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분쟁? 법정 말고 우리에게"
기독교화해중재원 새 이사장 피영민 목사 인터뷰
피영민 목사가 화해중재원 신임 이사장을 맡았다. 피 목사는 "한국교회에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몸부림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며 화해중재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화해중재원) 2대 이사장에 피영민 목사(강남중앙침례교회)가 4월 17일 취임했다. 화해중재원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행정처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단체 활동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관련 기사 : 화해중재원 "이제는 갈등 제대로 풀겠다") 여기에 새로운 이사장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법인으로서 일할 준비를 마쳤다. 피 목사 취임과 맞추어 사무실도 법률 사무소가 밀집한 서울 서초동으로 이전해 법정을 찾으려는 교인들과의 접근성을 높였다.
새로운 전기를 맞은 화해중재원의 이사장을 맡은 피 목사는 화해중재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헌신하는 자세로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피 목사의 인사말과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화해중재원의 설립 취지는.
성경은 교회 안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지혜로운 자에게 찾아가 해결하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인들이 지혜로운 자를 찾아갈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지혜로운 자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법원을 찾아갔다. 교인들이 묻고 상담할 곳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박종순 목사가 설립을 제안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화해중재원을 세웠다.
화해중재원은 한국교회를 섬기고 한국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곳이다. 교인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없더라도 다툼과 분열로 고통 받는 한국교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치다. 교인들을 교육하고 상담하며 평화를 이루려는 몸부림이 있음을 한국교회에 보여 줄 책임이 있다.
- 교회에도 당회나 노회같이 치리를 담당하는 기관이 있는데, 화해중재원이 필요한 이유는.
노회나 당회의 판결은 법적 효력이 없다. 하지만 화해중재원에서 분쟁 당사자가 한 합의나 중재위원이 내린 판결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중재법상 사건 당사자가 제3자에게 중재를 맡기기로 합의하고 중재인을 세운 경우, 그 중재인이 내린 판결은 법적 효력이 있다. 화해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하면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교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교인들은 화해중재원에서 조정과 중재를 받을 수 있다. 갈등 당사자가 화해중재원에서 중재를 받기로 하고 중재 판정을 받으면, 그 판정은 법원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사진은 화해중재원 피영민 이사장 취임 감사 예배 모습. ⓒ뉴스앤조이 김은실
- 중재 과정을 설명해 달라.
화해중재원이 도울 수 있는 분쟁은 민사에 해당하는 사건이다. 분쟁 당사자 양측이 화해중재원을 찾아오면 조정위원이 조정하게 된다. 조정에서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하면 중재위원이 중재 판정을 내린다. 조정위원과 중재위원은 모두 판사, 변호사 경험이 있는 기독교인이다. 상담부터 판결을 받기까지 비용은 모두 무료다. 부담이 없으니 교인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란다.
- 중재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다면,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나.
그동안 이사와 회원들이 10~20만 원 내는 회비로 운영해 왔다. 조정위원과 중재위원들은 자원봉사했다. 그러나 봉사에만 기대기 어렵다고 판단해 앞으로는 약간의 여비를 드리기로 했다. 그래서 회원 모집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전국 교회에 포스터를 비롯한 홍보물을 보내고, 활동을 활발하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 목회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교회의 1/3이 10만 원씩 후원해 준다면 재정은 해결된다.
- 앞으로 계획은.
다음 주에 사무실을 지금의 종로5가에서 서초동으로 옮긴다. 법원과 법률 사무소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소송을 고민하고 있는 교인들이 찾아오기 쉬워졌다. 사무실도 확장하고 활동에 참여할 변호사들도 더 찾을 계획이다.
화해중재원, 한국교회의 평화 전도사를 꿈꾸다
▲ 화해중재원이 4월 17일 설립 4주년 감사 및 피영민 이사장 취임 감사 예배를 했다. 법인 허가와 새 이사장의 취임으로 화해중재원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화해중재원은 4월 17일 서울 논현동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개원 4주년 및 피영민 이사장 취임 감사 예배를 열었다. 예배에는 목회자와 법조인 등 250명가량이 참석했다. 설교와 기도를 제외한 행사 순서는 전직 대법관·고등법원장, 현 법원 행정처 차장 등 법조인들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가 평화적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길 기원했다. 법조계 기독교인 모임 애중회의 김용담 회장은 축사에서 "갈등과 다툼이 없을 수는 없다. 기독교인에게 맡겨진 사명은 갈등을 기독교인답게 해결함으로써 교회 밖에 있는 사람에게도 그리스도인의 복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화해중재원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분쟁이 일어난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교를 맡은 김요셉 목사(실행이사)는 "분쟁하는 사람들을 인격이 나쁘거나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보다 우리가 나은 사람이 아니다. 겸손한 마음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이 일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2012.4.17.뉴스앤조이 / 김은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