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임대차보호법 적용 안 되니 나가라?
주거도 상가도 아닌 상가 건물 교회의 임대차 문제
강문대 (변호사)
요즘 아파트 근처 상가 건물을 둘러보면 교회가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건물에는 여러 교회가 입주해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교회' 하면 마당에 종탑이 세워져 있는 모습이 떠올랐는데 이제 도시에서 그런 교회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교회가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것을 이제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교회가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을 경우의 법률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한 목사님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상담 요청을 했다. "교회가 상가 건물 주인으로부터 한 상가를 임차받아(세내서)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어떤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그 상가 건물을 매입하여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며 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상가 건물을 당장 비우라고 한다. 그 요구에 응해야 하는가? 만약 그렇게 해야 한다면 임차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가?"
위의 경우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법조계에서 통용되는 법언(法諺) 중에 "매매는 임대차를 깨뜨린다"라는 말이 있다. 임차인(빌려 쓰는 사람)은 임차의 목적물인 건물의 매수인(새로운 소유권자)에게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임대차계약은 임대인(통상 종전 소유권자)과 임차인 사이에 설정된 것이어서 매수인은 그 계약에 대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즉 임차인은 매수인에게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매수인으로서는 매수한 건물에 임차인이 있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매수인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법리는 자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위와 같은 상황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할 수 있다. 종전 소유권자와 임대차계약을 설정해서 건물을 잘 사용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소유권자라는 사람이 나타나 건물을 비우라고 하는 것을 선뜻 납득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에 법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임차권 등기' 제도이다. 임차인이 임차권 등기를 해 놓을 경우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권자에 대해서도 기존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민법 제621조). 따라서 기존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면 그 기간 동안 임대차가 존속된다고 주장할 수 있고, 차임(빌려 쓰는 값)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임차권 등기를 하려면 임대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임대인의 협조가 없으면 임차권 등기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임차인이 소송을 제기해 애초 계약 시 임차권 등기를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이 없었음을 입증하여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은 후에야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는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임차권 등기는 임차인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법률은 고강도의 처방을 하였다. 그 내용인즉, 주택 임대차와 상가 건물 임대차에 대해서는 임차 건물의 양수인(넘겨받는 사람)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이 적용될 경우, 매수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을 비우라고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있기는커녕 매수인은 매도인이 임차인에게 부담하고 있던 제반 의무를 그대로 인수해야 한다. 이 규정은 법률이 약자를 보호하는 데 이용되는 대표적인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위와 같은 규정이 모든 임대차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용 건물'과 '상가 건물(='부가가치세법' 제5조, '소득세법' 제168조 또는 '법인세법' 제111조에 따른 사업자 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의 임대차에만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교회가 '주거용 건물'이 아님은 명백하고 '상가 건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교회도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교회 건물의 임대차에는 위의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교회가 건물을 임차하면서 임대차 등기를 해 놓지 않을 경우 새로운 소유권자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필자에게 상담 요청을 한 교회의 경우 새로운 매수인의 요구대로 건물을 비워 줘야 한다. 그리고 임차 보증금은 임대인, 즉 종전 소유권자에게 청구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이 제대로 준수되지 못해 교회가 입게 된 손해에 대해서도 임대인에게 청구해야 한다. 임대인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못한 경우에 교회로서는 큰 피해를 입게 되는데, 현행법상 어찌할 수 없다.
결국 이런 문제점이 생기게 되는 근본 원인은 교회에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인데, 비영리단체가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은 경우에는 위 법률이 적용되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교회 건물에 대해서 위 법률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교회는 위 법률이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제반 권리, 즉 △임차권 등기 없이도 제삼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경매 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 △일정 금액(지역마다 다른데, 서울의 경우에는 1,500만 원)에 대해서는 선순위 담보물권에 비해서도 최우선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통상 이를 '최우선변제권'이라고 함) △임대차 종료 후에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임차권 등기 명령 집행에 따라 임차권 등기를 마치면 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임차 건물을 떠난 경우에도 그러한 권리가 유지됨)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임차인이 계약 만료 전에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5년 이내에는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따라서 임차권이 5년간 보장된다) △임대인의 차임 증액 요구 시 일정 한도 내로 제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임대인은 청구 당시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9의 금액을 초과하여 인상을 요구하지 못한다)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권리들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회는 커다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건물을 임차하였을 경우 민법에 따른 보호는 받을 수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민법 제618조 이하 참조). 임대차계약의 존속 중 건물의 상태가 교회 건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때, 예를 들어 홍수로 교회 건물이 침수된 경우에 교회는 임대인에게 수선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수선으로 인해 장기간 교회 건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교회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교회가 스스로 건물 수선을 한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그 비용(필요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청구는 6개월 내에 해야 한다. 교회가 오로지 교회의 편의만을 위해 건물을 수선한 경우, 예를 들어 주방을 설치한 경우에는 그 비용(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없다.
임대차계약 시 약정한 차임이 임대물에 대한 공과 부담의 증감 및 기타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정하지 않게 된 때 교회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은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 양 당사자가 차임을 새로 정하지 못할 경우에는 법원에 청구하여 새로운 차임을 정해야 한다. 임대차 기간을 약정하지 않은 경우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고할 수 있는데,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6개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1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임대차 기간이 만료한 후 임차인인 교회가 임차물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도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경우 임대차 기간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와 동일하게 본다. 즉,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6개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1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임차인이 2개월분의 차임액을 연체한 경우(연속적으로든 조금씩 누적되어서든)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런 경우 교회는 바로 건물을 비워 줘야 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교회가 건물 사용 중에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건물에 부속한 물건이 있는 때, 예를 들면 건물 입구에 유리문을 새로 설치한 경우에는 임대차 종료 시 임대인에게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 옥상에 십자가 탑을 설치한 경우에는 건물에 부속한 것이 아니므로 임대인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없다. 교회가 임차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건물을 원래대로 회복하여야 한다. 따라서 주방 및 십자가 탑을 철거해야 한다. 건물에 부속시킨 물건을 임대인에게 팔 의도가 없거나 임대인이 사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그 물건도 철거할 수 있다.
이상은 교회가 임차인인 경우를 전제로 살펴본 것인데, 최근에는 교회가 임대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입장을 바꾸어서 위의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교회 건물을 임차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한 사업주일 가능성이 많은데, 그럴 경우 교회는 민법뿐만 아니라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상의 제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간혹 교회가 그런 점에 대한 고려 없이 임차인에게 함부로 대하여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가 우월적 지위에 있을 때, 시민법적 의무를 준수하는 데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2011.9.3. 뉴스앤조이)
이 글은 <복음과상황> 9월 호에도 실렸습니다.
'말씀의 은혜 > 교회법·특별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아세례는 성경적인가 (0) | 2011.09.09 |
---|---|
헌법재판소의 권한과 위헌법률심판 (0) | 2011.09.09 |
교회권징의 혼란상에 관한 소고 (0) | 2011.09.05 |
대법원의 장로교회 회의소집권 곡해 (0) | 2011.09.01 |
임시목사의 '몸값' (0) | 201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