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집사는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나
교회에서의 노동법 문제
강문대 변호사
관리 집사님 한 분이 사무실로 찾아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교회에서 오랫동안 관리 집사로 일해 왔는데, 최근 목사님이 자신에게 나가라고 통보했다며, 자신이 그냥 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안 나가도 되는지 궁금해 하셨다. 한 장로님이 관리 집사인 자신을 안 좋게 보아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 목사님이 밝힌 이유였다고 한다. 상담을 하면서, 학창 시절 교회에서 매일 살다시피 할 때 귀찮고 번거로울 것임에도 친절히 대해 준 고향 교회의 관리 집사님이 생각나 마음이 울컥했다. 이 문제가 교회 내에서 '은혜롭게' 해결되지 않았을 때,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리 집사는 노동법상 어떤 권리와 의무가 있을까.
교회 내 근로자 5명 이상이면 함부로 해고 불가능
우선 교회 내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의 숫자가 모두 몇 명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교역자가 근로자인지는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직원의 숫자만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그 숫자가 5명 이상이면 교회는 관리 집사를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해고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한다. (근로 기준법 제23조) 여기서 정당한 사유라고 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그런 기준에서 볼 때 관리 집사가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단지 장로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교회가 관리 집사를 해고할 수는 없다. 만약 사정이 이런데도 교회가 해고를 강행한다면 관리 집사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교회가 패소할 경우 교회는 관리 집사를 복직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지급한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만 한다. 교회가 관리 집사로부터 사직서를 받은 경우에도 그 사직서가 자의로 작성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해고로 인정된다.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다34407 판결) 만약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고가 유효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30일 전에 예고를 한 뒤 해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근로 기준법 제26조)
만약 교회 내 전체 근로자의 숫자가 4인 이하인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럴 경우에는 교회는 언제든지, 즉 특별한 사유 없이도 관리 집사를 해고할 수 있다. (대법원 2008.3.14. 선고 2007다1418 판결) 이 경우에도 그 해고의 효력은 30일 뒤에 생긴다. (근로자가 교회를 사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전체 근로자의 숫자와 관계없이 사표를 낸 날로부터 30일 뒤에 그 효력이 생긴다. 따라서 사표를 내고도 30일간은 출근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에는 손해 배상 책임을 질 수가 있다.)
교회가 관리 집사를 채용할 때 처음부터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 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 이런 경우는 특별한 사유가 필요 없다. 교회와 관리 집사가 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해 근로 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의사, 동종의 근로 계약 체결 방식에 관한 관행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두625 판결,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 등 참조) 근로 계약 체결 시 기간을 정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근무 기간이 2년을 넘으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으로 본다. 이런 경우들에 있어서는 통상의 경우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 다만, 55세 이상의 근로자의 경우에는 2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간제 근로자로 남게 된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관리 집사에게 시간 외 수당, 퇴직금 지급해야
해고 문제는 이 정도로 살펴보고, 임금에 대해서 알아보자. 교회 관리 집사의 경우 박봉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교회 청소부터 운전 업무까지 전방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을 수는 없을까. 이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 우선, 전체 근로자의 숫자가 4인 이하인 경우에는 관리 집사가 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전체 근로자의 숫자가 5인 이상인 경우에도 관리 집사의 업무가 하루 내에서 틈틈이 이루어지는 경우(새벽에 새벽 기도를 준비하고, 아침에 교회 청소를 한 뒤, 낮에 별다른 업무를 수행하지 않다가 밤에 경비 업무만을 수행하는 등의 경우-이를 법률적으로는 '단속 근로'(斷續 勤勞)라고 한다)에 교회가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면 역시 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다. 단, 단속 근로인 경우에도 교회가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경우는 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근로 기준법상 시간 외 수당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 기준법 제63조)
그러나 관리 집사가 위에서 본 것처럼 하루 종일 여러 잡다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하루 8시간 넘는 근로에 대해서는 '연장 근로 수당'이,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에 대해서는 '야간 근로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 각 수당은 통상 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이어야 한다. 교회가 관리 집사에 대해 급여 속에 시간 외 수당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근로 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면 근로 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 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 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 기준법이 정한 근로 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고, 그 포괄 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 수당이 근로 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 수당에 미달하는 때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따라서 관리 집사가 단속 근로를 하지 않는 이상 교회는 법정 시간 외 수당을 정확히 계산해 지급해야만 한다. 만약 교회가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는 3년 이내 임금에 한해 법원에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퇴직금의 경우에도 위 시간 외 수당과 비슷하다. 우선 전체 근로자 수가 4인 이하인 경우에는 퇴직금을 지급받기 어렵다. 다만, 올해 12월 1일부터는 4인 이하의 사업장에 대해서도 퇴직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그 이전의 근로 기간에 대해서까지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2010년 12월 1일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만 퇴직금이 지급된다. 그 경우에도 2012년 12월 31일까지는 법정 퇴직금(1년에 30일분 이상의 평균 임금)의 50%만 지급된다. 교회가 관리 집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해 놓고서도 매월 지급되는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그것이 퇴직금 중간 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 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실제 퇴직 시에 다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기존에 '잘못 지급된 퇴직금'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하는데, 사용자는 그중 50%에 대해서는 상계할 수 있다.
교회도 4대 보험 의무 가입 대상 사업장
마지막으로, 4대 보험에 대해서 알아보자. 4대 보험(고용 보험·산재 보험·건강 보험·국민연금)의 경우 1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모두 원칙적으로 의무 가입 대상이 되므로 관리 집사를 고용한 교회라면 모두 의무 가입 대상 사업장이라고 보면 된다. 교회라고 적용이 제외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만약 교회가 4대 보험 가입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과징금.가산료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리고 교회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근로자가 각 보험의 보험 급여를 지급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관리 집사와 그 외 다른 직원들의 노고는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분명 '봉사'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근로'가 된다. 따라서 이들이 봉사의 마음으로 교회를 섬긴다고 해도 그것이 교회가 이들에 대해 정당하지 않은 보수를 지급해도 되는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가난한 자에 대한 섬김은 교회 내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고, 그 출발점은 교회 내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2010.8.2.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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