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은혜/신앙,시사,목양 칼럼

다시 시작하는 용기(2)

에바다. 2013. 12. 13. 19:19

다시 시작하는 용기(2)



▲김진홍목사/크리스천투데이 DB


나는 고등학생 시절 품행이 별로 좋지 못하였다. 공부가 하기 싫어 교과서를 팔아 영화관에 갈 정도였다. 그러다 교실에 앉아 있기가 너무 지루하고 따분하여 가출(家出)하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무전여행(無錢旅行)이라 하였다. 윗주머니에 칫솔 하나 꽂고 헤르만 헤세 시집 한권 들고는 집을 나가 1년 반 동안을 떠돌았다. 진해에서는 식당 심부름꾼으로, 마산에서는 화장품 행상으로, 여수와 순천에서는 바늘장사를 하며 떠돌았다.


그러다 일 년 반이 지난 어느 날 "내가 이렇게 살아선 안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장래를 위하여 집으로 들어가 공부하겠다는 마음이 들어 열여덟 달만에 귀가하였다. 다니던 학교는 이미 퇴학처리 되어 있었고 동기생들은 이미 대학생들이 되어 있었다. 대구성광고등학교에 편입하여 공부를 다시 시작하였으나 그간에 놀았으니 실력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영어시간에는 줄줄이 모르는 단어이고 수학시간엔 기초실력이 없으니 잠만 쏟아졌다.


몇날 며칠을 고심하던 끝에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다. 고등학교 2학년생이면서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중2 교과서를 구하여 자습으로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이왕지사 다시 시작키로 결심하였으니 되돌아서지 말고 나가자 다짐하고는 열심히 공부하였다. 쉬운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니 진도가 빨리 나갔다. 3개월에 중2 과정을 마치고, 다음 3개월에 중3 교과서를 마쳤다. 그리고는 고1 교과서로 올라가 열심히 익혔더니 1년이 지나지 않아 고2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학원에 다닌 것도 아니고, 가정교사의 지도를 받은 것도 아니다. 혼자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대학에는 수석합격이 되어 4년간 넉넉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중2 교과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 내 일생에 큰 행운이었다.


한평생 사는 동안에 때로는 좌절할 수도 있고,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하늘이 내려 주신 축복이다.


-크리스천투데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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