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쌓아놓기만 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김충렬 박사의 ‘우울증’ [20] 임상유형과 치료(2)
김충렬박사
(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0장 우울증의 임상유형과 치료(2)
앞에서 우리는 임상유형의 우울증 7가지 중에서 3가지, 일차적, 내인성, 이차적 우울증을 다루었다. 여기서는 그 나머지인 4가지를 다루어야 한다. 임상유형은 우울증의 치료에서 매우 실제적으로 다루어지는 특성이 있어서 유용한 편이다. 이는 우울증의 전체적인 윤곽을 알기 위해서는 편리하기 때문이지만, 더 정확한 우울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특별한 연구가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1. 신경증적 우울증
신경증적 우울증(neurotic depression)은 문자 그대로 신경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우울증을 유발한 것이다. 신경증이라는 말이 암시하듯이 신경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우울증상이 유발되었다는 점에서 과민한 것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신경증적 우울증 환자는 자기 주위의 상황에 대하여 부적당하게 반응하거나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신경증적 우울증 환자가 심각할 정도로 무능해진 사람이나 습관적으로 책임감을 회피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자기개방을 하지 않은 편으로 걱정을 회피하고 책임으로부터 도망치며, 남에게 동정이나 애정을 갈구하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신경증적 우울증에 관하여 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증상과 원인, 그리고 치료 등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1) 신경증적 우울증상
신경증적 우울증은 신경 변화에 의해 유발된 우울증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해결되지 않은 갈등에 의한 정서장애로 정신병적 우울증보다는 비교적 경미한 편이다. 이 우울증은 수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나타나며 다양한 증상을 그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신경증적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다른 증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소한 것들을 자주 생각하여 정신에너지를 고갈시켜 스스로 힘을 잃고 우울해진 현상이기 때문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은 증상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매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신경증적 우울증은 어떤 일에 대하여 과도하게 신경을 기울임으로 정신에너지를 소모한 현상이므로 현실 판단력에 현저한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우울한 기분과 의욕상실을 나타낸다. 다만 이 우울증상은 불안이 그 주된 특징이므로 정신병과는 대조적으로 외적 현실의 큰 왜곡이나 인격의 해체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증이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높은 것이 특징인 만성적 장애라는 점이 우울증과 관련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에 몰두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망상 수준에 도달하지는 않으며, 무기력하고 침울하지만 현실 판단 능력의 장애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신경의 과도한 상상과 관련되는 강박증이나 편집증 등에서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경증적 우울증 환자는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대화 내용이 조리에 맞고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편이다.
2) 신경증적 우울증의 원인
신경증적 우울증은 여러 가지 염려와 걱정이 중심이 되어 일어나는 우울증상이라고 했다. 염려와 걱정은 신경증적인 특성을 가지므로 그 원인은 정당한 현실적 이유라기보다는 괜히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상태이다. 이런 점에서 신경증적 우울증은 심리적인 것이 원인이 되는 심인성(心因性) 우울증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음의 몇 가지로 그 원인을 구분하여 기술할 수 있다.
첫째로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신경을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로 일어난다. 어떤 것이든지 간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면 신경성으로 변한다. 이처럼 과도하게 신경을 기울이면, 그것이 정신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므로 맥이 빠지게 된다. 그 결과로 우울증이 유발된다. 이런 신경증적 우울증에는 현실적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심인성 우울증도 해당한다. 스트레스성이란 대개 내분비 변화로 보는 내인성이지만 스트레스성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우울감,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적 스트레스 우울증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환자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이 신경증적임을 입증하는 것이기에 우리의 사회에서는 전환신경증이 더 많이 나타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둘째로 심리적 갈등에 의해 유발된다. 심리적 갈등은 여러 모로 신경을 기울이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이런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신경증적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심리적 갈등은 대체로 신체화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을 전환신경증(conversion neuroses)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환신경증은 감각기관이나 수의운동의 극적인 기능상실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장애로서 실제 신체적 질병 없이 단순히 심리적 갈등에 의하여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구사회의 정신과 입원환자 중 전형적 전환신경증이 1-3%로 집계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입원 환자 중 전형적인 전환신경증이 10-2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여기에는 성적 억압, 의학 지식의 미보급 외에도 며느리의 경우 불쾌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전통적 가족제도와 관련이 있으리라고 추측된다. 이는 신경증적 우울증이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물론 전환장애성을 가진 신경증적 우울증은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이 있다. 성적 억압이 강했던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시대에는 신경증적 우울증이 가장 많았으나 성(性)이 개방된 오늘에 와서는 점차 적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의학 지식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그런 극적 증상이 발생했으나, 의학상식이 널리 보급된 현대 사회에서는 2차성 이득을 얻기 어려워 그런 증상이 적어지면서 진단하기 어려운 동통이나 신체화장애로 옮겨지고 있다.
셋째로 심리적 분노에 의해 유발된다. 심리적 분노는 과도하게 신경을 기울이게 만든다. 한 가지에 분노하게 되면, 그 생각을 쉽게 끊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집착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분노는 알고 보면 부정성의 결과로 촉발된다. 부정성이 축적되면 자기도 모르게 분노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물론 매우 심리적인 측면이라고 보아야 한다. 심리적으로 못마땅한 것이 내면에 부정성으로 쌓여서 분노로 변화여 일상의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분출된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을 홧병이라고 부르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홧병이라는 것은 마음에 분노가 해소되지 못하여 일어난 것으로 심리적인 것이 원인이 된 이른바 심인성인 성격을 갖는다. 그러면 홧병은 분노에 대한 반응으로 충격을 받은 후에 생기는 심인성 반응인 문화 관련 증후군이기도 하다. 이런 홧병은 40세 이상에게 많고, 여성이 77%로 남성(23%)보다 3배 많으며, 주로 사회, 경제, 학력 수준이 낮은 계층에 많다고 알려져 있다.
3) 신경증적 우울증의 치료
신경증적 우울증의 치료는 다른 우울증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은 특징을 갖는다. 신경을 기울이는 것을 중단하게 하면 치료되기 때문이다. 신경증적 우울증의 환자는 걱정스러운 것을 염려하면서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의 불안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다르게 바꾸려는 전환(轉換)이나 전위(傳位) 등으로 표시되는 편이다. 이는 신경증적 우울증을 매우 심리적인 것으로 보고 심리적 상처에 집중하여 치료를 시도할 이유다. 다음은 신경증적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시도할 수 있다.
첫째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들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내면에 축적된다. 이렇게 내면에 축적된 감정은 대개 부정적으로 변화되는 편이다. 감정은 표현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날아가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감정이 대단한 감정이나 심각하게 변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좋지 않은 감정일수록 표현하는 것이 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 감정의 표현은 물론 언어로 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그렇기에 신경증적 우울증은 언어로 자기의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신체의 괴로움을 자기감정으로 표현하는 사회에서 증가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며느리의 입장에서 전환성 신경증의 빈도는 높을 수밖에 없고, 성격적으로 “걱정도 팔자다”라는 속담에 해당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이유다.
둘째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불안의 표출은 신경증 우울증 치료의 방법이 된다. 이들은 세상에 대하여 자기의 일에 대하여, 그리고 사람에 대하여 신뢰와 믿음이 없는 것이 문제다. 그 결과로 자신의 내면에 스스로 불안을 만들어낸다. 그 불안이 세상과 사람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되면서 더욱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런 점에서 신경증적 우울증의 치료에서는 세상과 일,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 우선 먼저 자신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이들은 타인과 세상에 대하여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하여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신뢰 문제는 자신감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열등감이 그 뿌리가 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불안해진다면, 치료자는 이들에게서 신뢰와 믿음의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셋째로 객관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별 것 아닌 일에 신경을 기울이면 부정성이 축적된다. 이 부정성이 열등감으로 나타나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열등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고, 감정의 색깔이 어두운 것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다. 그러면 이들의 열등감은 매우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므로 객관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대개는 자기의 주관성에 기초하여 판단하고 있다. 이들의 주관성이 부정성과 직결되어 이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므로 객관성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주관성의 부정성을 줄여나가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이들이 객관성을 확대해 나가는 일은 그대로 긍정성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된다. 이들의 객관성은 긍정성을 확대해 나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2. 정신병적 우울증
정신병적 우울증(psychotic depression)은 치료가 간단하지 않다. 이들은 증상의 정도에서 일단 더 심각한 상태를 보인다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이들의 증상은 심하여 자신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이며, 죄의식, 후회, 자책감, 자기 비난 등이 지나쳐 망상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들의 심리 기저에는 죄책감이 기반이므로 대개 과거에 저질렀던 ‘죄의 대가’라는 등식이 깊게 자리한다. 이들은 자신이 비난받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죄’를 지은 자신을 고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증상은 특히 자기 자신에만 집착하여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된 결과다. 이런 정신병적 우울증은 1-4주 이내에 나타나는 수도 있지만,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되므로 순식간에 일어나지는 않는 편이다.
1) 정신병적 우울증의 증상
정신병적 우울증은 심각한 정신증상을 수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이들의 우울증은 매우 심각한 우울 증상을 나타냄과 동시에 현실 판단력이 손상되어 망상 수준의 부정적 생각이나 죄의식을 지니게 된다. 이 정신병적 우울증에는 두 가지 양상이 있다. 단극성(unipola)은 우울증이나 조증의 한 가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양극성(bipola)은 두 가지의 증상이 주기적으로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양극성은 심한 의기소침과 왕성한 의욕이 교대로 나타나는 반면에, 단극성은 의기소침한 현상만을 증세로 한다.
정신병적 우울증에서는 자신과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인증(離人症, depersonalization)도 일어난다. 이인증은 인격이 상실되는 현상으로 자기 자신이라는 감각이나 신체 일부도 자기의 것이라는 감각을 갖지 못한다. 이때 비현실감, 자기 자신, 자기의 신체, 그리고 환경으로부터 거리감으로 인하여 환각과 망상이 나타나며 현실 세계로부터 극단적으로 철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그들은 평소의 신선한 정서적 표현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지 않으며 일상적인 일에 관심이 없어지고, 생기도 없으므로 주변사람들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목석과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앞에서의 현상은 정신분열증 초기의 신경증적 장애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으로서 이 시기에 우울증의 진단은 상기 두 상태와 구별해야 한다. 우울증이 진행되는 상태에서는 슬픈 정동이 점차 특징적으로 드러나 이들의 표정과 태도에 나타날 것이다. 이는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무표정하고 희망이 없으며, 침체된 기분이고 평소에 통상적으로 하던 일도 어렵게만 느껴지고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이들에게 기분의 저조는 아침에 더욱 심하고, 저녁이면 가벼워지는 편이다.
2) 정신병적 우울증의 원인
정신병적 우울증상은 심한 상태에서는 망상을 수반한다. 우울증이 망상을 수반한다는 것은 우울증이 어느 정도인가 심각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신병적 우울증은 정서장애(affective disorders)이므로 일종의 기분 혼란의 증상을 갖는다. 이들의 정서의 문제는 정상적이지 못하므로 지각, 사고에 영향을 주는 지속적인 정서 상태를 드러낸다. 이들의 증상이 정신병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도가 심하기 때문인데, 그러기에 이들은 쉽게 울고, 천천히 말하면서 움직이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이는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신병적 우울증 환자들은 자존감이 현저히 낮으며, 과거에 대한 불필요한 죄책감을 갖고 있거나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심하여 망상으로 발전하면 신(神)이나 악마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망상은 성격상 현실에 맞지 않는 생각들이므로 그 사고는 매우 환상적인 면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상정한다. 그러다가 조증 상태로 되면 말이 많고, 기분이 고양되어 무척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 이때 행동의 양이 증가하여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돈을 마구 쓰는 등의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말의 내용이 자주 바뀌어서 나타나는 사고의 비약(flight of idieas)이 일어나며, 망상적 수준의 사고에서는 과대망상(grandius delusions)도 나타날 수 있다. 이들의 사고는 현실과 상관없다는 것은 객관성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주관성을 근거로 하는 심각한 생각이 극도에 달한 것임을 시사한다. 우리의 주변에서 필요 이상의 죄책감을 갖는다거나 정당한 근거 없이 대단한 사고에 집착하거나 매달리는 것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사회적 지위, 가정의 앞날, 사업의 장래성 등에서 절망적이라고 확신하다가,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건강염려증에 시달린다. 이것이 심하면 신체망상, 빈곤망상 인생의 의미를 상실하는 허무망상(nihilistic delusion) 등이 나타나면서 후회와 자책을 많이 할 것이다. 특히 이들의 후회와 자책은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믿는 죄업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더 심해지면 자기 무능력감, 열등의식, 절망감, 허무감이 강화되고 삶의 의미를 상실하여 자살의욕과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이런 정도의 정서변화는 과거 자기 인생에서의 후회스러웠던 일을 문제시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객관적 사실과는 관계없이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동(情動)의 병리적 현상인 것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기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라는 망상을 지니기도 하고, 자기가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오염된다고 믿어 환경과의 접촉을 단절하여 집 안에 틀어박혀있기도 한다.
3) 정신병적 우울증의 치료
정신병적 우울증은 비교적 심각한 정도의 우울증이라고 했다. 이는 그만큼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증상이 심하면 일단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되면, 상담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심리적인 것과 신체적인 증상이 병합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다음은 정신병적 우울증의 치료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첫째로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신병적 우울증의 환자는 우울증상의 정도가 심각하여 사회적 적응이 불가능하다. 사회적 적응이 불가능하다는 상태는 반드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들의 문제는 우울증상이 정신기능의 심각성을 보이는 데까지 이르게 된 상태이므로 경미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의 고갈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는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요구하는 상태임을 시사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정신분열증이나 강박증, 그리고 편집증 등의 증상과 확연한 구분이 요구된다. 이런 질병의 증상에는 대개 정신병적 우울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에너지를 상실한 경우 정신기능의 이상이 일어나 정상적이지 못한 기능이상이 이른바 맥이 빠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정신병적 우울증은 자기의 자신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의 이인증을 수반하므로 자기 자신, 자기의 신체 또는 자기 주위에서의 소외감 및 비현실감을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현상은 존재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상태이므로 이때의 치료는 상담치료보다는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신병적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 약물을 사용할 때 주의력이 요구된다. 약물치료는 대개 다른 증상과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인가를 구분하여 시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치료자는 현재 나타나는 우울증상이 일시적인 실망반응은 아닌지, 잔류기 음성증상은 아닌지, 무동증이나 좌불안석증은 아닌지, 정신병적 증상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가려보아야 한다. 이런 경우 삼환계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항정신병약물로 증상을 충분히 안정화시키고 지지적 정신치료를 하며, 항파킨슨제를 충분히 사용면서 수 주간 동안 지켜보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항우울제에 의한 정신병적 증상의 악화도 흔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경미한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항우울제를 즉시 중단할 필요는 없고, 항정신병약물의 용량을 약간 증량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삼환계 항울제와의 병용에서 바람직한 항정신병약물로는 항콜린성 효과를 적게 하기 위해 고역가의 약물이 바람직한데, 이때 항정신병약물과 삼환계 항우울제는 상호 혈중농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단가아민 산화효소 억제제(MAOI)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리티움(lithium),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등을 항정신병약물과 병용한 연구들이 있으나, 전반적인 정신병적 증상을 평가한 연구들이 대부분이고, 급성기 이후의 우울증상을 표적으로 한 연구들은 거의 없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로 운동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증상의 약화에는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아마도 가장 빠른 시간이나 시일에 효과를 보는 것이 약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약물은 증상의 완화에 그만큼 효과적인 것이지만 약물복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내성이 생기기에 더 많은 약물을 복용해야만 그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약물의 복용이 길어지면 면역력도 약화되기 쉽다. 이는 치료의 과정에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방법으로서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복용하는 약물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운동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운동은 여러 면에서 신체의 대사기능이나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어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최고의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런 것은 다음의 원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치료의 원리에서는 신체의 문제는 심리적으로 치료하고, 심리의 문제는 신체적, 즉 운동을 적절히 하면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정신병적 우울증이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특징이 있어 어렵기는 하지만 운동치료를 더욱 권장해야만 할 이유다.
3. 외인성 우울증
외인성 우울증(exogenous depression)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우울증상이다. 이 증상은 주위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타나는 정신적, 심리적 증상들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환경이란 갑작스런 사건이나 사고 등에 의한 상실(喪失)에 의한 것으로서 반응성 우울증(reactive depression)이라 부른다. 이 반응성은 대개는 상실에 집착해서 자신의 존재 능력을 비하시키는 점, 심한 죄의식에 빠진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대개는 6개월 정도의 기간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때 이들에게는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짐으로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내리는 일을 힘겨워 한다. 이들은 흥미나 즐거움을 가질 수 없기에 자연히 취미나 여가생활에 흥미를 잃고 야망도 사라진다. 이 외인성, 즉 반응성은 내적 원인에 의한 우울증과는 정반대로 아침에는 상태가 좋다가도 오후가 되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1) 외인성 우울증 증상
외인성 우울증(exogenous depression) 또는 반응성 우울증(reactive depression)은 외부 요인에 의해 유발된 우울 증상이라고 했다. 외부적 요인이란 환경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대개 큰 사건이나 상실감이 그 중심을 차지한다. 이처럼 이인성 우울증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반응에 따라 일어나는 심리적 반응이므로 반응성 우울증(reactive depress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갑자기 어떤 사건이나 사고, 그리고 상실감에 의해 힘을 잃어버리기에 어제까지 힘 있게 생활하던 사람이 외부의 강력한 자극으로 인해 갑자기 오래 앓아왔던 환자처럼 된다.
외인성 우울증은 흔히 우울증의 75%를 차지하므로 모든 우울증을 외인성, 즉 반응성 우울증이라고 말할 정도다. 갑작스런 큰 사고에 의해서나 이제껏 소유하던 것에서 상실감을 경험할 때 맥이 빠지는 심리적 반응은 심리적 변화만 아니라 신체적 변화도 포함하게 된다. 특히 이들의 신체적인 증상에서는 행동의 지연(retardation)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노곤하거나 무력감을 느끼므로 어떤 행동도 하기를 싫어한다.
특히 이들은 대개 수면과 식욕에 문제를 보이는데, 우울증 상태를 잊기 위해 늘 잠을 자거나 과식을 하며, 그와는 정반대로 잠을 잘 수 없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성적 욕구와 성(性)행위가 감퇴하거나 더 심각한 증세로 자신의 외모를 돌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는 편이다. 이는 외부의 부정적인 자극이 심리적으로 힘을 잃게 하는 변화를 촉발하는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들에게 밀려오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강한 자극이 그들을 압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에게 일어나는 반응성 우울증은 환경에 대한 반응이기에 그것이 다시 심리적 원인이 작용하여 우울증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신경과민 상태는 죄의 잠재성을 자극하여 부정적인 생각들을 계속적으로 지니게 함으로써 우울증의 기간을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2) 외인성 우울증의 원인
외인성 우울증은 외부에서 오는 강력한 자극으로부터 유발된다고 했다. 스스로 견디어내기 힘들 정도로 외부의 자극이 개인의 대응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외부의 강력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점에서 이를 ‘반응성 우울증’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로 인해 개인은 힘을 잃게 되어 일정 기간 동안 또는 장기간 우울에 시달린다. 여기에는 가족과의 사별, 실연, 실직, 중요한 시험에서의 실패, 가족의 불화나 질병 등이 해당된다. 외인성 우울증의 원인을 그 성격에 따라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상실감에 의한 것이다. 가진 것을 갑자기 잃어버리는 상실감은 인간에게 급격하게 맥이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의지하던 것들이 내게서 떠나가거나 멀어졌다고 생각될 때는 마음이 속절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실감이 너무나 큰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나지 않아 더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위험성도 따른다. 이런 상실감에는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삶의 기반이거나 소중한 사람이거나 물건, 지위를 잃어버린 경우가 해당한다. 이때 급격하게 힘이 없어지고 맥이 빠지는 현상은 깊은 슬픔의 우울을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실감에는 더 구체적으로 소중한 물건이나 사람을 잃어버림, 사회적인 측면의 지위와 역할의 상실, 실직이나 은퇴 등이 해당한다. 특히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직장을 잃는 실직은 가족의 생계와 관련되어 커다란 우울을 유발시킨다. 실직한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신을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가족을 책임질 수 없다는 자신의 무능력에 괴로워하고 자책한다. 이런 자책감은 흔히 존재의 자기비하를 넘어서 극심한 절망감으로 떨어지기 쉬우며 자살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상실감은 어떤 경우에도 층격적인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지만, 그 중에서도 사별은 그 상실감으로 인한 슬픔의 정도가 너무 큰 것이므로 위험하기까지 하다.
둘째로 실패에 의한 것이다. 실패는 아마도 각종 시험에서의 실패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고등학생이 대학시험에서의 실패, 그리고 취직이나 임용시험에서의 실패로 우울해 하다가 급기야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도 반응성 우울증의 결과다. 이런 실패에는 실연(失戀)도 해당한다. 실연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연애의 실패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연은 사별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 해도 의지하고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던 사람을 잃어서 현실적 의욕을 상실하고 심하면 죽음을 선택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문제다.
그리고 실패에는 각종 질병치료의 실패도 해당한다. 질병치료의 실패, 또는 그 일환으로 인하여 신체적 일부를 손상당하거나 잃어버린 경우에는 심각한 우울증이 유발된다. 특히 어떤 사고로 손이나 발을 절제하였다면 커다란 우울에 빠지게 되는데, 이런 신체의 일부를 손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처음에 자살을 시도하려는 경험을 갖는 이유다. 실제로 가슴절제 수술을 받은 여성이라면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로 우울해진다. 신체의 일부를 손상당하거나 전제당하는 것은 치료의 실패와 아울러 상실감에 의한 우울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사별에 의한 것이다. 사별은 상실감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전술했다. 사별은 가까운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므로 가장 큰 상실감에 해당하지만 상실감 중에서도 사별은 가장 현저하다는 점에서 따로 구분하여 다루어야 한다. 이런 사별은 극도의 슬픔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배우자 사망이 스트레스 수치 100%를 기록한다는 것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사별로 인한 우울증은 대개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 자신의 잘못 대응함에 대한 가책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들의 우울증은 슬픔의 정도를 강하게 나타내므로 신체적 반응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들의 신체적 반응들은 목과 가슴이 조이는 느낌, 위(胃)가 텅빈 느낌, 소음에 대한 과민 반응, 신체적으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무감각이나 마비감, 입이 마름, 호흡곤란, 근육허약, 에너지 결핍 등의 호소로 나타나는 편이다. 이런 사별을 잘 견디어내지 못하여 죽은 사람을 따라가려는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위험이 뒤따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면 반응성 우울증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3) 외인성 우울증의 치료
외인성 우울증은 정상적인 우울증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매우 효과적이다. 사람이 약해질 때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에 그때 잠깐 붙들어주는 것이 그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결과를 산출한다. 이런 외인성 우울증은 정상적인 우울증이므로 특별한 치료보다는 6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심각한 정도가 아니기에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다시 원상회복이 된다는 점에서다. 다만 증상이 심하여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한 치료로서 다음의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심리적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심리적 충격은 놀람의 극치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심리적 충격은 신체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다르지만, 그 영향이 신체적인 충격보다는 더 오래간다는 점이다. 더욱이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사람은 그 강도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 동안 멍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오래가는 경우도 있다. 큰일을 당하고 나더니 사람이 이상해졌다는 말하는 소리를 주변에서 듣는다면, 충격으로 인한 반응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치료는 대개 환자에 따라 그 대처하는 방법은 달라지게 마련인데, 이들에게는 처음에 갑작스런 충격을 완화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충격이 심하면 신체화 증상이 두드러져서 한숨, 탄식, 위통, 안절부절 못함 등을 나타낸다. 충격이란 정신이 흔들리는 현상이므로 판단하는 이성의 능력이 저하되거나 감정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사별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강력한 우울증에 빠지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들은 특별한 질병이 아니라 해도 그 순간이나 기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의 주의력이 요구된다.
둘째로 감정을 분출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문제는 단순히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치료의 차원이 된다. 슬픔이나 분노 그리고 후회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내면에서 정서의 순환에 정체적 현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다. 이 정서들은 대개 부정적이고 마치 덩어리로 뭉치는 효과를 나타내므로 즐겁고도 긍정적인 정서들을 부정적으로 채색하게 된다. 감정의 분출 또는 감정의 표현은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울음이나 행동으로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 마음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이 필요한데, 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기 쉬울 것이다. 상실에 대한 원망과 분노 등에 관하여 마음을 토로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시원해지는 측면이 있고, 공감하고 동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혼자만이 겪는 일은 아니라는 위로를 얻기 때문이다.
셋째로 정서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정서적 갈등이란 마음이 집중되지 않고 일종의 해리현상처럼 갈라지는 증상이 경험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일정한 궤도를 달리던 자동차들이 궤도를 이탈한 것처럼 중심이 잡히지 않는 현상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정서적 갈등은 대개 심리적인 증상으로 죄책감이나 풀리지 않는 데서도 일어난다. 사별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깊은 상실감이 심하여 죽은 사람의 모습이 엄습한다든지, 목소리가 들린다든지, 멀리서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인다든지 하는 것이다. 또 죽은 사람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생생하여, 특히 밤에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보거나, 그 사람에 의해서 만져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상태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 슬픔 과정이 끝날 때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정서적 갈등은 현실에 집중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지만 이런 상실감은 현실적인 변화를 이루는 주변 환경도 중요하다. 그래서 사별의 경우는 일정한 세월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사별은 대개 처음 1년이 중요하고, 2년이면 회복할 수 있어야 하고, 3년이면 완전해 져야 한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 회복하지 못한 경우에는 심각한 경우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4. 갱년기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evolutional depression)은 인생의 중년기에 일어나는 우울증이다. 인생의 중년기는 생활의 안정과 삶의 위기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이는 중년기에 심리적인 측면과 신체적인 측면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중년기는 대개 35-50세에 해당하는 이 시기로서 생활에서는 대개 안정적인 기반을 이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더 이상 발전이나 성공할 수 없다는 허탈감이 지배하기도 한다.
1) 갱년기 우울증의 증상
갱년기 우울증은 갱년기에 발생하는 우울 증상이라고 했다. 갱년기 우울증은 나이에 따른 것으로 대개 35-50세의 중년기 그 이후의 장년기나 노년기에의 초조성, 심한 절망, 사소한 일에도 극도의 후회 등을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이다. 갱년기의 연령은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도 있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있다. 대개 여성은 40대 후반, 남성은 50대 후반 정도에 흔히 일어나며, 여성은 폐경이 된지 3년에서 7년 뒤에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여성의 경우 50세를 전후하여 생식기능이 중단 되는 폐경기(menopausal period)를 맞는 갱년기를 경험하게 된다. 폐경기는 반드시 성적 관심이나 활동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호르몬의 중단으로 신체, 그리고 부부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인생의 중년기 또는 갱년기는 이런 외부적인 변화만 아니라 심리적인 변화의 문제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20-30대 초반처럼 더 이상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자기 변호적 또는 방어적(defensive) 사고는 점차 꺾이기 시작하면서 인생에 대한 허무와 허탈감이 자리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칼 융(C. G. Jung)은 갱년기에 삶의 의미를 찾았느냐의 문제를 중요시하는 시기로 우울증을 주목하였다.
갱년기 우울증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3배나 많이 발생하고,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 홀로된 사람이나 이혼한 사람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갱년기 우울증상은 대부분 서서히 시작되며 초조하고 건강, 사업, 경제문제 등을 걱정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초긴장성이 2-3년 지속된다.
이 시기에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때문에 내과를 자주 찾아 건강을 진단하는 수도 많고, 고독하고 슬퍼서 울기도 하며, 지난날의 사소한 일도 몹시 후회하고 죄책감, 앞날에 대한 절망감을 갖게 되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앉았다 일어섰다 하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의 앞날은 비참과 참혹함만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죽을까봐 몹시 겁을 내기도 한다. 그리하여 심한 불면증, 질병에 걸렸다는 신체망상, 그리고 암담한 미래에 대하여 걱정이 되어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2) 갱년기 우울증의 원인
갱년기는 모든 신체기능과 심리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젊음이 있는 동안에 활력과 의욕이 있던 것은 모두 사라지고, 인생을 마무리 해야만 한다는 쓸쓸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런 것은 신체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심리적으로도 바라던 것에 허탈감을 갖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변화는 인생의 후반기에 일어난다는 특이성이 있다. 이를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신체기능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갱년기는 급격한 신체상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갱년기 우울증은 여성과 남성에게 관련되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심각하게 나타난다. 여성의 갱년기는 폐경(menopause)과 관련되고 있는데, 폐경은 난소로부터의 에스트로겐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마감됨을 의미한다. 이때 여성은 어머니역할의 해방, 출산능력 상실, 노년기 시작의 신체적 증세와 심리적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 갱년기 우울증은 폐경기에 생기는 생체적 변화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최근에는 심한 절망이나 극도의 후회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단순히 심리적 문제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갱년기는 내분비와 생식선의 감퇴를 보이기 시작되는 시기이고, 이 시기에 신체의 대사장애, 생화학적 변화를 크게 일으킨다는 점이 우울증을 유발시킨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심리적 허탈감에 의한 것이다. 인생의 중년기에는 몸도 마음도 약해지는 시기다. 신체적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고 마음도 일상의 일에서도 잘 견디어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진 결과일 것이다. 실로 갱년기는 젊음과 건강의 상실, 죽음에의 공포, 사회적 성취의 한계를 느끼는 일등 심리적인 자극이 중요시되는 시기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런 갱년기의 심리적 갈등은 갱년기에 심리적 허탈감은 어느 정도 신체와 관련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갱년기 우울증은 내적 호르몬의 변화로 일어나는 측면에서는 내인성 우울증의 범주에 해당하면서도, 그 증상은 내인성 우울증의 주된 증상인 지체성 우울증(retarded depression)의 형태를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심한 절망이나 사소한 일들에 대한 극도의 후회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초조성 우울증(agitated depression)의 형태를 나타낸다. 이런 것은 겉으로는 신체적인 겉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서 심리적인 특성이 작용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셋째로 삶의 의미상실에 의한 것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갱년기 우울증은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고 일상의 생활에 열중한 여성에게 더 유발된다. 이 경우의 여성은 아내로서 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여 살아온 경우에 자기 자신을 상실한 허무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상실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 시기에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면 맥이 빠져 허탈해지는 우울증에 걸린다.
그런 이유로 융(C. G. Jung)은 이 갱년기 우울증을 다른 우울증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 우울증이 융에 의해서 매우 부각된 점이 있다. 융은 중년기에 특이하게 일어나는 이 갱년기 우울증은 인생의 의미와 관련된 것으로 허무와 절망이라는 감정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융은 갱년기 우울증을 일반 우울증과 구분하여 매우 주목하게 되었다. 인생의 전반기에는 외부의 사회적인 일에 적응하느라 정신에너지를 쏟은데 비해서, 이제 중년기 이후에는 정신에너지를 자기 내부에 쏟아야할 시기인 것으로 외부의 인격인 자아와 내부의 인격인 자기의 조화에서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3) 갱년기 우울증의 치료
갱년기 우울증은 중년기의 남성과 여성에게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남성은 이 시기에 인생의 전반적인 것을 정리하여 자신의 자아실현과 인생의 마감을 하는 시기이므로 그에 따른 확신이 서지 못하면 허무해지거나 우울해진다. 그 반면에 여성에게는 우울증상이 더욱 심한데, 이는 여성의 폐경기를 전후로 일어나는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이런 갱년기 우울증은 신체적인 변화와 심리적 변화 등이 맞물려 있는 증상이므로 신체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측면의 치료적 중점이 중요시된다. 이런 점에서 치료는 일단 약물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상담치료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로 호르몬제의 복용이 도움이 된다. 여성의 갱년기는 여성 호르몬이 중단되는 현상이므로 심리적 변화는 에스트로겐의 생성과 관련된다. 여성호르몬은 여성으로 하여금 여성다워지게 만드는 것으로 여성의 신체적인 부분과 심리적인 부분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이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이 중단되므로 여성의 신체적인 기능이 확연하게 달라지게 되므로 당황하게 된다. 여성호르몬의 중단으로 인하여 피부의 변화와 더불어 골다공증의 위험, 성교의 원활치 않은 문제점들이 발생되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여성호르몬제에 대해서는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기피하는 현상이 있으나 과도하게 복용하지 않고 적절하게 복용한다면, 오히려 여성다움을 유지하거나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성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는 치료적인 차원에서 적절한 처방을 통하여 호르몬제의 복용을 시도할 만한 이유다.
둘째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갱년기의 여성은 외모보다는 정체성의 확립에 주력해야 한다. 여성에게 갱년기는 외모의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지만 심리적인 것이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갱년기의 우울증이 자신의 가치와 자아 존중감을 여성다운 외모에 두는 여성일수록 더 큰 상실감을 경험한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에 가치를 두는 것은 신체적으로 늙고 여성다움을 상실한다는 절망감은 심해진다. 가정에서 여성의 위치에 해당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다가 어느 새 중년기를 맞기 쉽다. 실제로 여성은 가사일과 자녀양육, 남편의 내조와 시부모 모시는 일을 하다가 자신의 성취능력과 자아실현 욕구 등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이로 인해 자기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더 나아가 중년기 여성의 생물학적 운명이 자녀출산 및 양육에 이은 자녀의 결혼과 분가로 이어져 빈둥지 증후군(empty-nest syndrome)을 경험한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하게 깨달아야 할 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을 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기에 이른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셋째로 삶의 의미를 재발견해야 한다. 갱년기 여성의 무력감은 융에 의하면 삶의 의미 발견과 관련된다고 했다. 갱년기의 자신의 정체감을 찾은 것이나 삶의 무력감,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은 모두 자신의 삶의 의미 발견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런 현상은 이제까지 정신에너지가 외부로만 향하던 것이 내부로 향하는 전환의 변화이기도 하다. 다르게 말하면 갱년기의 남성이나 여성은 외부의 삶에 적응하느라 온갖 정력을 쏟아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으로서 살아온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자기 자신과의 내부적 조화를 이룩할 때인 것이다. 이 시기에 환자는 자신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허무해지고 삶의 무의미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이 시기에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삶의 다시 발견하는 일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느냐보다는 스스로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 가치를 평가절하를 하지 않는 자세도 중요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룩한 것이 아니라 해도 그 조력이 있었기에 가족은 모든 일이 가능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새삼스럽게 발견해야 할 때이다.
5. 결론: 위장된 우울증에도 주목해야
지금까지 우리는 우울증의 임상적 유형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그것은 모두 신경증적 우울증, 정신병적 우울증, 외인성 또는 반응성 우울증, 그리고 갱년기 우울증이었다. 여기에서 신경적 우울증은 말 그대로 신경을 많이 기울인 결과로 일어나는 우울증이었다. 별 것 아닌 일에 신경을 기울이다 보면, 정신의 에너지가 급격하게 소진되어 신경증적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신경증이라는 것이 말해주듯이 미래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우울증을 촉발시키는 요인이 됨과 동시에 걱정이 많은 성격이 우울증에 노출될 위험성도 고찰하였다.
정신병적 우울증은 여러 우울증 중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우울증으로 그야말로 진정한 병적인 우울증이었다. 이때 우울증이나 조증이 하나만 나타나는 경우에는 단극성 우울증, 그것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는 경우에는 양극성, 이른바 조울증이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쉽게 치료되기 어려운 점이 있어서 증상이 심한 정도에서는 약물을 사용하여 증상을 완화시키고, 어느 정도 증상이 호전된 다음에는 상담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했다.
외인성 또는 반응성 우울증은 외부적인 요인, 특히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사고에 의해서 유발되는 우울증이었다. 외인성 또는 반응성 우울증은 우울증에서 거의 7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었다. 그것은 대개 사람이나 사물을 잃어버리는 상실감에 의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 이유로 특별한 치료적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대개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원상회복이 되는 것이지만 그 동안에 대응을 잘 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갱년기 우울증은 인생의 중년기에 유발되는 우울증이었다. 중년기라는 갱년기는 신체적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남에 따라 마음도 약해져서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점에서였다. 이런 것이 남성과 여성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기는 하지만, 특히 여성에게 더욱 큰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이 특이했다. 다만 남성에게는 자아실현과 관련되어 부정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맥이 빠지는 것이라면,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중단되어 일어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 둘이 모두 신체와 함께 마음의 허약함이 문제이지만, 더욱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정신의 힘을 잃게 만들어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이상의 유형들 외에도 위에서 주로 행동과 사고도 느려지고 침체되는 지체성 우울증(retarded depression), 걱정과 불안을 동반하며 흥분된 모습을 나타내는 초조성 우울증(agitated depression)이 있지만, 임상에서 유형을 중심으로 따르다보니 다루지 못했다. 이런 지체성과 초조성은 주된 증상이기보다는 다른 우울증상에 부가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에서다.
그런가 하면 여성의 경우에 출산으로 인한 특별한 우울증도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4주 이내에 우울증상이 나타나 곧바로 없어진다. 때로 산후 우울증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도 있어 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 또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특정한 계절에 우울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계절성 우울증(seasonal depression)이라고 한다. 일조량이 적은 가을이나 겨울에 우울증이 더 발병하는 경우다.
이와는 다르게 우울증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때로는 겉으로는 우울한 기분을 두드러지게 나타내지 않지만 내면적으로 우울한 상태에서 비행이나 신체적 문제로 위장되어 나타나는 경우다. 그것이 위장된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위장된 우울증은 위장되어 나타기 때문에 진정한 우울증으로 알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우울증의 원리를 가지고 발달적 측면에서 아동기나 청소년기, 노년기의 우울증을 특별하게 취급하여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