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은혜/교회법·특별기고

교회 회계장부 열람, 가능할까

에바다. 2011. 11. 3. 09:49

                 교회 회계장부 열람, 가능할까 
                        재정 횡령 등 비리 정황 있을 때 장부 공개해야 
 
   문대 변호사
 

   교회 분쟁은 재정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목사나 장로가 교회 재산을 횡령하거나 배임 행위를 했다는 의혹으로 분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교회 분쟁 과정에서 교회의 회계장부의 열람과 등사 여부에 관한 다툼이 빠지지 않는다. 교인이 교회에 회계장부의 열람이나 등사를 요청할 경우 교회는 이에 응해야 할까?


   법률에 교회와 같은 '비법인사단'(非法人社團)의 구성원이 그 단체의 문서를 열람하거나 등사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규정한 조항은 없다. 그에 반해 주식회사의 주주가 이사회 의사록, 정관, 재무제표, 회계장부와 서류를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는 내용은 상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제391조의3, 제396조, 제448조, 제466조). 이에 비법인사단의 구성원은 주식회사의 주주와는 달리 단체의 문서를 열람하거나 등사할 권한이 없는 것인가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법원은, 비법인사단의 대표자는 법인에 대하여 위임 업무를 위탁받은 수임인과 비슷한 지위에 있어 단체에 대하여 수임 사무의 처리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는 점 및 비법인사단의 구성원은 단체의 재산 상황을 파악하고 임원의 업무 집행 상황 등을 감시하기 위하여 단체의 회계장부 등 서류를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단체 구성원은 법령상의 근거 규정의 유무에 불구하고 단체에 대하여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8. 18. 자 2009카합1662 결정, 서울남부지방법원 2010. 12. 29.자 2010카합826 결정). 요컨대, 법원은 교인이 교회의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인이 교회에 대하여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경우, 교회는 무조건 그에 응하여야 하는가? 법원은 그래야 한다고 보고 있지도 않다. 법원은, 주식회사에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에 대해서만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 청구권이 인정되는 데 반해 비법인사단의 구성원에게는 그러한 제한 없이 누구에게나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비법인사단의 구성원이 가지는 열람·등사 청구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회계장부 등 서류와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이유와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위 판례들 참조). 즉, 교인이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못할 경우 교회가 그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법원의 입장을 요약하면, 교인은 교회에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권리가 있지만, 교회가 무조건 그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교인의 열람·등사 청구의 이유가 타당한 경우에만 그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인의 열람·등사 청구의 이유가 타당한지 여부가 주된 관건이 되는데, 그 점은 종국적으로 법원이 판단한다. 교인이 교회에 회계장부 등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했는데 교회가 그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교인은 교회를 상대로 문서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그 사건에서 교인의 열람·등사 청구의 이유가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법원은 개인의 헌금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에 대해서는 개인의 정보 보호를 이유로 교인의 열람·등사를 인정하지 않고, 그 외의 서류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서 인정하지 않은 혐의를 이유로 들거나 횡령 등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이 들 만한 소명을 행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한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교인의 열람·등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로지 교회를 괴롭힐 목적으로 행사하거나 당회원 또는 교인의 자격에 관계없이 개인적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행사하거나 교회에 지나치게 불리한 시기나 방법을 택하여 행사하는 경우"에도 교인의 열람·등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07. 9. 28. 자 2007카합464 결정). 이전에 교인이었지만 열람·청구를 할 당시에 교인이 아니라면 법원은 그 사람에 대해 열람·등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직전에 제명·출교 등의 처분이 있었다면 그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별도로 심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한다. 교회 입장에서는 이미 결산이 종료된 문서를 다시 볼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법원은 그 사유만으로는 교인의 열람·등사 청구 권한을 부정하지 않는다.


   법원이 교인의 열람·등사 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통상적으로는 기한과 시간 및 대상 문서를 정하여 교인이 교회 사무실에서 그 문서를 열람·등사하는 것을 허용하라고 교회에 명령한다. 교회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추후 간접강제, 즉 위반 행위당 일정 금액을 배상하라는 명령을 추가로 받는다. 그 액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그 명령 이후에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다. 그런데 서울 목동 소재의 '제자교회'는 법원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교인들에게 문서를 열람하고 등사하는 것을 허용하라는 결정과 간접강제 결정을 받았는데도 그에 따르지 않았다. 법원은 그 이후 세 번째 결정을 하면서, 열람과 등사가 허용되는 문서를 아예 법원의 집행관에게 인도하고 집행관이 교인들에게 그 문서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집행관은 교회가 거부하는 경우에도 해당 문서를 가지고 올 수 있으므로 교회가 그 결정도 거부하기는 어렵다. 법원으로서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교회 내에서 회계장부를 둘러싸고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흔한 일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교회가 평소 회계장부 등 문서를 성실히 공개한다면 최소한 이 문제를 둘러싼 다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투명 사회'로 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이때 교회도 그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교회 행정에 의혹을 품고 있는 교인이라도 무차별적 폭로나 마구잡이식 정보 공개의 요청은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법원도 그런 행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유지하고 있다. (2011.11.1. 뉴스앤조이)


이 글은 <복음과상황> 11월 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