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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과 이병철 : 마지막 날(The final day)

에바다. 2011. 12. 21. 10:36

             김정일과 이병철 : 마지막 날(The final day)
 

   이태형 선임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30분. 북한 당국이 밝힌 사망 시간이다. 김정일은 너무나 멀리 떨어진 인물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내 가까이 있었다. 나는 동시대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김일성과 함께 김정일이란 이름을 듣고 자랐다. TV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보았다. 독재자 김정일은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성공이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일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영향력을 미쳤으니까. 전 세계 언론들은 긴급뉴스로 그의 죽음을 타전했으며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호외가 발행됐다. 언론들은 그의 어린 시절 사진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모습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천진한 유년기와 호기 넘치는 청·장년기, 오만한 초로, 그리고 초라한 말년 등…. 우리는 그의 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성공은 또한 죽어서도 변치 않고 남아 있는 일을 하는 것일 게다. 김정일은 무엇을 남겼을까? 그는 2008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여러 번 휘청거렸다. 그가 최후로 휘청거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임을 직감했을 때, 그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김정일은 지금 어디 있을까? 철저한 독재자로 무신론자인 그가 한 일을 보면 지옥에 있어야 마땅하리라. 그러나 롭 벨 목사가 ‘사랑이 이긴다’(Love Wins)에 쓴 대로 사랑의 하나님이 자신의 자녀들을 지옥으로 보낼 리 없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 이 땅의 사람들은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철권 통치자인 그에게도 ‘마지막 날’, 즉 파이널 데이(Final Day)는 도래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파이널 데이는 온다. 그 날은 어떤 이에게는 비극적 파국의 날, 절멸이 날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 그 파이널 데이는 영광의 날, 위대한 날, 그레이트 데이(The Great Day)가 될 수 있다. 그 마지막 날에 인간은 하나님과 계산을 하게 된다. 인간의 계산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산법대로 모든 것이 처리 될 것이다.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1987년 타계하기 한 달 전에 기록한 24개항의 종교적 질문이 화제다.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만일 존재한다면 왜 이 땅에는 이토록 고통이 많은가?’‘부자는 악인인가?’ 등 모든 사람들이 질문할 법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그 질문자가 천하의 부자 이병철 회장이었다! 그 이 회장도 종국에는 영혼의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절감한다. 위대한 장사꾼이었던 이 회장은 누군가가 그 날에 자신을 맞이하며 계산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 모두에게 파이널 데이가 있다. 그 날, 우릴 맞이하는 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그 분은 어떤 말로 우리를 맞이하실 것인가. 그 날은 내게 위대한 날이 될 것인가, 절멸의 비극적 날이 될 것인가. (2011.12.20.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