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 최저생활비 시행법안 공개 의미
‘시혜서 지원으로’ 정책 전환 … 투명성·신뢰 확보가 교회참여 가늠
자립기반 마련 ‘전방위 지원’에 초점
“20년 만에 숙원사업이 결실을 본다.”
지난 6월 27일 총회회관에서 열린 ‘총회 미자립교회 자립지원제도 세미나 및 공청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에는 교역자 최저생활비 시행이 전국 교회의 간절한 소망이었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난맥상이 있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교회 “급하다” 총회 ‘느긋’
교역자 최저생활비 시행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제85회 총회에서 용천노회가 ‘교역자 최저기본봉급제 연구위원회’를 설치해 달라며 헌의한 것을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전국 노회에서 요청이 빗발쳤다.
그러던 중 2004년 제88회 총회에서 ‘목회자최저생활비연구대책위원회’가 조직됐다. 그러나 이듬해에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리는 등 최저생활비 제도가 회기 때마다 표류했었다.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일부 시행되기도 했다. 2009년 제94회 총회에서 최저생활비 시행이 전격 결의됐다. 그러나 당시 결의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행방법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해 “지원이 아닌 시혜에 가까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행법안, 시혜→지원으로 전환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교역자 최저생활비 시행법안’이 마련됐다. 이 법안은 제96회 총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시행된다.
교역자최저생활비시행위원회(위원장:이순상 목사)가 제시한 법안에 따르면, 지원방식은 자립교회와 미자립교회 직접 연결로 진행되며, 노회가 이를 관리 감독한다. 총회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로드맵을 제시하는 역할만 한다.
위원회는 “총회가 매년 모금해 분배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없으며, 분배 과정의 투명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자립교회가 미자립교회에 직접 송금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즉 총회가 거액을 모금해 전국 미자립교회에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간 일대일 연결이 핵심이며, 노회 산하 자립위원회가 이를 관장한다는 것이다.
지원받는 교회들에 대해서도 차등을 뒀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위치한 교회들은 6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농어촌의 읍면 소재지 교회는 9년, 촌락지역은 12년 동안 지원받는다.
최저생활비 시행은 단순히 지원금 전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자활자립세미나를 비롯한 교육과 훈련도 병행할 예정이다. 또한 감리 감독권을 가진 노회는 미자립교회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 점검한다.
종합해보면 과거에는 미자립교회 목회자 생계를 돕는 것이 주안점이었으나, 이번에 마련된 법안은 미자립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한마디로 ‘시혜에서 지원’으로 전환한 것이다.
재원은 어디에서
위원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총회 산하 1만 710개 교회 중 미자립교회는 4112개(38.4%)이며, 후원이 가능한 자립교회는 5276개로 전체의 49.2%에 해당했다. 미자립과 자립의 중간 단계인 자족교회는 1322개(12.3%)에 이른다.
공청회에서 황윤도 부장(총회사무행정국)은 “총회 산하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602억원이며, 5300여 자립교회 총예산이 1조 7728억원이기 때문에 각 교회의 연간 예산 3.4%를 지원하면 최저생활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저생활비 시행을 위해서는 해마다 602억이 필요하며, 자립교회의 연간 예산 3.4%를 후원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
이 법안의 성공 유무는 자립교회의 참여에 달려 있다. 이순상 목사가 “형제 교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전국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협력해 달라”고 당부한 이유도 자발적인 참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립교회의 참여를 위해서는 우선 ‘신뢰’가 쌓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영남, 호남지역 공청회에서 동일하게 지적된 것은 “총회가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총회가 산출한 미자립교회 기준에서부터 전국 교회 데이터베이스, 제도 등에 믿음이 있으면 교회들은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노회도 신뢰를 쌓아야 한다. 정병갑 목사(일산신성교회)는 “일부 노회를 보면 정치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노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교회를 살리는 일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신뢰도 지적되고 있다. 이상복 목사(광주동명교회)는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자립의지”라면서 의지를 상실한 목회자에겐 ‘달콤한 독약’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사역과 재정 투명성도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처럼 총회가 마련한 교역자 최저생활비 시행법안이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긴 어렵다. 총회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전국 교회를 설득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총회와 교회의 ‘신뢰’에서부터 시작한다. (2011.7.5. 기독신문 / 정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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