하여 원로 목사로 추대하여 노회에 보고하며 노회는 원로 목사의 명예직을 준다”고 적시했다.


   타 교단의 시무 기준이 20년 이상인데 반해, 백석은 15년 이상이다. 또 예우에 대한 부분도 명시했다. 백석 헌법에 따르면 “사례금은 본인은 매월 당회장의 본봉 100%, 본인 사망 시 미망인에게는 50%를 지급하며, 또한 본인 부부 사망 시 미성년 유자녀에게 30%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교단이 구체적으로 예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94회 총회에서는 원로 목사가 은퇴 시 사례비를 일시불로 지급받을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는 원로 목사에 대한 예우가 보다 명확히 규정돼 있다. 기하성 헌법에서 원로 목사는 “본회에서 25년 이상 목회한 자로서,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담임목사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예우는 타 교단보다 더 구체적이다. “소속교회는 반드시 은급을 지급하되, 담임목사 최종 연봉의 70% 이상으로 한다. 단, 원로 목사의 소천 후 은급은 사모가 생존 시까지 담임목사 연봉의 50%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기하성은 또 “은급 미지급 시에는 현 담임자는 면직 사퇴되며 교회가 책임진다”고 밝혀 교회의 은급 지급에 대한 강제규정도 명시했다. 여기에 원로 목사는 “80세까지 당회장이 되고 치리권이 있다.”, “은퇴해도 교회가 원하면 당회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규정해, 원로가 된 후에도 상당기간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원로 목사 규정 자체가 없는 교단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원로 목사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은퇴교역자는 교단 은급재단에 가입된 목회자만 은퇴 후 은급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 합리적 기준 제시, 노후대책 강화 필요


   한 교회를 오랫동안 섬기고 헌신해온 목사를 은퇴 이후 예우하고 생계를 돕는다는 원로 목사 제도의 본래 취지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재 교단들의 원로 목사 규정은 예우 및 사례에 있어서 시행 규칙이나 권고 없이 개별 교단에 맡기다 보니 쉽게 세속화되고 변질될 수 있다는 맹점을 안고 있다.


   성서한국 사무총장 구교형 목사는 “원로 목사 제도가 목회자의 은퇴 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적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하게 물질을 요구하는 경우, 교회 내에서 담임 목사 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흔드는 경우가 그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로 목사의 예우를 교회 자체적으로 준비하다보면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이 아니라, 영향력이 큰 목사는 과도하게, 영향력이 적은 목사는 지나치게 적게 받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사례나 예우, 퇴직금 등을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지급하지 못하도록 교단에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례비 기준이 제시된 교단도 교회 형편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 목사는 “일부 교단이 사례비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교회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중소형 교회들의 경우 교회 운영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목회자들의 은퇴 이후의 삶도 길어졌다. 이 때문에 뾰족한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은퇴 후 마땅한 소득원을 찾지 못한 목회자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무리하게 사례비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교단 내 은퇴 목사들을 위한 연금제도와 복지를 강화해 노후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교회 원로 목사 제도의 바람직한 운영과 정착을 위해서는 원로 목사 자신은 물론, 담임 목사와 교회, 교단 등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11.1.13.기독교연합신믄/최창민 기자)

 

            3. 건강한 승계는 교회 부흥의 시금석 
                     원로-담임목사 건강한 리더십 승계의 사례 
 
   한국 교회 역사가 한 세기를 넘어가면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리더십 승계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이들 중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둘러싼 교회 내 교권 다툼을 잘 극복하고 건강한 리더십을 세운 교회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 20년 이상 한 목회자에 의해 일궈진 교회의 영적 토양을 단시간 내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리더십 교체기에는 담임 목사뿐만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신학교에서는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목회 현장에서도 리더십 승계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멘토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목회자 개개인의 신앙적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보편적인 건강한 리더십 승계의 비법은 무엇일까.


   # 건강한 승계, 교회 부흥으로 연결돼


   경북의 한 교회 원로목사는 당회 참석이나 결혼 주례 등 일체 교회 행사를 사양했다. 후임목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교회 후임목사는 새해 첫날에 반드시 부부가 원로목사를 찾아가 세배를 하면서 예우했다.


   광주의 한 교회는 목회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 출신 젊은 목사를 후임으로 세워다. 이 원로목사는 퇴임 후 설교는 물론, 결혼 주례, 길흉사, 축도 등의 요청에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교인들의 마음이 갈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후 교회를 3배나 부흥시키고, 원로목사 자녀인 장로와 권사들과도 형제처럼 지냈다. 후임목사는 원로목사가 있는 것이 목회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교회 원로목사는 3년 전 교회를 떠난 이후 자신에게 찾아와 불평하는 교인들을 단호히 물리쳤다. 자신과 함께 교회를 세웠던 교인들이지만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호통치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후임 목회자의 리더십을 세워주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은 것이다. 후임목사도 교회의 리더십과 교회 운영 원칙 등을 크게 바꾸지 않고 기존 방식을 존중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교회 운영을 바꾸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세워가고 있다. 이후 교회는 해마다 5~1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교회 리더십을 승계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공동의 노력이 엿보인다. 원로목사는 자신의 리더십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결단과 함께 단호한 의지가 요구된다. 반면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와 점진적인 리더십 교체를 위한 지혜, 원로목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십 교체기의 긴장 상태를 잘 극복한다면 교회가 오히려 이전보다 부흥,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교회도 진통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 원로와 후임목사 ‘배려와 존경’


   지난 2007년 퇴임한 무궁교회 장달윤 원로목사. 그는 은퇴하면서 교회로부터 받은 6억여 원 상당을 퇴직금과 아파트 등을 교회에 헌납했다. 평생 사례비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교회가 자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액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그는 정년보다 2년 앞서 퇴임했다. 나이 많은 목회자가 담임을 오래하면 교회가 바로 설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당회를 설득해 3년 전 정년을 68세로 고친 것이다.


   장달윤 원로목사는 목회상담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 칼럼에서 “목회도 전쟁이다. 원로목사가 20년 이상 목회한 자리를 무난히 메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며 “어떤 목회자라도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면 눈물과 기도로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후임목사들에게 △원로목사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 △아무리 힘들어도 원로목사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 말 것 △원로목사 반대 그룹을 만들지 말 것 △3년 간은 교회 행정, 주보, 교회 분위기 등을 갑자기 고치려하지 말 것 △원로목사와 가까운 성도들과 의도적으로 관계를 끊으려 하지 말 것 등을 조언했다.


   그는 원로목사의 몇 가지 유형도 소개했다.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 가고 교회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나타나지 않는 형 △한 달에 한번 예배에 참석하고, 설교나 주례는 협조 요청이 있을 때만 응하고 일체 사절하는 형 △그 교회에 출석하지만 어떤 기대나 바람도 갖지 않고 한 교인으로서만 처신하는 형 △계속 설교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형 등이다.


   장 목사는 “평생을 교회를 위하여 헌신봉사 하였다면 은퇴 후 선을 넘지 않고 헌신 봉사의 마음으로 직간접으로 그 교회를 돕는 일만 하고 인생 골인해야 아름다울 것”이라며 “어느 형이 진정 교회를 위하는 처신 형 인가는 정답이 없다. 각자 신앙양심에 따라 마음을 비우고 교회를 진정 위하는 편에 선다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원로는 후임을 배려하고 후임은 원로를 존경하는 마음자세를 가짐이 가장 아름답고 좋은 처신 법”이라고 덧붙였다.


   # 생계형 제도에서 명예직으로


   원로목사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이 제도가 생겨난 것은 은퇴 후 목회자들의 생계대책이 불확실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후배나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의 영향 탓도 있다.


   그러나 최근 노후 대비, 금전적 문제, 생계 등과 연관되다보니 교회 분란으로 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교회 재산에 대한 사유화 문제, 교회 세습 문제 등도 원로목사 제도가 부른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원로목사 제도를 교단 연금제도 등으로 대처하고 명예직으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는 원로목사 제도가 없다. 미국 감리교는 은퇴한 목회자는 교회에서 5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살아야 하는 것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 교회 근처에 살면서 영향을 미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미국 장로교 헌법에는 “어느 담임목사나 부목사가 은퇴할 무렵 교인들이 그들에 대해 존경과 사랑에 감동되어 명예관계(honorary relationship)를 계속 유지하고 싶을 때, 정기공동의회에서 사례, 목회적 권한이나 의무에 상관없이 그를 명예 목사로 할 수 있다. 이 결정은 교회의 화평을 위해서 이런 관계가 지혜로운 것인지의 여부를 노회목회 위원회와 자문을 한 후에만 취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노후나 생계와는 관계없이 명예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해외 사례를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지만, 명예로운 은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은 물론, 교단과 공교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복지, 해외 선교, 노인 대학 등 은퇴 후 목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나 은퇴목회자들을 위한 교회를 설립하는 문제 등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생계에 치중돼 있는 최근 한국 교회의 원로목사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1.25.기독교연합신문/최창민 기자)

 
            4. 원로 목사제도, 폐지해야 하나? 
                     법이 보장하지만 현실적 뒷받침은 미미 
 
   최근 들어 논란이 증가하고 있는 ‘원로 목사 제도’. 지금처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과감히 폐지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 신경전이 팽팽하다. 특정 교회에서 일정 기간 이상(교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년 이상) 목회하고 은퇴할 경우 ‘원로 목사’로 추대되지만, 최근 이 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제도를 둘러싼 갈등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원로 목사 제도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예장 고신총회가 처음. 지난 2009년 5월, 현직 원로 목사가 교단 신문에 글을 기고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글을 기고했던 인물은 고신총회 총회장을 지냈던 정판술 목사. 자신이 시무하던 부산 사직동교회의 원로 목사이기도 한 정 목사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한국 교회에만 있는 제도이지만, 장점보다는 폐단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폐지를 찬성하는 이들이 61.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그렇다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단 내 헌법개정위원회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충성을 다해 온 지도자들에게 명예로운 칭호와 함께 개 교회의 형편에 따른 예우는 정당하다”는 주장과 함께 “미국의 북장로교회(PCUSA)는 1788년 교회정치에 원로 목사 제도를 채택했고, 미국 연합장로교회(UPUSA)도 1967년 교회정치 개정판 제21장에 원로 목사 조항을 기재했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미국 교회나 한국 교회가 제도 안에서 묵묵히 순종해 온 것은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바른 신앙에 기초해 입안됐고, 그동안 아름답고 선한 열매들이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원로 목사 제도 문제는 폐지로 가닥이 잡힌 채 9월 총회에 헌의됐지만 헌법 개정안 전체가 1년 간 보류됐다. 1년 후 열린 총회에서 고신총회는 ‘원로 목사 제도는 존속시키되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개 교회에서의 대립은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다. 연초부터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상했던 소망교회의 문제가 그렇고, 광성교회, 수원 동부교회 등 많은 교회들이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와의 갈등으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원로 목사와 후임 목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수’와 ‘선교사’. 이들의 경우 대학이나 선교 현장에서 20년 이상을 근무해도 원로 목사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 그나마 교수들의 경우 교육공무원으로서 연금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선교사들은 은퇴 후에도 아무 보장 없이 빈손으로 사역지를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목회자들의 은퇴보다 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 법과 현실의 극명한 차이


   이제 원로 목사 제도는 법의 범위를 넘어 감정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갈등의 구도가 아니라 권력의 대립구도로 확산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어 교계와 사회의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원로 목사 제도를 폐지할 수는 없는 일. 교단이 법적으로 이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로 목사로 추대됐다고 해서 모두가 교회의 지원을 받는 것 또한 아니어서 원로 목사 제도에 대한 찬반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현직 목회자들은 “원로 목사의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환 목사(성은교회)는 “목회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 느끼는 괴리감과 허탈감은 이해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교회의 사유화 욕심 때문에 그런 것이며 이것이 지켜질 때 한국 교회의 건강성은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원로목사 제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선한 목회자들도 있겠지만,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선의의 피해자들을 합당하게 예우하는 법조항을 명문화하면 될 것”이라며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충성을 다해 온 지도자들에게 명예로운 칭호와 함께 개 교회 형편에 따른 예우는 정당한 것이기에 원로목사 제도는 결코 변개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원로 목사 제도에 대한 이해와 판단은 이처럼 교회의 상황과 개인의 이해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결국은 개 교회와 교단의 몫. 헌법이 보장한다 해도 개 교회 형편에 따라 유명무실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2011.2.10.기독교연합신문/공종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