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할아버지는 어느 늙은 석공에게
오석비석(烏石碑石)을 주문한 일이 있었다.
나이가 칠십이 넘은 그 석공은
비석을 다루고 글자를 새기는 데
아주 이름난 사람이었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좀 괴팍한 성격의 노인이었다.
그런 까다로운 노인이
내 할머니의 비석을 맡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오석이란 그 까만 돌이 시골 석공의 집에
항상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멀리서 주문을 해와야 했다.
노인은 우선 돌을 주문했다.
그러나 돌을 구한 지 2년이 넘어도
비석은 완성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어쩌다 재촉을 할까도 생각했으나
워낙 괴팍한 노인이니 무슨 말을 하고
또 거절할지 몰라
재촉도 하지 않고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석공의 아들이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3년 전에 비석 값으로 받았던 30원을
도로 돌려 드리는 도리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비석을 다 갈아 놓고
막 글자를 새기기 시작할 단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마저 글자를 새겨 드려야 할 것이오나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 단 한 가지 일을 마저 끝내지 못하고 간다.
그러니 네가 가서 사과 드리고
돈을 돌려 드려라’ 하고 유언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이렇게 찾아뵌 것입니다.
청년은 백지에 깨끗이 싼
돈 30원을 할아버지 앞에 내놓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 돈을 다시 돌려주면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리건 꼭 청년의 손으로
비석을 완성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 뒤 1년 만에
나는 할아버지의 소원인 할머니 무덤 앞에
커다란 비석이 세워지는 것을 보았다.
어린 눈에도 정말 좋은 비석이었다.
<아름다운 삶을 향하여>/ 이범선 외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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